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홀로 점심

갱스브르 조회수 : 964
작성일 : 2014-03-28 13:16:37

오후가 되니 햇살이 곱다 못해 과하다

아침 나절 바람도 심상찮게 부드럽더니 ..좀..덥다

봄이 꾸역꾸역 올라와 이제사 만세를 부르나 보다

약속이 2시간 뒤로 미뤄졌다

난감하다

촘촘하게 짠 뜨개실에 구멍이 난 것처럼...

아케이드를 걷다가 점심이나 떼우자 하고 두리번 하는데

하얀 캡을 쓰시고 입막음 마스크를 착용한 이쁘장한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 엄마 죽 "이라는 자그마한 글씨의 수줍은 간판

한창 사람들이 몰리는 때라 조금은 한적한 식당을 물색 중이었고

안을 보니 대여섯 정도가 띄엄띄엄 의자에 앉아있다

일행은 얼마 없고 대부분 혼자 밥 먹는 이들이다

그 반가운 동질감이란!

당당히 들어가 가운데 자리를 차지해도 아주머니가 안고 싶은 데 앉으라고  주문을 받으신다

예전 만화 "호호 할머니"를 닮으셨네...^^

눈도 입도 ..진짜 웃으신다

서비스업이 워낙 피곤한 일이라 대부분 정형화된 인상이 있다

입은 웃지만, 눈은  무의미한 빛을 내보낸다

그렇게 잣죽을 시키고 혼자라는 어색함을 무마하려 괜히 핸폰을 만지작 거리고 수첩을 꺼내

분주한 척하다, 뭐하는 짓인가 싶어 따라주신 보리차를 홀짝댔다

사실 혼자 밥을 먹을 땐 살짝 시간대를 피한다

일군의 사람들이 빠진 식당에선 혼자 라는 의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쩝쩝...다들 맛나게들 먹는다

그릇에 코를 넉자는 빼고 먹느라 얼굴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이 직장인들이다

동료들이랑 삼삼오오 몰려다닐 시간에 혼자 와 먹는다

여지없이 그들이나 나의 곁에는 핸폰이 있다

앞에 앉은 한 남자가 연신 한쪽 다리를 떨면서 먹는다

한 손엔 수저 한 손엔 핸폰이 연신 왔다리갔다리 한다

다리는 정확히 4분의 3박자의 리듬으로 떤다

돌아앉았다...내 눈이 자꾸 그 남자의 다리를 세고 있다

주문한 죽이 나왔다

과감하게 핸폰의 전원을 꾹~ 눌렀다

오로지 나만의 점심을 위해서...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0716 이번 인재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화근이다. 인책론 2014/04/17 840
    370715 선장 진짜 이상해요 1 .. 2014/04/17 1,535
    370714 현재 우리나라는? 그리고 우리는.... 4 침몰하는중 2014/04/17 1,146
    370713 제발 모닝 2014/04/17 645
    370712 근데 구조대원들도 죽을힘을 다해 구조하는데..비난하는 거 그만했.. 19 333 2014/04/17 4,051
    370711 과실치사 아니예요 1 선장 2014/04/17 1,284
    370710 tv를 껐습니다 1 천사 2014/04/17 1,002
    370709 다른 선진국들도 이런 대형사고에는 속수무책이었을까요? 7 제발 2014/04/17 1,691
    370708 22살 여승무원 박지영 양을 의사자로 선정해야 합니다! 7 참맛 2014/04/17 3,752
    370707 이건 사고가 아닌 살인이예요 4 진도여객선 2014/04/17 1,161
    370706 여섯살 아이가 세월호에서 구출된 뉴스를 보았어요.. 3 아가야.. 2014/04/17 3,093
    370705 그만둬야겠지요? 2 조언 2014/04/17 1,410
    370704 헬리콥터 500대도 안 될까요? 7 하자 2014/04/17 2,020
    370703 침몰한다는 방송은 10시15분, 선장은 9시 탈출???? 8 참맛 2014/04/17 2,799
    370702 선장이 주머니에 돈을 말리고 있었다라... 선장이라는 .. 2014/04/17 2,527
    370701 이 와중에 내일 유치원 소풍.. 5 돌돌엄마 2014/04/17 2,545
    370700 생존자 많대요. 배에서 구조 기다리고 있대요. 16 아직은 2014/04/17 15,214
    370699 2014년 4월 17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4/04/17 1,031
    370698 2학년 9반 담임교사 최혜정씨 시신 확인 12 슬픔 2014/04/17 7,642
    370697 생명줄이라는 구명보트는 왜 펴지지 않았을까요 4 진홍주 2014/04/17 2,269
    370696 동생이 미국서 사는데, 크루즈 여행을 최근에 다녀왔어요. 3 알콩달콩 2014/04/17 5,348
    370695 한 영화만 떠오른다는.. 그냥 2014/04/17 1,033
    370694 이번사고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 19 진실은폐 2014/04/17 3,878
    370693 바보같은질문좀 3 궁금맘 2014/04/17 1,040
    370692 정치에서 뭐 구린건 없는지 3 염려 2014/04/17 1,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