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알림장 보니 직각 삼각자 준비물이 있더라구요.
아무 생각없이 아이 태권도 가는 시간에 인근 천원샵에 가서 사오니
너무 크다는 거에요.
그래? 그럼 학교 갈 때 엄마랑 같이 가서....
헉. 그런데요. 갑자기요.
지금 내가 뭐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딩도 아니고 1,2학년도 아니고 초등 3학년인데..
내가 너무 어린 아이 취급하고 있다는 깨달음이 팍....왔어요.^^;;
지금껏..과제, 준비물. 뭐뭐. 마치 제가 학교 다니는 양
착착 알림장 보고 챙기고 가방에 딱 넣어 보냈는데.
언제까지 이럴꺼야? 하는..
마치 누가 제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아냐. 내일은 혼자 가서 사 봐.
내가???
하는 아이의 눈에는 두려움반..기대반이 있네요.
정확히 필요한 게 뭔지는 알지?
응.
돈 줄테니 한 번 해 봐.
없으면 어쩌지. 다 팔렸으면....
없으면 다른 문방구 가보면 되고, 못 찾으면 여쭤보면 되지.
사실..
그렇게 말해놓고서도 아침엔 살짝 갈등했어요.
그냥 휙 같이 가서 가방에 안전하게 넣어주고 오는 게 내 맘이 편할텐데..
돈 2천원 주머니에 넣어주고
에고 잃어버리면 어쩌나 ..흘리지나 않을까. 잔돈은 제대로 챙길까 하는 걱정보다는
이제
스스로, 알아서 ...준비물을 못 사든, 돈을 잃든, 간수 못하든 잘 하든
이제 너 혼자 느끼고 경험해야 할 때구나 하는 그런..
아이의 경험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 제 눈앞에선 한없이 아기처럼 보이고 ..
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거 같고...그렇지만.
이제 더 이상 이렇게만 해주는 건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아닌거겠죠?
참, 어찌보면 별 것도 아닌데.ㅋㅋ
뭐든지 처음이란 게 다 이런가 봅니다.
글은 이렇게 쓰지만 솔직히는 ...진짜 제대로 사서 챙겨 갔는지..
가슴이 살짝 콩닥콩닥해요..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