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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은 고목(古木) 같다. 고목에 바늘 찌르는 것처럼 반응이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문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8일 <경향신문>과 '좋은정책포럼' 주최로 열린
'6·4지방선거와 한국 정치의 미래' 토론회에서 발제 시간 약 30분 내내 야권을 상대로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를 "야당의 참패"로 평가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에 필적할 야권의 대응메시지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감각해진 야권에게 "쇼라도 보여주라"면서도 "별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6·4 지방선거에서 여야의 광역자치단체장 대결 결과는 새누리당 8명, 새정치민주연합 9명이었다. 외형상 야권의
승리 또는 무승부에 가까운 결과다. 하지만 유 대표는 "절대 숫자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선거 국면에서 야당은 전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고, 오히려 세월호 뒤에 숨어 있는 등 그들의 힘으로 얻어낸
결과가 아니란 뜻이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당선 역시 새정치연합이란
정당이 아닌 후보 개인의 승리로 봤다.
정당의 실패, 야당의 패배라는 유 대표의 분석은 세월호 참사와 맞닿아 있었다. 그는 "이번 선거가 끝나니까
다들 세월호를 빼고 평가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세월호 참사는 변수가 아닌 절대적 상수였다"고 말했다.
빅 데이터 분석가인 그는 "사고 당일인 4월 16일부터 '세월호'를 직접 언급한 트위터나 블로그 글이 1000만 건이 넘는다"며 "빅 데이터 관측 이래 이 정도 크기가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연관어 가운데 1위는 참사, 2위는 분노였다. 유 대표는 "슬픔보다 분노의 크기가 훨씬 더 컸다"며 "특히 선장과 정부 가운데 정부를 향한 분노가 네 배 이상 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그 분노를 선택과 심판으로 이어갈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 유 대표의 지적이다. 유 대표는 "무능한 국가권력과 분노한 국민이 맞대결을 하는데 정치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새정치연합은 비겁하게 숨었다"고 표현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라는 사안을 두고도 정치적 리더십을 보인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실 새정치연합에 뭘 요구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라며 쇄신 가능성마저 낮게 내다봤다.
다른 발제자들의 분석도 다르지 않았다. 정해구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이번 선거를 두고 "새정치연합의 반응하지
않는 정치, 시민들 뒤에 숨는 정치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선거 역시 "겨우 참패를 면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는 "새정치연합은 사실상 이길 수 있는 선거임에도 성과가 크지 않았다"며 "이번 선거
결과에는 그들에 대한 엄중한 질책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진보정당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정당이) 몰락에 가까운 위기를 겪고 있다"며 "근본적인 자기 혁신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위기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안은 무엇일까. 유승찬 대표는 '한국판 무브온'을 제안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번 선거를 보면서 뭔가 행동하려는 국민들이 굉장히 늘어났다는 점을 느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야당이 그들의 요구, 분노, 열망을 담아낼 수 없다"고 했다. 2017년 대선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때까지 새정치연합을 믿었다가 정권을 교체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무능력·무기력한 야당'이란 상황은 미국 민주당이 2004년 겪었던 일이다. 당시 민주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에게 두 번의 대선에서 잇달아 패배했다. 유 대표는 "사람들은 이때 민주당에 자체 개혁동력이 없다고 판단, 좀 더 왼쪽에 있는 '무브온'이라는 새로운 대중운동조직을 만들었다"며 "2008년 오바마가 승리한 물적 토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새로운 정치적 흐름 또는 문화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로운 목표를 계속 담아낼 수 있는 모델들을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