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시민촛불 원탁회의 호소문]
침몰한 대한민국, 우리 국민들이 구조해야 합니다
세월호가 아이들과 함께 바다속으로 침몰한지 15일째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 하고 자신들은 맨 먼저 탈출한 이기적인 어른들은 살아남았고,
부끄러운 어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꽃 같은 아이들은 물속에 잠겼습니다.
언론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정부는 실종자 구조보다 정권구조, 참사수습보다 민심수습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은 난민이 된 기분입니다.
나를 지켜줄 나라도, 내가 사랑할 나라도 없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민낯입니다.
돈만 쫓는 자본가의 탐욕과 황금만능주의, 그 자본과 관료, 정치권의 유착이 뒤엉켜있는
이 가공할 사회구조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았는지 국민 모두가 목격했습니다.
이 체제를 누가 만들고 누가 용인해주었습니까.
이 무서운 사회를 만드는데 간접적으로나마 관여하거나 이용당하면서 살아왔던 것은 바로 누구입니까.
그래서 저희들은 비탄과 분노를 넘어 부끄럽고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슬퍼하고 분노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서서 월드컵에 열광하고,
일상에 젖어들며 결국 비뚤어진 사회에 침묵하는, 저들이 말하는 ‘미개한 국민’이 되지 않겠습니다.
내 소중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나라를 위해 슬픔을 넘어 행동으로 어른들의 책임을 다하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같이 서울지역 30여개곳에서 촛불을 밝히고, 노란리본을 묶으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침몰한 대한민국을 구조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정부와 시민사회, 천만 서울시민들에게 호소합니다.
1.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정부와 대통령은 실종자들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사태를 책임지는 자세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민심수습용 꼬리자르기 정치쇼를 규탄합니다.
지금은 한시바삐 가족들의 품으로 실종자들을 돌려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책임을 미루거나, 정치적 이해득실, 돈을 따지고 앉아있지 말고
지금이라도 온몸던져 나서서 실종자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가족의 품으로 모두 돌려보내길 촉구합니다.
또한, 총리 사퇴정도로 면피하려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현 정부가 전면적으로 책임 질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구조를 하지 않아 참사를 빚게 되었다는
모든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2. 양심적 시민사회와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에게 호소합니다.
세월호 참사에 가슴아파하며 행동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내
침몰한 대한민국을 구조하기 위한 대한민국 원탁회의의 필요성을 호소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정부의 무능과 비겁함을 질타하는 국민들이
어디에서도 국가를 바로잡을 대안을 찾지 못해 아예 이 나라를 포기할까 두렵습니다.
이 사회의 소금인 양심적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나서서 썩은자본, 거짓언론, 무능정부의 실체가 복선을 이루고 있는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해 주십시오.
세월호 참사와 이후의 부실대응에서 나타난 각종 문제들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나서주십시오.
추모를 넘어 행동에 나선 시민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여러 토론과 행동의 자리, <대한민국 원탁회의>를 마련해주십시오.
3. 천만 서울시민 모두에게 행동을 호소합니다.
비탄과 추모를 넘어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 행동합시다.
저희 30여개 지역촛불들은 평일에는 동네에서 촛불을 밝히고
5월 3일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수천수만이 모여 하루빨리 실종된 아이들을 가족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 나서기를 촉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연휴가 끝난 후 5월10일 10만 서울시민들 촛불로 시민들이 나서
진상규명, 책임자처벌과 전면적인 책임을 요구하여 침몰한 대한민국의 구조에 모두 함께 일어서기를
시민분들께 절박하게 제안합니다.
이것은 선동도, 유언비어 유포도 아니라 바로 민심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자들에게 보내는 호소가 될 것입니다.
꼭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됩니다.
비탄을 넘어 무엇이든 행동합시다.
하다못해 담벼락에 욕이라도 하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대로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쓰고,
곳곳에 노란 리본을 달고, 가정과 직장, SNS에서 친지들과 토론합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작은 행동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바꾸는 큰 기적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다시한번 박근혜 정부에게 세월호 실종자에 대한 구조를 재차 강력히 촉구하며
희생자들과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세월호 참사 15일째, 2014년 4월 30일
세월호 참사 시민촛불 원탁회의 참가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