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조조영화

갱스브르 조회수 : 390
작성일 : 2014-03-16 11:31:08

처음엔 단돈 몇 천원 할인이 주는 기쁨이 있었다

아침이 피곤한 심야영화보단 이른 아침 썰렁한 극장에서의 한가로움이 훨 낫다

요즘에야 창구에서 직접 표를 사는 수고는 사라져가지만

왠지 난 줄서고 이리저리 영화 포스터도 두리번거리고

한 줄 한 줄 내 차례가 돌아오는 소소함이 아..영화를 보러 왔다는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자리에 웬만하면 앉을 수 있다는 것

듬성듬성 머리만 보이는 텅빈 의자를 보며 언제든 중간에 자리도 옮길 수 있고

가방도 옆 의자에 턱하니 한 자리 차지해도 뭐라 할 사람 없고

따닥따닥 붙어 낯선 사람의 숨소리 거슬리지 않으니 자유롭고

밀폐된 극장이 주는 어둑한 자유가 조조영화에는 있다

또 하나 속 보이는 이유가 있다

조금은 야한? 영화를 혼자 봐야할 때...

벌건 대낮에 삼삼오오 무리져 있는 군중 속에서

전라의 영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기란 사실 부끄럽고 마음이 좀 누추해진다

한데..그게 참 이상한 것이

일명 예술영화관에서의 에로틱은 그럴싸한 본성쯤으로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다

예술이란 단어가 주는 기막힌 배려다

그런 비주류 영화관엔 또 혼자 오는 사람들이 일반적이다

가끔 지루하고 일상적인 파편에 관념을 난해하게 집어넣어 무료한 기분을 상승시키고 싶을 땐

아주 딱이다!

내 생애 최초의 조조이자 야한 영화의 첫 걸음은

로만 폴란스키의 "비터 문"...

아마 대한극장이었을 거다

컴컴한 극장 안에서도 뭔 죄지은 사람처럼 어깨를 진뜩 웅크리고 눈만 반짝이던 그때

어렴풋이 뒤 어느 구석탱이에서 이상한 호흡을 내던 아저씨의 쉰소리...

퀘퀘한 극장의 냄새까지

마지막 대한극장의 추억이다

근데 요즘은 "조조"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내 주말 아침의 호사가 더이상 나에게만 허락되진 않는다

나 또한 누군가의 ...

한적한 아침의 칩입자가 됐으니 말이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5954 재산보다 빚이 많아 한정승인 하면 돈 빌려준 사람들이 괴롭히지 .. 7 궁금이 2014/04/02 3,024
    365953 79세 엄마가 자꾸 비틀거리십니다ㅠㅠ 11 ㅜㅜ 2014/04/02 1,878
    365952 1층 담배연기 4층으로 올라갈까요? 7 이사고민 2014/04/02 1,615
    365951 선물 추천 받아요 좀 도와주세요 3 2014/04/02 529
    365950 문제 풀이 부탁드려요^^ 4 초등수학 2014/04/02 283
    365949 윤민수는 도대체 후를 어떻게 키운걸까요? 34 단팥빵 2014/04/02 22,050
    365948 연아 아디오스노니노 이탈리아 해설본 나왔어요. 7 ... 2014/04/02 2,591
    365947 세탁기에 섬유유연제 3 통돌이 2014/04/02 2,127
    365946 정으로 보는 미드...있으신가요? 14 정으로 보는.. 2014/04/02 1,717
    365945 매일 매일 미열 지속, 몸에 감기기운 지속, 어지러움 9 아픔 2014/04/02 12,483
    365944 동창모임장소추천요~ 3 목련 2014/04/02 777
    365943 태동이 심하면 별난아이가 태어날까요? 16 배고파 2014/04/02 5,603
    365942 가정용 도정기 쓰시는 분 계세요? 4 사랑해 11.. 2014/04/02 831
    365941 핸드폰 안 받을 때 벨소리 안 울리게 하려면 2 수영 2014/04/02 1,034
    365940 운전연수 받아야 되는데.... 4 길치 2014/04/02 1,197
    365939 어린이집서 밥안먹는 아이 5 아자 2014/04/02 1,914
    365938 커트러리선택 도와주세요 4 지앙 2014/04/02 1,279
    365937 강낭콩으로 반찬해도 될까요? 1 강낭콩 2014/04/02 681
    365936 고등학생 엄마모임 돈 걷는거 16 ... 2014/04/02 2,770
    365935 팟캐스트 어플 뭐 쓰세요? 2 ... 2014/04/02 4,433
    365934 일주일후 아들 군에 입대하는데 8 82cook.. 2014/04/02 1,203
    365933 어제 오늘 계속 국제전화로 보이스피싱이 오네요. ㅡ.ㅡ 2014/04/02 1,829
    365932 부추에 달팽이가...ㅠㅠ(비위 약하신 분 패스...) 3 ㅠㅠ 2014/04/02 1,255
    365931 청바지 반골반바지 불편한가요? 3 편한게좋은데.. 2014/04/02 1,326
    365930 '인혁당 사건 배상금 환수' 정부 승소 100억원 넘어 세우실 2014/04/02 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