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카카오톡 서비스가 중단된 지 열흘이 넘어가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가 자국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강제차단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라인과 카카오톡은 10일 "중국 내 라인과 카카오톡 서비스가 계속 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라인은 1일부터 기존 가입자의 메신저 사용 및 신규가입 등 모든 서비스가 중단됐다.
카카오톡도 같은 날부터 신규가입이나 친구추가 등 주요 서비스와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PC버전' 등 연동 서비스가 먹통인 상태다.
양측은 "장애 원인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사태 초기부터 중국 정부가 강제로 라인과 카카오톡을 차단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초 차단 배경으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 문제가 거론됐다. 하지만 시 주석이 돌아간 후에도 장애가 계속되자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중국이 '위챗' 같은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라인과 카카오톡을 강제 차단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위챗은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인 텐센트가 서비스 중인 모바일 메신저다.
세계 가입자가 6억명이고, 라인 및 카카오톡과는 중국·동남아시아 등에서 경쟁 관계에 있다. 중국은 예전에도 자국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구글, 페이스북 , 트위터 등 글로벌 서비스를 모두 차단한 적이 있다.
한·중 간 IT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래부는 "2012년부터 한·중 인터넷 원탁회의를 열어 인터넷 부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공언해왔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2차 회의에 중국 인터넷 정책을 전담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루웨이 주임(장관급)과 업계 대표 등 50여명의 중국 사절단이 참석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당시 "양국 정부와 기업들이 긴밀히 협력해 공동 번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6개월여 만에 라인과 카카오톡이 차단되면서 양국 간 협력도 물거품이 될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중국에서 예정된 3차 회의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부는 손 놓고 업계만 쳐다보고 있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도움을 요청해오지도 않는데 미래부가 먼저 나서서 중국에 문의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