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7세의 소년이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가 다스릴 국토의 92%는 첩첩산중이거나 경작을 할 수 없는 불모지였고, 국민 중 80%는 글을 몰랐습니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건강하게 살지 못해 일찍 죽어, 평균 수명은 43세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다 함께 부지런히 일해 잘 살아보자고 사람들을 북돋으려 해도 쉽지 않았어요. 이 나라 사람들은 11개 언어를 쓰는데다 도로도 제대로 닦이지 않아 왕의 말이 구석구석 전해질 수 없었거든요. 게다가 왕의 절대권력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소년왕은 고민했습니다.
‘이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
소년왕은 잘 사는 이웃나라들의 사례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경제가 발전한 나라인데도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 살기는 힘들었습니다. 큰 기업들은 환경을 파괴해 다른 국민한테는 피해를 입히고 있는데도 자기네는 생산량을 늘려 나라 경제에 기여했다면서 거드름을 피웠습니다.
'잘 사는 나라'에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버는 것이 ‘잘 사는 것’으로 여겨지기에 사람들이 남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모으느라 바빴습니다. 그래서 행복해진 사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행복을 느낄 시간조차 잃은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연구 끝에 소년왕은 이런 결론을 얻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건, 어떤 목표를 갖건,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결국 평화, 안전, 행복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국민의 행복과 평화이며 국가의 안전과 주권이다.
소년왕은 자기 나라 발전의 기준을 국내총생산(GDP) 대신 국민총행복(GNH)로 삼겠다고 선포합니다. 인구 68만 명의 작은 나라, 부탄에서 1972년 왕위를 계승한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이야기입니다.
30여년 후, 부탄은 국민총행복지수를 만들어 공표했습니다. 그리고 국민총행복을 늘리는 정책은 시행하고 줄이는 정책은 시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부탄 정부가 측정하는 국민총행복은 9개 영역에 33개 항목입니다. 심리적 웰빙(well-being), 건강, 시간 사용, 교육, 문화적 다양성, 민주적 관리, 공동체 활력, 생태 다양성, 생활수준 등.
부탄 정부가 전 국민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행하면서 문맹율은 40%로 낮아지고, 사람들 수명은 66세로 늘었답니다. 2008년엔 입헌군주제를 도입해 국민이 의회를 구성하게 되었어요. 1인당 국민소득은 2121달러지만, 국민 97%는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소년왕은 52세에 ‘조기퇴직’하고 젊은 아들한테 왕위를 물려줬어요. 지금도 그는 부탄 서민들이 사는 주택에서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답니다.
여행 가이드로 여러 번 부탄을 방문한 김구슬네 씨는 "이 나라 사람들을 보노라면 정말 행복해보이는데, 우리가 말하는 '못 사는 나라 사람들은 행복해 보인다'는 느낌과는 좀 다르다"고 말합니다. 뭔가 다른 자부심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그게 뭘까요? 그래서 부탄에 가면 '행복이 무엇일까' 깊게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한 나라가 무엇을 발전의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그 나라 국민의 삶은 크게 달라집니다. 한국은 무엇을 발전의 기준으로 삼는 게 좋을까요? 그건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 결정해야 합니다. 부탄과 달리, 대한민국은 모든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 즉 국민이 다 함께 왕이 되는 나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