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멋진 친구

갱스브르 조회수 : 1,844
작성일 : 2014-03-07 19:46:59

20년지기 친구가 있다

자유분방한 웃음 너머엔 항상 캐낼 수 없는 비밀이 있는

여럿이 같이 만나 수다 떨다가도 나 먼저 간다고 일어서면

행방이 묘연해지는 그런 친구...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하면 막 궁금해져서 안달복달하게 만드는 친구

그런 딴 세계 같던 친구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잘 살다가

남편과 떨어져 경기도 외곽에 집을 사더니

나올 줄을 모른다

그런 친구를 이해해주는 신랑과 애도 대단하지만 자기의 온전한 자유를 존중받고 사는 모습이 부럽다

당장은 있는 돈 까먹고 살 거야..하는데도 별 걱정 없어 보이고

서울 집 시골 집 두 집 살림하게 된 남편은 졸지에 홀아비 신세가 됐는데도

주말마다 애 데리고 룰루랄라하며 온단다...

워낙 도시를 좋아하고 문명의 이기?를 사랑했던 친구라 얼마 못버티고 올 거야..장담했는데

웬걸!..

벌써 1년 반

이젠 손에 흙도 턱턱 묻혀가며 이것저것 텃밭도 가꾸고 아주 솜씨가 태가 나는 것이 시골 촌부 다 돼간다

아직 40도 안된 처자?가 전원 생활 하기엔 이른 거 아니냐고, 무엇보다 남은 가족들이 뭔 생고생이냐고

진지하게 물었더니

친구 왈... 이제야" 나 대로"... 사는 것처럼 산다고...

그동안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노력했고 그럼 언젠가는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될 줄 알았다나...

돈 벌고 사고 싶은 거 사고 맛있는 거 먹고 여기저기 좋은 데 호사 누려도

배부른 소릴한다고 핀잔 받을까 가까운 사람한테 얘기도 못하고

끙끙 앓아 마음의 병이 깊어져 내가 먼저 살고 봐야지 하는 생각에 한 달 만에 모조리 정리하고

피란 가듯이 도망친 거라고 한다

친구랍시고 반짝반짝 웃는 미소에 얘는 잘 살고 있구나..했는데

막걸리에 부추전 해서 먹고 뒹굴데다 오는 길이

참 뭐라 할 수 없는 허기와 행복이 동시에 부딪혔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아는 순간 비단을 입고도 흙탕물에서 춤출 수 있는 자유를 봤다

난 이제나저제나 돈 벌 궁리에 하루가 참 짧은데...

차 한잔을 마셔도 분위기 따지던 친구

밥 벅고 대충 그릇에다가 커피 타서 휘휘 저어주는데

왜 그리 맛있던지...

그러곤 둘 다 대자로 뻗어 잤다

내 불면증이 단숨에 날아간 밤이었다

IP : 115.161.xxx.17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지니맘
    '14.3.7 7:58 PM (117.111.xxx.173)

    그런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고
    그런 친구를 표현해주고
    이해해줄수 있는 원글님 같은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 2. ..
    '14.3.7 8:00 PM (122.36.xxx.75)

    원글님 글 맛깔스럽게 잘 적으시네요

    서로 멋진 친구네요^^

  • 3. ㅎㅎ
    '14.3.7 8:05 PM (222.113.xxx.204)

    저도 읽으면서 글이 술술 읽히는게 잘쓰신다 생각했어요.

  • 4. 밍기뉴
    '14.3.7 8:05 PM (183.101.xxx.218)

    좋으네요
    저도 가까운 지인들과 그리 살기로 마음 모았는데
    차근히 가다보면.. 닿아있겠죠...

  • 5. ---
    '14.3.7 8:08 PM (14.56.xxx.77)

    와 이런글 좋아요^^

  • 6. ...
    '14.3.7 10:48 PM (59.15.xxx.61)

    내 맘이 다 자유로워지는 느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57906 유치원에서 양치컵에 간식 우유를 줬대요.. 14 5세아이 2014/03/07 3,873
357905 트위터 잘 아시는 분 가르쳐주세요~ 1 불금이다 2014/03/07 384
357904 운동몇시간 하세요? 22 사랑스러움 2014/03/07 3,459
357903 천안에서 아래쪽 지역으로 두시간이내 여행지.. 어디가 좋을지, .. 6 .. 2014/03/07 1,260
357902 초4남아 1 걱정걱정 2014/03/07 616
357901 프로포폴 부작용(무호흡, 사망) 무서워서 수면내시경 못하겠어요 .. 3 무서비 2014/03/07 3,760
357900 [펌]대기업 인사팀 18년차의 조언 43 인사팀장 2014/03/07 9,015
357899 멋진 친구 7 갱스브르 2014/03/07 1,844
357898 커피중독 극복하신분 있나요?? 23 폴고갱 2014/03/07 4,334
357897 모유수유 7 dbr 2014/03/07 988
357896 콤팩트 1 급노화 2014/03/07 548
357895 일본 스텐 도시락 괜찮나요? 1 방사능ㅡㅡ 2014/03/07 1,952
357894 무채색 계통 옷만 입으면 옷 못입는 사람처럼 보일까요? 23 패션 2014/03/07 6,779
357893 초3 남자아이들 모이면 뭘하고 노나요? 초대해놓고 고민이 되네요.. 8 .. 2014/03/07 1,121
357892 왜 마트에서 카트 안에 애들을 앉히나요; 75 식겁 2014/03/07 12,734
357891 미국에서 미국카드로 결재하면 2 청구금액 2014/03/07 490
357890 아포카토 맛있는 까페 알려주세요.. 12 ---- 2014/03/07 1,618
357889 82 크리스챤님들과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묻고 싶어요 5 사랑이란 2014/03/07 1,006
357888 오세훈이 1400억 쏟아부은 '세빛둥둥섬' 3 dbrud 2014/03/07 936
357887 19?) 요즘은 폐경도 좀 늦죠? 20 갱년기 2014/03/07 7,180
357886 알바생 포인트 카드로 적립하라고 했는데.. 4 .. 2014/03/07 1,013
357885 바퀴장바구니요사은품으로 1 공짜 2014/03/07 595
357884 아홉살 다섯살 남자아이 다섯시에 치킨먹다가 어디 다녀와서 지금... 17 질문 2014/03/07 3,770
357883 외신, 삼성 신문사에 기사 삭제 압력 보도 1 light7.. 2014/03/07 700
357882 여자들 모임에 남자가 참여하는 것에 대해.. 24 세실 2014/03/07 2,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