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하찮아질 때가 있다
언어보다 앞서나가는 감정이 드러날 때다
매번 말과 속도를 맞춰 나가지 않는다
말은 사랑한다 하지만 메마른 공기가 감싸 안는 그런 경우...
이건 학습되는 것도 아니고 노련한 삶을 살았다고 풍부해지지도 않는다
사람이라면 느끼고 뻔히 아는 것인데도 우린 가끔 말에 속아 괴로워 한다
웃고 긍정의 말을 쏟아내도 불편하고 겉도는 마음의 전파
상대는 부정을 감추기 위해 현란한 언어로 도배하는 까닭이다
침묵을 견딜 수 없어 마구 수다스러워지는 짠한 사람
그들의 속내는 자신에 대한 검열과 의식으로 꽉 차있어 도통 타인의 마음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
대통령이 이 시국에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는 질타
마치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을 보는 듯한 불편한 대국민 담화
누르고 억제하고 감추는 행동거지에 익숙한 대통령에게 있어
눈물은 약해보인다는 자기 검열일 수도 있다
성격상 철의 여인이라는 수식어 또한 평생을 껴안고 살아왔을 테니...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상황 자체가 진심이란 걸 앗아갔다
미안하지만 이젠 박대통령이 뭘 해도 미심쩍을 뿐이다
절절히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끼는 모습에 동화하지 못했다
미운 털이 박혀 뭘 해도 고깝게 보는 내 탓인지
아니면 감정을 열어보이는 것에 미숙한 대통령 탓인지
아니면 지나간 감정 주섬주섬 주워담아 속 보이는 사과를 한 때문인지
원금에 이자 쳐주는 셈 치는 씁쓸함...
감정은 통제 불능의 영역인데 그것 또한 재량권 행사하는 듯한 대통령의 위엄이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