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신발

갱스브르 조회수 : 741
작성일 : 2014-03-27 16:35:36

신발엔 그 주인을 닮은 표정이 있다

남의 집에 방문할 때 습관 중 하나가 현관문에 널브러진 신발을 본다

대충 구성원을 짐작해 보고 근거 없는 직감이 온다

어느 땐 맞고, 어느 땐 꽝이지만

신발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뒤축이 닳는 모양으로 성격을 짐작한다는 달인까지는 아니어도

땅을 딛고 선 신발엔 애틋함이 있다

지쳐 돌아다닌 어느 날

신발을 봤다

마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그 날 하루의 내 모습처럼

신발은 초췌하게 구겨지고 군데군데 흠집이 나

전 날 반짝반짝 곱게 다듬어놓았던 생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를 쓰다듬듯 얼른 화장실에 들어가 휴지에 물을 적셔 살살 달랬다

자기연민까지 발동돼 고개를 푹 숙인 얼굴 아래 피가 쏠렸다

그때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신발을 들여다보면 지금의 내가 보인다

일상의 켜 한 줄 한줄 신발은 함께했으니까...

우스개소리지만 여름 한 날

육중한 몸집의 남자가 조리를 질질 끌고가는 모습을 봤다

남자의 체중에 눌린 조리는 땅과 밑창의 구분이 아슬아슬할 만큼 경계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남자의 힘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

포박당한 모습이었다...ㅠ

IP : 115.161.xxx.12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3.27 4:38 PM (116.121.xxx.197)

    가끔 느끼는데 갱스브르님 글을 참 잔잔하게 잘 쓰시네요

  • 2. ㅡ.ㅡ
    '14.3.28 11:50 AM (125.131.xxx.56) - 삭제된댓글

    마지막..정말 짠하네요..ㅡ.ㅡ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4585 목포 특별예비군 중대장님 돌발발언 유튜브에 업로드 했어요. 26 Pianis.. 2014/04/28 3,664
374584 깨어 있는 시민들의 외침은 시작 됐다. 3 시민 2014/04/28 1,599
374583 펌) 이 분노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당신께 2 정독 요망 2014/04/28 899
374582 살아 돌아오지 못한것도 서러운데 5 ........ 2014/04/28 1,355
374581 지방낭종 수술 후기 8 dd 2014/04/28 5,797
374580 고 박수현군이 남긴 세월호 마지막 15분 동영상 8 . 2014/04/28 2,756
374579 사고 신고 받은 목포해경 등 압수수색 5 진홍주 2014/04/28 638
374578 평생을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며 사느니 양심선언... 10 무위 2014/04/28 3,607
374577 우리나라 대통령 맞아요? 6 황당 2014/04/28 1,496
374576 동영상 저장법 좀 알려주세요 3 -- 2014/04/28 716
374575 해경이 도착해서 소극적인 이유 11 해경 2014/04/28 3,819
374574 유병언장남 레스토랑..박정희 흉상,이명박 시계 전시 3 ... 2014/04/28 2,984
374573 출항저지 장관은 안행부 7 퇴임해 2014/04/28 2,169
374572 옷닭은 한미동맹에 무슨 불만이 있나 보네요? 한미동맹 2014/04/28 824
374571 어디서부터 어떻게... 킹콩과곰돌이.. 2014/04/28 277
374570 '윤부한 중대장 양심선언' 검색어로 계속 치면 되나요? 알려주세.. 3 .. 2014/04/28 1,982
374569 slr에 올라온 그림 하나 보고갑시다. 4 광팔아 2014/04/28 1,450
374568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초반부터 졌으면 좋겠어요 15 ... 2014/04/28 2,048
374567 표창원교수님 트윗 22 모금반대 2014/04/28 5,595
374566 문이 잠겨있었다면.. 2 .. 2014/04/28 1,761
374565 배가 아까워서 그런게 아닐까요? 2 혹시 2014/04/28 1,210
374564 '세월호 가족행세' 구호물품 대량 챙긴 사기범(종합) 9 세우실 2014/04/28 1,773
374563 이와중에 죄송합니다.내신과 선행중에 5 이와중 2014/04/28 1,088
374562 우리나라 대형 재난뒤엔 "관피아" 4 dd 2014/04/28 798
374561 지금 우리의 심정일까요... 고은님의 시 링크입니다... 5 써니 2014/04/28 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