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봄맞이 단장을 한껏하고 왔다
소위 말하는 폭탄머리를 했는데 일단 스타일이 바뀐 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상황
여자들의 소란스런 칭찬이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찰나
한 남자 선배가 정색을 하며 혼잣말을 한다
"여자들은 참 이상해..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그러는 거야??..."
순간 주르륵 돌려가며 한 마디씩 하던 입들이 쏙 들어가고
그 어색한 상황을 무마하려 여자 후배는 자신을 내던진다
"ㅋㅋ 네 선배님 저 못생겼어용~~~!!"
그렇게 분위기를 바꾸자 여자 선후배들 사이에서 남자 선배를 꼬집으며 예쁜데 왜 그러느냐고 힐난을 하자
남자 선배... 진짜 진지하고 궁금해서 질문을 한 거라며 무심한 표정으로 아니면 말고라는 듯 휑하다
사실 여자들의 칭찬이라는 것이 알 듯 모를 듯 하면서도 정말 말하고 싶은 게 뭔지 당사자는 직감하고 있다는 거다
어중간한 용모?를 찬양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10명 중에 9이 미인이라 하면 절대적 미인이랄 수 있다
한데 반으로 갈리는 경우는 개성이나 취향에 따른 문제여서 전형적인 미인의 범주에 넣기는 갸우뚱...
아마 그 남자 선배의 아름답다의 기준은 그런 정형화된 미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솔직한 내 경험으론 입 벌어지게 뛰어난 용모를 가진 사람을 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대놓고 찬탄하기 전에 어찌 저런 몽타주가 있을까 싶은 감동에 말이 쏙 들어가버리기도 한다
그렇담 그저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그 치레라는 의미를 우리가 모를까...
안다...
빈말이지만 그래도 들으면 좋은 게 사람 맘이다
70 다 된 할머니한테 왜그렇게 젊어보이세요?..라는 말이 실체를 벗어난 뻥이라 해도
그만큼 상대를 존중해주고 친근해지기 위한 귀여운 바람몰이로 보인다
한바탕 여자 후배를 둘러싼 웅성거림이 잦아들자
그 후배 살짝 내 옆으로 오더니 조근조근 묻는다
"선배님 저 머리 이상해요?, 파마 바로 만 뒤에는 좀 촌시러운 거 아는데 ..그잖아두 바로 샴푸하고
좀 자연스러워 보일라구 막 일부러 풀구 왔거든요.."
"아냐...이뻐..일단 눈에 확 띄어...밝구!.."
진심이었는데..후배의 눈빛은
뭔 갈등을 하는지 자꾸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