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 중에 부잣집 아이가 있었어요.
정원이 넓은 2층집에 살고 있었는데
엄마, 아빠, 언니 2 명, 동생 2명에 그 친구까지
가족이 7명이나 되는 대가족이라서 그렇게 넓은 집에 사나 보다 생각했죠.
그런데, 그 아이와 친해지고 나서 그 집에 놀러가서
첫번째로 놀란 것은, 그 아이와 동생들이 지하실을 개조해서 만든 방에서 지낸다는 것이었어요.
아주 넓은 방이긴 했지만, 지하실을 대충 개조해서 만든 흔적이
어린아이의 눈에도 역력히 보이는 허름하고 눅눅한 방이었죠.
낡은 책상과 옷장, 그리고 차곡차곡 개켜놓은 이불더미가 전부인 그 방은 참 휑했어요.
방 구석에는 곰팡이도 피어 있었구요.
두번째로 놀란 것은, 간식을 가지고 오겠다는 친구를 도와주러
집의 1층, 즉 본채로 올라갔는데 본채의 실내는 정말 호화롭더군요.
실내 계단으로 2층까지 연결된 그 큰 집에는 방도 여러 개 있었어요.
화려한 실내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저를 보고 친구가 집을 구경시켜 주었는데
2층으로 올라가서 방들 중 하나의 문을 열자
예쁘고 날씬한 언니가 침대에 누워 있다가 언니 지금 쉬고 있으니까 문 좀 닫아달라고 해서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던 기억이 나요.
엄마, 아빠, 언니들은 1층과 2층에서 지내고
자기랑 동생들은 지하에 있는 방에서 지낸다는 친구의 말에
그 당시 아무 것도 몰랐던 저는, 너랑 동생들도 2층에 있는 방들 중 하나를 쓰면 안 되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저도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어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 친구와는 친하게 지냈고 서로 편지도 주고 받곤 했는데
중학교 올라갈 무렵 제가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소식이 끊겼죠.
그 뒤로도 가끔,
그 친구와 어린 동생들이 지내던 그 곰팡이 핀 지하실 방이 떠오르면서
그 엄마 아빠가 참 나쁘다는 생각을 하곤 했죠.
왜 같은 자식들인데 그렇게 차별을 할까....언니들은 그 넓은 2층에서 침대까지 있는 예쁜 방에서 지내는데
왜 더 어린 자식들을 그렇게 초라한 방에서 지내게 할까.....생각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본채에서 지내는 가족들이 원래의 한 가족이고
지하실을 개조해서 만든 방에서 지내던 세 자매는 그 가족이 사정상 맡아서 키우게 된 아이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래도, 가끔씩 부잣집 어두운 지하실방에 있던 그 작은 아이들이 떠올라요.
그 친구와 동생들이 씩씩하게 잘 자라서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