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4월 7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321
작성일 : 2014-04-07 07:33:07

_:*:_:*:_:*:_:*:_:*:_:*:_:*:_:*:_:*:_:*:_:*:_:*:_:*:_:*:_:*:_:*:_:*:_:*:_:*:_:*:_:*:_:*:_:*:_

눈보라에 갇힌 매가 낫처럼 생긴 날개로 바람을 쳐내며 날았다
날뛰는 자동차의 엔진소리를 와이퍼로 닦아내며
나는 오래전에 이미 아버지를 내다버린 적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마시오, 라고 씌어 있는 이정표를 따라
갈 데까지 가 버린 갈대들이 남쪽의 옛 무덤들을 지키고 있었다
화주승들이 눈보라 속을 걸어왔다
눈송이들이 입적을 거느리고
소나무들은 산 속으로 더 깊이 걸어가고
추위에 떠는 바람들이
아무데서나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타나 소리를 지르며 사라졌다
아버지는 끝내 덜컹거리지 않았다
우는 것이 왜 부끄러운 건지 물어본 적은 없었다
자동차의 핸들은 자꾸 어떤 길을 고집하는 것 같았다
무섭지 않았다
고기를 다 뜯어먹지 못한 겨울 까마귀들이 폭설 속에 떠다니고 있었다
먼 항구에 신발처럼 떠 있는 작은 선박들은
바로 어제쯤 잃어버린 제 항로를 생각하고 있었고
나는 품속에서 알약을 꺼내 한 줌 씹어 먹었다
주머니엔 아직 더 삼켜야 할 알약들이 눈송이처럼 많이 남아 있었다
마른 잡풀 속으로 놀라 달아나는 산꿩처럼
살면서 몇 번이나 저렇게 막다른 길을 보게 될까
여기다, 여기다, 바람에 날리면서 멀어지는 미친 길들이 손짓을 하고
아버지가 차 트렁크를 열고 밖으로 나와
여기쯤에서 당신을 묻어달라고 삽과 곡괭이를 꺼낼 때
붉은 장삼자락을 펄럭이며 동백꽃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중들이
내가 모르는 지명을 자꾸 묻고 있었다
이제 그만 가도 된다, 아버지는 나를 돌려세우고
나는 반쯤 묻은 아버지를 캐내었다가는 다시 묻고, 묻고 하였다
오래 전에 나는 아버지를 내다버린 적이 있었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것만 같았다
괜찮지…… 그렇지, 아버지?
폭설이 산 위에 천막을 쳐놓고 길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 최금진, ≪남쪽 여행≫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4월 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4월 7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4월 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31524.html

2014년 4월 7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404/h2014040620492575870.htm

 


 
먹고는 살아야 한다 이건가?

 

 


 
―――――――――――――――――――――――――――――――――――――――――――――――――――――――――――――――――――――――――――――――――――――

”착하게 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입 다물라고 하면 침묵하면 됩니다.
그러나 건강한 삶은 힘들어도 바르게 사는 것입니다.
주장하고, 행동하고, 남을 배려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 잡는 것입니다.”

                 - 트위터 "오두막 순례자"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2630 헉!! 땅이 푹 꺼졌어요 6 건너 마을 .. 2014/06/30 3,274
    392629 잊지 않아요 세월호) 장미화분에 좀벌레가 있어요. 장미 2014/06/30 1,406
    392628 대형마트서사온 물고기들이 계속싸우고 이상해요 4 초보자 2014/06/30 1,652
    392627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보신 분 ? 4 어때요 2014/06/30 2,277
    392626 talking tom 이라는 동영상 프로그램으로 유튜브에.. 탐탐 2014/06/30 700
    392625 변액유니버셜 만기 찾을까요? 마이너스 ㅠㅠ 8 보험 2014/06/30 2,775
    392624 하루요... 김연아 어릴적모습과 비슷해보이지 않나요? 19 ,. 2014/06/30 3,909
    392623 양념 소고기 코스트코나 빅마켓도 문제있다고 나왔나요? 5 먹거리파일 2014/06/30 3,077
    392622 정도전 마지막 대사, 대박이네요! 6 드라마 2014/06/30 4,289
    392621 어깨가 너무 아파서 병원 가려는데요.옷차림을 어떻게? 11 블루 2014/06/30 2,439
    392620 마흔중반. 자전거 못타는데 혹시 잘타는 방법이 있을까요? 15 동네아이들이.. 2014/06/30 2,896
    392619 일본대표팀 주장이 블로그에 쓴 글..txt 3 기억하나요 2014/06/30 2,380
    392618 [펌]갓난아가 뺨 때리는 남자 28 진짜 2014/06/30 11,507
    392617 안구돌출에 관한문의 1 서쪽바다 2014/06/30 1,162
    392616 아이때문에 스마트폰과 컴퓨터 없애신 분들 계시나요? 현이훈이 2014/06/30 862
    392615 우리나라 축구, 지휘자만 달랐으면 16강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7 축구 2014/06/30 1,458
    392614 국민TV라디오에서 내일부터 김어준평전 한데요~^^ 3 아마 2014/06/30 1,696
    392613 朴대통령 ”높아진 검증기준 통과할 분 찾기 어려웠다”(종합) 15 세우실 2014/06/30 2,471
    392612 4대보험 가입 질문 좀 드려요 저.. 2014/06/30 1,748
    392611 강아지가 자일리톨 껌 먹었던 경험있는 분 계세요 2 . 2014/06/30 2,339
    392610 썬크림을 덧바르면 건조해져요 9 광과민성 2014/06/30 1,558
    392609 [잊지말자0416] 홍콩에서의 딱 1박 2일 뭘해야 할까요? 3 홍콩 2014/06/30 1,145
    392608 딸아이의 첫 남친 18 엄마 2014/06/30 5,053
    392607 너무 자주와서 힘들어요 현명한 방법은? 19 2014/06/30 5,235
    392606 정도전 보셨던 분들~어제 마지막회를 보고 12 이제 뭐하나.. 2014/06/30 2,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