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또 흐르는 눈물이네요...세월호의 아픈 사연...

눈물이 조회수 : 3,680
작성일 : 2014-05-21 17:43:45

“기자 양반이에요?”

듣기 두려웠던 말이 귀에 꽂혔다. 세월호 사고가 난 4월16일 밤, 목포 한국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였다.

인양된 시신의 부모로 보이는 부부가 막 걸어 들어왔다. 말이 ‘걷다’이지 걸음도 채 옮기기 힘든 듯했다. 취재수첩과 펜이 부끄러워 자꾸만 손을 포개 가렸다.

...

그때 김병규군(가명·17) 아버지가 쉰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기자냐고요?” “예….”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쓰세요. 병규 아빠인데요. 냉동고에서 꺼내서요. 제발 좀 따뜻한 곳에 옮겨가지고 이거(심폐소생술) 한 번만 해달라고. 그러면 내가 가슴에 묻고 간다고. 좀 해주세요, 네?”

그가 무릎을 꿇었다…

 
곁에 있던 다른 기자에게도 말을 건다. “○○신문 아가씨, 취재 잘 하더니 왜 안 써. 쓰라고, 제발. 우리 아들 왜 이 먼 병원까지 와야 돼. 가까운 데서 응급치료 하고 이리로 오면 되잖아. 여기 오는 동안이면 이거(심폐소생술) 할 수 있었잖아. (카메라를 가리키며) 이것 때문에 여기 온 거야? 말 좀 해줘, 기자 양반!” 뒤에 있던 김군의 어머니도 운다. “어떻게 부모들을 이렇게 종일 속이냐고요, 어떻게 오보를 그렇게 끊임없이 내보내느냐고요….”

어버이날 다음 날인 5월9일, 아이의 영정사진을 들고 청와대 앞에 온 유족들 곁에 서 있었다. 땡볕에서 대통령의 대답을 기다리던 오후, 낯익은 얼굴에 가슴이 철렁했다. 영정 뒤 검은 펜으로 적혀 있는 이름은 김군의 것이 틀림없었다. 부부는 그때처럼 울고 있진 않았다. 서로에게 몸을 기대기도 했다. 눈물이 마르는 동안 두 분이 어떤 시간을 견뎌냈을지 생각하니 아득했다.

‘힘없는 사람이라서 미안하다.’ 서울시청 분향소에 매달려 있는 노란 리본에 적힌 문구다. 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그간 물을 수 있는 ‘힘’을 어디에 썼는지 자문하면 한없이 부끄럽고 죄송하다. 책임 있는 이들에게 끈질기게 묻겠다. 언젠가 김군의 부모님을 다시 뵈었을 때, 또다시 부끄러움에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있기를.
 
 
 
기자님들....제발 부끄러운 기자가 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우리 잊지 말아요....
 
 
IP : 112.216.xxx.4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시사인 양한모 기자글
    '14.5.21 5:44 PM (112.216.xxx.46)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41

  • 2. ..
    '14.5.21 5:48 PM (1.235.xxx.157)

    저분들 지금이야 이리저리 정신없어 아이들 빈자리 를 오히려 크게 못느껴도, 잠잠해지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진짜 힘드실거예요.
    너무 가슴이 아파요. 어쩌나요..앞으로..진상조사라도 명확히 되어야 그나마 조금의 위로라도 될텐데..

    흐지부지 되버리면..아..진짜 두렵네요.

  • 3. ...
    '14.5.21 6:44 PM (210.205.xxx.172)

    아...어째요... 글만 읽어도 이 아픈 가슴을...
    아 정말 단원고 부모님들 어쩐대요... TT

  • 4. bluebell
    '14.5.21 7:49 PM (112.161.xxx.65)

    기자님..이제라도 물을 수 있는 힘을 발휘해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6499 창문 닫아야... 중국발 미세먼지! 5 서울 2014/08/12 2,402
406498 부산 해운대쪽 정신과 추천 부탁드려요 3 그러함에도 2014/08/12 2,435
406497 유기농 백설탕은 왜없죠? 8 청국장 2014/08/12 1,623
406496 퇴사 전에 육아휴직을 한달 하려고 하는데요.. 3 궁금 2014/08/12 1,807
406495 사교육시키면 점수는 안내려갈까요? 3 .. 2014/08/12 1,264
406494 원래위염이오래가나요? 11 화이트스카이.. 2014/08/12 3,655
406493 결혼전에 치과진료 다하고 와라 ? 47 ㅁㅁ 2014/08/12 14,616
406492 신경많이 안쓰면서 유지하기 좋은 차량 색깔은 뭘까요? 15 자동차 2014/08/12 2,839
406491 휴가 나와 자살한 관심병사 말인데요.. 넘 안타까움.. 2014/08/12 1,785
406490 군대 기사가 많이 나는 이유는.... 1 루나틱 2014/08/12 873
406489 [나는 꼽사리다 특집] 세월호 유족과 함께 광화문광장 현지녹음 .. lowsim.. 2014/08/12 660
406488 재미있는 책 7 궁금 2014/08/12 1,003
406487 질문이요! 천일염에 물기가 있어요 4 bestli.. 2014/08/12 1,252
406486 화 잘내는 성격 어떻게 하면 다스릴까요 8 ㄱㄹㅇ 2014/08/12 2,612
406485 광대뼈 축소술 9 뎅굴 2014/08/12 3,054
406484 강용석 전 의원, ‘성희롱 발언’으로 징역 2년 구형…무슨 말을.. 10 얏호 2014/08/12 3,170
406483 바그네 당선 무효 네요 17 대선부정 2014/08/12 4,811
406482 에볼라와 신종플루의 공통점 1 스멜~ 2014/08/12 1,074
406481 이지아와 고소영중 누가 더 갑일까요 21 ........ 2014/08/12 6,477
406480 "눈물 흘리는 사람 내쫓고 시복식 열 수 없다".. 14 /// 2014/08/12 3,067
406479 민율이가 다닌다는 서울클럽 7 그사세 2014/08/12 17,871
406478 건강보험공단에서 하라는 암검사 꼭 해야하나요? 10 검진 2014/08/12 4,631
406477 즐거운 하루님 ,,, 2014/08/12 490
406476 갑자기 군대관련 기사가 많아진 이유는 뭘까요? 6 . . ... 2014/08/12 1,411
406475 가족과 정서적 접촉이 어렵다는게 무슨뜻?? 2 멍멍 2014/08/12 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