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 축의금이야 조금 내기 싫은 맘도 있긴 했지만
장례식장 가서 조의금 낼 때는 아깝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돈 내고 하는 건...좀 형식적이란 생각은 했죠..
근데, 제가 상을 치르고 보니...
그 봉투가 마음으로 다가오더라구요..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요.
4년전 회사를 옮겼지만, 이전 직장 동료와 한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만났어요.
그러던 중, 그 중 한 언니 엄마가 갑작스레 돌아가셨다는 소식 듣고
바로 장례식장에 갔었고, 조의금 10만원 했죠.
그 언니는 나중에, 뭐 그렇게 많이 했느냐 했지만
전 많단 생각 안했구요.
그리고 다음해, 그 언니 첫째 아이 초등학교 입학이라
입학선물로 상품권 10만원 줬어요.
옷을 사줄까 고민 많이 해봤는데,
애도 키워보지 않은 미혼인 입장에서
고르기가 너무 힘들고, 현금은 또 좀 그렇고 해서요.
그리고 올 1월에 제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장례식장이 멀어서, 애 둘 키우면서, 회사 다니는 그 언니한테는 힘든 거 아니까
어디라고 얘기도 안해주고, 안와도 된다고만 했죠..
삼우제까지 다 지내고...한 열흘 뒤쯤 되는 날짜에 만나기로
원래 그 전 달에 그 언니와 다른 직장동료와 약속을 했었어요.
(셋이 직장이 다 달라, 한달 전 쯤 미리 약속을 항상 잡거든요)
근데, 동료 한명이 인대를 끊어지는 사고를 당해서 거동을 못하는 상황이니
다음에 보자고, 언니가 전화하더라구요....
전 그 언니와는 서로 집도 가깝고 해서, 둘이서만이라도 잠깐 보자고 할 줄 알았어요.
그게 벌써 한달 보름전이네요...
사실, 뒤늦게 조의금 주고 이런 건 전 생각도 못했었구요.
따로 연락도 하지 않았던 지금 현재 회사 언니들이
팀장에게 소식 듣고서는, 뭐가 머냐고 어디냐고 오겠다고 해서
발인 바로 전날 밤이니 괜찮다고 하고..
며칠 뒤 출근을 했는데, 봉투를 따로 주더라구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마음 써 준 언니들이 너무 고마운 만큼
그 언니한테 서운한 마음이 커요..
결혼식이고 장례식이고 끝나고 나서 부조금 계산하고 하는 거
속물 같고, 구차해보이는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제 안에 속물 근성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의를 알 수 있겠더라구요.
물론, 역시 같이 조의금 없었고, 만나지 못했지만 인대 끊어진 그 동료에게는
저보다 나이도 어리고.. 결혼도 안했고 해서..생각도 못했을 거라, 서운한 마음은 없어요.
근데, 그 언니한테는 정말 서운하고, 계속 만나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엊그제 다쳤던 그 동료가 이제 목발 떼었다고 이달에 같이 보자고 해서
날짜 조율중인데, 솔직히 그 언니는 아직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심란하기도 하고 해서 어제 오늘 고민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