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하는 건강검진, 40살 이후로 몇회 받으면서 거의 형식적인 기분으로 하고
결과도 그리 신경쓰지 않고 대충 보고 넘겼었어요.
작년 12월 다 되어서 해가 가기전에 받긴 받아야 할 것 같아 예약하려니 12월 31일 00 시 밖에 안된다하여,
한해의 마지막 날 간신히 예약하고 검사 받았는데
X레이 검사 결과 석회화가 보인다고 (석회화라는 단어도 처음 들었네요.)
초음파 검사 해보자고 하여 추가비용 들여 검사했어요.
의사 말로는 종양이 초음파에서 보이는 경우도 있고
저처럼 초음파에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근처 대학병원 가서 정밀검사 하라고..
속으로 초음파 비용만 날린건가,, 투덜거리며.
CD한장 구워준거랑 소견서 들고 근처 대형병원에 갔어요.
거기서 X-레이, 초음파 또 검사했는데
초음파로 종양이보이는 경우 맘모톰으로 제거 하면 되는데
저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는 맘모톰으로 조직검사를 하자고 하네요.
석회화 모양와 퍼진 상태가 안좋다고 상담사가 진지하게 말해주고.
이 때부터 조금씩 심각함을 느꼈어요.
며칠 후 맘모톰 검사로 조직검사 결과 0기 유방암 (상피내암) 이 판명되었구요.
0기 지만 생긴 모양이 안좋고 전체적으로 퍼져있어 전절제가 불가피하다는 의사의말.
혹은 부분절제는 가능하지만 재발율20% 에 방사선치료 병행.
나에게도 암이? 제겐 너무 비현실적인 병명이라 느껴지더군요.
남편 알면 신경쓸까 혼자 갔었는데 듣고 나와 버스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더군요.
처음 동네 병원에서 무심코 형식적으로 했던 건강검진에서 어제 최종으로 열흘 후 유방전절제 수술을 잡고 나서
또 한번 눈물이 흐르더군요. 그간 다 받아들이고 인정했다고 생각했었는데도 말이죠.
지금은 열흘 후 있을 수술을 담담히 준비하고 있고 그나마 지금이라도
이렇게 한 검사로 발견 된 것이 어딘가 감사하고 있어요.
0 기이니 99% 완치된다 하고 그래도 항암도 안하고 방사선도 안해도 된다니 어려움 속에서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병원에서 어디서 처음 검사했냐고 물어 공단 정기검진 이었다 하니 정말 운 좋게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
또한 두달 여간 결과가 나오기까지 초조함 속에서 제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동안 나는 왜 이렇게 아둥바둥 살았을까.
나를 위한 돈에 대해서는 베스킨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는 것도 벌벌 떨며 나에 대한 투자는 아까워 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나는 왜 그렇게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느끼며 살았을까.
요즘 100세 시대라 하지만 마흔 후반인 나에게 추후 50년의 시간이 보장된 것 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이 달라 보이더군요.
누군가에게는 어제와 다르지 않을 오늘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없이 소중한 시간일 수도 있다는 사실.
그동안 마음이 늘 편치 않아 집중해서 책이 읽히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세상에 있는 이야기 들이 다 하나같이 소중하단 생각에
책 읽는일이 즐거워 졌어요.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된거죠,
이제 와서 해봤자 피아니스트가 될 것도 아니고 무슨 소용 있나.. 하고 한동안 놓았던 피아노를
다시 열심히 치게 되었어요.
또한 얼마전 82 자게에서 보았던 하루3가지 감사한 일을 기록하기를 실천하고 있어요.
행복지수를 높혀보도록 노력하는 거죠. 정말 적다보니 세상은 감사한 일들이 너무 많아요.
아들이 오늘 아침밥이 특히 맛있다고 말해 준 일, 잊었던 책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도 ,
외출하는데 남편이 춥다고 목도리를 둘러 준 것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도...
그리고 주위사람들에게 이왕이면 좀 더 많은 관심과 따뜻한 말을 전하게 되었네요.
어바웃 타임이란 영화 후반부에서 보듯 주인공이 작은 숍에 가서도 이왕이면 상냥한 얼굴로 점원에게 인사해주기.
그러니 그 점원 또한 밝은 미소로 대답해주기. 마치 긍정적인 기운을 여기저기 전파하는 기분으로요.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좀 더 따뜻하고 자애로운 말로 대화하고..
몸이 좀 좋아지면 봉사활동도 찾아 볼 예정이예요.
너무 많이 부렸던 욕심도 내려놓으려 마음을 다잡구요.
스트레스 잘받는 성격에 우울할 때마다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 찾던 습관도 버리고
이제는 나이에 맞게 좋은 음식을 가려먹게 되었어요.
하루 대여섯개 대충 밥대신 먹던 믹스커피도 그 날로 바로 끊어버리고.
제 인생에 이런 거친 파도가 있으리라 상상한 적이 없었지만 그게 나와 무관한 일 만은 아니었음을 깨닫고
그나마 초기 발견으로 완치가 거의 가능하다 하니
이제는 건강도 생각하고 한 템포 느리게 가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제가 무사히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기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경험자 분들의 조언도 정말 감사하겠구요.
82분들도 건강 챙기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