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처음 얼마동안은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탈출한 선원들에 대해서 비겁하다, 나쁜 놈들이다, 살인자다 라는 여러 비난들에는
십분 동감했지만 아이들 대신 죽었어야 한다란 말에는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던
사람입니다.
그 거부감의 배경에는 제가 스스로를 겁많고 보잘 것 없는 인간인 내가 만약 저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과연 의연하게 아이들을 먼저 대피시킬 깜량이 되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기도했고, 살아오면서 아직까지는 절대절명의 순간이란 건 겪어보지
못했으므로 그런 경우가 닥쳤을 경우의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속속들이 들어나는 진실을 통해 저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혐오와 분노, 좌절이
증폭됨을 느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니들이 대신 죽었어야지 하는 말은
글로도 쉽게 못하겠더군요.
앞에 말은 다 사설이고 사실 제가 지금부터 여러분과 공유하려는 자위대원들에 대한
글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다만 누구를 비난할 때 다른 사람에게 묻어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에스컬레이터 시키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는 것을 평소에 느끼고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지라 이 글을
공유하고 싶어지더라구요^^
한국일보 7월4일자 금요일에 올라온 김도언씨의 윤리에 대하여 란 글입니다.
많이 읽으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링크하지 않고 제가 직접 타이핑해요.
대안적 공동체에 대한 어떤 평론가의 글을 읽다가 후쿠시마 원전 피폭현장 투입을 거부하고
사표를 낸 후 낙향을 한 일본 자위대원들의 초상을 떠올리게 되었다. 사정은 이렇다.
2011년 3월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당시 가공할 만한 쓰나미에 후쿠시마 원전이 파괴된다.
방사능 노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자위대는 대원들을 현장에 급파하지 않아 일본 국민의 공분을 산다.
뒤늦게서야 자위대가 대원들의 현장 투입을 결정하자 적지 않은 수의 자위대원이 사표를 내고 낙향한다.
국가재난시 구조활동을 벌이는 것이 중요한 의무일 자위대원이 국가의 명령에 불복하고 사표를 내고
낙향한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우리가 공유하고 합의하고 있는
공동체의 윤리적 상식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소설가의 한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소설가라면 그 자위대원 개인의 비겁, 분열, 공포와
불안의 상황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그것을 비난하기에 앞서, 포기할 수 없는 개인의 삶과 사랑하는
가족과 실체 없는 명예와 위신 사이에서 그가 느꼇을 고독, 그 극한의 고독과 자기 혐오를 수반하는 카오스의
상황에 몰아세워진 작고 누추한 개인의 영혼을 이해해야 한다고. 나는 그것이 사회윤리와는 좀 더 다른 지점
에 있는 문학의 윤리라고 생각한다. 의무를 저버린 자위대원을 비판하고 비난해야 한다면, 나는 그것을
소설가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인 개인의 자격으로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