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할인마트내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50초반 아줌마에요.
아까 오후 2시즈음에
민방위훈련때문인지 몰라도
어제부터 소방훈련을 실시하니 직원들 모두 지상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하겠다고 공지를 하더라구요
세월호 사건 때문인지 형식적인 훈련이 아닌
계산대도 모두 정지시키고 음식 주문도 한시 반부터는 받지 않고 훈련을 했는데
지상으로 올라가보니 오랜만에 마트의 온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광경이 연출되었지요
캐셔 언니 혹은 동생들, 아들딸뻘 보안요원 아르바이트생들, 문화센터 안내보는 아가씨, 부점장님등등..
평소에는 묵묵히 자기자리에서 일하던 분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묘한 감동이 들면서
아, 나도 노동자구나. 우리 동지들. 하는 연대감, 소속감을 느끼며
약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타 노래도 부르고 먹을 것도 먹고 유흥을 즐기면서
훈훈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옆길에 멈춰선 썬팅이 짙은 고급외제차.
이윽고 선글라스를 낀 한 여성과 운전하는 또 다른 한 여성이 내리더니
그 유명하다는 '스*케' 유모차를 꺼내서 아이를 앉히고
그 다른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황급히 가더라구요. 아마 다른 여자분은 도우미거나 그랬었던가봐요.
땀과 때에 찌든 마트 유니폼과 너무도 대비되는,
다소 위화감이 느껴지는 광경속에 저와 가장 친한 동료언니가
입을 삐죽거리며 팔자 좋네 라며 응수하였지만
저는 그 말에 차마 동감의 표현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한때는 저도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제 입으로 이런말을 털어놓긴 좀 그렇지만
불과 5년전만해도, 소위 사모님 , 소리를 듣는 그런
삶을 살았었네요.
그러나 드라마 속 남일인줄만 알았던
남편의 사업 부도로,
저는 다급히 일을 찾아야 했고,
소규모 이름모를 슈퍼의 캐셔부터 시작했던 과거의 나날들..
그래도 오늘날, 자부심있게 일하고 , 내 힘껏 살아가고 있다 기특한 생각으로 버텨왔는데,
그 방어막이 우수수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달까요.
그 광경에서 느껴졌던
자부심, 여유로움, 우월의식 등이 비수처럼 꽂혔던건,
단지 제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
훈련이 끝나고 다시 매장내로 돌아와
서빙을 하며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곰곰히 해답을 찾으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더군요.
가뜩이나 손님이 많은 금요일인데
오늘만은 일을 할 수 없을것 같아서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소 일찍 퇴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발걸음은 쉽게 집으로 향하지 못하였고,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지 쏘다니며 결국 술을 꽤나 많이 마시고
지금에서야 집에 도착했네요.
막차 바로 전 전철을 타며 오는길에
더이상 자기 연민의 눈물을 흘린다면 바보라고 다짐했습니다.
하루가 한달처럼 느껴졌던 ,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했던 힘겨웠던 하루지만
나의 소중한것들과 겸손함을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순간으로 기억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