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하다가 여기서 처음 얘기합니다..
아, 아니네요.. 어제 두살 어린 남동생한테 얘기했으니 두번째네요
저는 어릴때부터 삼촌이 왠지 모르게 싫었습니다. 우리 남매를 딱히 귀여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이뻐하지도 않았어요. 어린 나이에도 그건 알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쯤의 어느 날 제가 거실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어요. (저는 지금도 잠귀가 매우 어두워서
누가 업어가도 모릅니다.)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었는데 그냥 눈을 뜨니 저를 누가 안고 있었어요
뒤척이니 그 누군가가 당황해하며 '어어 깼나?' 하며 몸을 뗐습니다. 삼촌이었어요.
저는 삼촌이 저를 안고 있었던 그 상황보다도 당황해하던 삼촌의 목소리와 표정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조카가 너무 귀여워서 그냥 안아주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것보다도 삼촌의 목소리와 표정이.. 뭔가 떳떳치 않았던 그 태도가 저에게 두고두고 상처였습니다.
어릴 적 생각에도 단지 안고만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 이상의 어떤 짓을 했는지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서
괴로웠습니다. 자라면서 한번씩 혼자 있을 때마다 그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어제 남동생과 이런저런 집안 얘기를 했는데 제가 '삼촌은 못 믿을 사람이다. 우리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이 아니
고 그건 내가 어렸을 때부터 느껴왔다'는 얘기를 하던중에 '이건 진짜 내가 엄마에게도 못한 이야기고 너한테만 얘기하는
거다. 삼촌이 내가 어릴때 이런 짓을 했다'라고 어제 동생에게 처음 얘기했습니다.
눈물이 나오는 걸 참으면서 겨우겨우 수치심도 참고 얘기를 했습니다..
동생 반응이 가관입니다... ' 확실치도 않은 기억을 가지고 왜 사람을 미워하냐, 그렇게 생각해서 좋을 게 뭐가 있냐, 직접
적인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단지 추측만으로 사람을 미워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도 삼촌은 나를 안고
장난을 잘 쳤다' 이렇게 말하네요
저는 정말 어렵게 어렵게 털어놓은 이야기인데.. 별것도 아닌 일로 예민하게 구는 사람 취급을 합니다.
얘기하다가 도저히 대화가 안되서 그냥 집을 뛰쳐나왔는데 동생이 보낸 카톡을 여기 써볼게요
'그럼 그렇게 말할때 내가 무슨말을 해주길 바란건데? 확실하게 이상한 짓한 것도 아니고 단지 추측인데 내가 그럼 삼촌 욕을 하고 그 상황을 인정해야 되나? 그거 땜에 삼촌이 싫은 거면 내가 생각하기엔 그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이나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일단 문제 자체도 확실치 않은 거니까 아닌 쪽이 상황도 좋은 거고 지금 와서 그 추측만으로 삼촌 욕하고 내가 그걸 인정하는 쪽으로 가면 누구한테 좋은 걸까? 내가 삼촌이 잘못했단 식으로 이야기 했으면 기분이 좋은 상황이야? 당연히 가족 입장에선 확실치 않은 거고 시간도 아주 많이 지났는데 그걸 들추어서 상처받는걸 원하겠냐? 입장을 바꿔서도 생각을 한번 해봐라'
저는 그 일로 트라우마가 생긴 것까진 아니지만 솔직히 삼촌을 보면 싫습니다. 거기다가 삼촌은 결혼을 늦게 해서
사촌동생들도 지금 굉장히 어린데 진짜 끔찍이도 예뻐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삼촌이 더 싫어요 가증스럽고..
동생은 자기 반응이 정상적이라며 인터넷에 한번 올려보라 합니다. 저도 제가 오바하는 건지 정상적인 건지 이제
헷갈리네요... 제가 바란 건 단지 제 기분을 이해해주는 것과 삼촌이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된다는 것을 동생이 알아줬으
면 했어요. 근데 저렇게 나올 지는 몰랐어요. 지금도 눈물 나고 답답하고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