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7월 10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089
작성일 : 2014-07-10 07:25:23

_:*:_:*:_:*:_:*:_:*:_:*:_:*:_:*:_:*:_:*:_:*:_:*:_:*:_:*:_:*:_:*:_:*:_:*:_:*:_:*:_:*:_:*:_:*:_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7월 10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7월 10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7월 10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46307.html

 

 


걔네 입장에서는 웃음 나올 걸? 지금은 비웃음의 의미가 더 강할 지도...

 

 


 
―――――――――――――――――――――――――――――――――――――――――――――――――――――――――――――――――――――――――――――――――――――

”당신의 현재 상황은 당신의 진짜 가능성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한다.”

              - 앤서니 로빈스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4.7.10 7:38 AM (58.226.xxx.92)

    청문회를 보면서 아주마 두 사람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범죄집단에 대하여 어제 한참 이야기 나누었더랬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5839 홈메이드 샌드위치 클래스를 오픈할 예정인데 상호명이 고민이에요... 17 언니들 2014/07/10 2,446
395838 마트에서 오트밀 한 봉지를 사왔는데 어떻게 먹어야? 5 ..... 2014/07/10 1,913
395837 월드컵 16강까지 8 보트 2014/07/10 1,124
395836 7.3 경주 핵 폐기장을 가보니.. ~ 탱자 2014/07/10 828
395835 친구가 이사가는 꿈은 뭘 뜻하나요? 꿈해몽 2014/07/10 9,349
395834 이마트 쇼핑할때 포인트 어떻게 적립하세요??? 얘네 웃기네요.... 3 ... 2014/07/10 1,533
395833 집 상속 문의드립니다.(세무쪽이나 법무쪽 계신분 답변부탁합니다... 6 가르쳐주세요.. 2014/07/10 2,910
395832 기업들, ‘내수살리기’ 작은 실천… ”여름 휴가를 국내에서” 세우실 2014/07/10 989
395831 아이 봐주시는 친정엄마..그리고 이사문제 고민입니다. 14 so 2014/07/10 2,517
395830 축구 국대팀 벨기에전 후 음주가무 즐겼네요 6 ㅎㅎ 2014/07/10 2,319
395829 오랜만에 서울나들이 갑니다~ 3 태희맘 2014/07/10 1,277
395828 공무원 해외여행 금지령 17 호구 2014/07/10 3,455
395827 리스차량 사용해보신분ᆢ? 리스 2014/07/10 1,113
395826 군대 보낸 아들 24 무아 2014/07/10 2,742
395825 너무 당연하게 업무외의 것들을 시키는 거 문제 있잖아요. 7 2014/07/10 1,044
395824 지방국립대도 공부잘해야 갈 수 있나요? 12 진학 2014/07/10 3,176
395823 얼집, 윰차가 그렇게 거슬리나요? 128 mm 2014/07/10 11,076
395822 에어컨청소업체 추천해주세요 코코 2014/07/10 894
395821 머리가 짧으니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나? 1 심심해 2014/07/10 916
395820 블랙올리브와 그린올리브의 차이점 좀 알려주세요. 1 .... 2014/07/10 3,799
395819 초등 전학 조언바랍니다. .. 2014/07/10 800
395818 네덜란드 감독 볼 때 마다 히딩크 감독이랑 넘 닮지 않았나요? 6 오늘 축구 2014/07/10 1,355
395817 간장 원래 싼 식재료인가요? 2 ㅇㅇ 2014/07/10 1,087
395816 김용민의 조간브리핑[07.10] 자위대 60년 서울행사하니 생각.. lowsim.. 2014/07/10 813
395815 근저당권 설정 관련해 질문 드립니다. 2 등기부등본 2014/07/10 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