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너무나 총리가 되고 싶은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왕님이 그 사내에게 총리를 시켜준다고 말하자, 그 사내는 너무나 좋아서 입이 한아름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백성들이 그 사내를 싫어하며 반대하자, 사내는 심술이 났지만 기어코 그 자리에 앉겠노라며 기도했습니다.
"제게 총리 자리를 허락해 주세요. 지금의 이 시련을 견딜 힘을 주시고, 하늘님을 믿는 사람이 이 나라를 다스리게 해 주세요."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너무 너무나 죽고 싶은 소녀들이 있었습니다.
일본군 사내들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강제로 끌려온 열 다섯, 열 여섯, 열 일곱 소녀들은 매일 매일 너무나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웠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저고리가 찢기고 아랫도리가 피범벅이 되며 강제로 욕보임을 당하면서, 소녀들은 수치와 고통에 떨며 하늘에 기도했습니다.
"제발 저희를 죽여주세요. 저희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이렇게 끌려와서 매일 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전쟁이 끝난다 해도 더렵혀진 몸으로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어요. 하느님... 저희가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 것 입니다. 죽고 싶어요. 제발 저희를 죽여주세요."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너무 너무 너무나 살고 싶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수학여행 떠나는 신나는 여행 길에 배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너희들은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배는 점점 가라앉았고, 얼굴까지 차 오르는 물 속에서 아이들은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습니다.
"하느님~ 제발 저희를 살려 주세요.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제가 이렇게 죽으면 우리 엄마 아빠는 어떻게 살아요."
"아... 하느님, 물이 코로 들어와요. 더는 숨을 참을 수가 없어요... 하느님... 살려 주세요..."
다른 방에 있던 아이들도 기도했습니다.
"무섭고 깜깜하고 추운 이 곳에서 꺼내 주세요. 살려주세요... 저희 아직 살아있어요... 어서 데리러 와 주세요. 너무 추워요. 너무 추워서 옷이란 옷 다 껴입고 친구랑 꼭 껴안고 있지만... 으... 몸이 막 떨려요."
그리고 어느 순간... "하느님... 아니에요... 하느님... 저희들 이렇게 죽지만... 우리 엄마 아빠... 꼭 지켜 주세요..."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너무 너무 너무 너무나 자식들을 보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있었습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멀쩡한 자식들이 산 채로 수장을 당했습니다.
자식들이 살아서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 지친 500명의 엄마 아빠들은... 이제 매일 매일 바닷가에서 자식들의 시체가 떠올라 주기를 기다립니다.
"80번 여자 아이, 흰색 나이키 티셔츠에 흰색 시계. 81번 남자 아이, 아디다스 운동화 신었습니다..." 번호가 매겨져 나란히 누워 있는 시체들 중에서 자기 자식을 찾은 어미는 짐승의 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아악~~~ 내 딸... 내 딸... 내 딸, 어떻게 해... 아악.... "
그리고 두 달이 지나도록 아들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한 아비는 이제 술이 없으면 고통스런 하루 하루를 버틸 수 없습니다. 이제는 시체들이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지도 않지만... 그저 손 한 번 잡고, "이 녀석, 추웠지? 올라와 줘서 고맙다." 마지막 인사하고 장례를 치뤄주고 싶을 뿐인데... 아들은 어느 바다로 갔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부모들은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제 자식이 보고 싶습니다... 한 번 만... 딱 한 번만... 다시 품에 안고 싶습니다... 꿈에서라도 한 번만..."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나 이 세태를 안타까워하는 목사들이 있었습니다.
목사들은 이 나라에 장로 대통령을 세워 달라며 간절히 기도했고, 장로 총리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교회를 크게 지었고, 우리 나라를 위해 권력자들이나 재벌들에게 특별히 은혜와 축복을 내려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돈 없는 애들이 배를 타고 가다가 이렇게 난리를 만들었다며 아이들을 탓했습니다. 생떼 같은 자식들을 잃은 부모들이 울부짖으며 시위하는 모습을 미개한 것 맞다고 설교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워 거리로 나선 사람들을 빨갱이 좌파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이 나라에 안정을 회복하여 주씨옵쏘서~~~ 기강이 바로 잡히게 해 주시고, 분열의 영이 틈타지 않게 하여 주씨옵쏘서~~~ 악한 세력들이 물러나게 하여 주씨옵쏘서~~~ 주이여~~~ 주이여~~~"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나 멍청한 여편네들이 있었습니다.
목사가 집회에서 "내가 벗으라면 빤스를 벗어야 내 성도" 라는 소리를 해도 아멘 했습니다. 유명한 목사가 젊은 여신도를 성추행해도 강간범인 목사를 위해 기도해 줬습니다. 교회를 더 크게 멋지게 지어야 한다면 돈도 내놓았습니다.
누구를 찍으면 안된다는 문자를 받으면 그대로 행했고, 요번에 출마한 사람이 아무개 권사 남편이라는 문자를 받으면 찍어 줬습니다. 노란 나비가 주술이라는 카톡을 받자,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노란 나비를 프로필에서 지웠습니다. 노란색도, 나비도 누가 만든 것인지 생각하라고 주신 뇌는 어디다 팔아먹었습니다. 아이들 250명이 산 채로 수장을 당한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늘의 뜻" 이라는 출처 불분명한 카톡을 받으면서 그대로 따랐습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이웃의 고통을 돌아보고, 그들과 함께 하라는 성경을 직접 읽기 보다는, 그저 강단 앞에서 무슨 말을 떠들던지 고개 조아려 기도했습니다. 진리를 분별하라고 받은 지혜의 영은 어디다 팔아 쳐먹고 무조건 아멘질을 했습니다. 그게 순종이기 때문이고, 순종을 해야 복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기도합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남편 출세하게 해 주세요. 우리 자식 대학 잘 가게 해 주세요. 우리 자식 요번에 명문가와 혼사 잘 되게 해 주세요. 우리 가정에 축복을 내려 주세요. 자자손손 그저 복에 복을 내려 주세요."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옛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