같은 향수라도 자기 살냄새와 닿으면 또다른 향기가 난다는 걸
친구와 같은 제품을 구입하고선 알았다
특유의 체취라는 게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다
물론 좋은 것도 불쾌한 것도 본인은 모른다는 함정이 있지만
후각이 제일 먼저 마비된다고 하니 달콤한 체취를 타고난 사람들을 부러워할밖에...
특히나 요즘처럼 습기 찬 여름
비누향기 머금고 다니는 사람은 에어컨 바람만큼이나 반갑다
향수를 애용한다
처음엔 무식하게 분사하다가 아뿔사!.. 민폐가 될 수 있음을 알고는 나름 요령이 생겼다
화장도 옷도 최고의 세련미는
한 듯...안 한 듯...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가끔 올라오는 정체모를 향기 가운데
기분이 좋아지는 그것이 있다
얕으막한 냄새...
코밑 언저리에서 부드럽게 살랑이는 향기
그런 사람을 만나면 참 매력적으로 보일 뿐 아니라 인상도 좋게 보인다
편견이란 참 사소하고 개인적이다
두껍게 덧칠한 화장이 민낯을 부각시키듯 짙은 향은 코를 찌르고 뇌 언저리에서 신경을 자극한다
한데 요즘 느껴지는 하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청결에 신경을 써도 체취의 노화 또한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상처가 아무는 시간도 더디다
뭐든 좀 느리다
그러니 오래된 세포가 죽고 다시 만들어지기까지 또 그렇겠지...
혈기 반짝반짝한 젊음은 이미 갔다
지하철 옆에 앉으신 할머니에게서 나이 든 냄새가 난다
예전의 나라면 자리를 옯기거나 뻘떡 일어섰을 것이다
그러지 못했다
차츰차츰 그분들 곁으로 가고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일어날 체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