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손주의 입장에서 본 할머니(베스트 글을 보고)
저희 엄마의 입장에서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거니
참 힘드셨겠지만
손주였던 저는 할머니와의 기억, 추억이
마흔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 소중합니다.
그 증 몇가지만 기억해보자면.
제가 아침밥을 안 먹고 학교를 가려하면
뭐가 그리 서운하신지.
밥에 물 말고
김치를 저에게 먹기 좋게 썩썩 손으로 잘라
물 말은 밥숟가락 위에 김치를 놓고 한 숟가락이라도 먹으라고
제 입에 억지로 집어 넣으시고
제가 꾸역꾸역 먹으면 어찌나 흐믓해하시는지
그 모습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제가 저녁에 티비를 볼 때면
과일 안 좋아하는 손녀 입에 귤 까서 알맹이만 넣어주셨죠.
저희 엄만 그 모습 보면 기겁을 하셨지만
할머니 품에서 귤 알맹이만 쏙쏙 집어먹으며
온돌방에서 누워 티비를 보던 그때가 잊혀지지가 않아요.
엄마는 자식 교육 망친다고 싫어하셨지만
성적이 나빠 엄마 한테 혼날 때
할머니가 방밖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한참을 왔다갔다 거리다가
"에미야. 이제 그만 혼내라." 하며 저를 꼭 안아주며
우리 새끼. 우리 강아지 하며 안아주며 제 눈물 닦아주던 그 기억.
말년에 관절염이 심해지셔서 기어다니실때도
타지역 대학 다니던 제가 오면
꼭 할머니가 밥상 차려 주고 싶으시다고
부들거리며 아픈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더덕구이를 하고 된장찌개를 끓이며
연실 싱글벙글하시던 할머니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 해. 제가 대학 2학년이 되던 그해
지병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한참을 꿈에서 절 붙잡고 우시며
힘들어하는 절 오히려 안아주던 할머니.
손주의 기억에서는
참 세상 무엇보다 이런 소소한 기억들이 참 소중합니다.
사실
엄마 입장에선 힘들었겠지만요.
베스트의 글 보고 문득 할머니 생각에 글씁니다.
참고로 저희 할머니는 모든 손녀. 손자들에게 이렇게 극진하게 하셔서
사촌들끼리
모이면 아직도 할머니 얘기하며 펑펑 울어요 ㅠㅠ
우리 인생에 이런 소중한 기억을 남겨준 것에 대해.
세상에 누가 뭐래도 내 편에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 사람이 세상에 없다해도 정말 힘있는 일이거든요.
1. 눈물 닦고
'14.3.4 10:25 AM (203.247.xxx.210)제가 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배우고 갑니다2. 내일
'14.3.4 10:25 AM (115.20.xxx.127)저두 가끔씩 외할머니가 보고싶어요..
무조건 예뻐해주는 든든한 할머니되려고 노력중입니다.
앞으로 10년뒤쯤이면....3. 저도 그런 기억이 있는데
'14.3.4 10:25 AM (180.65.xxx.29)합가해서 살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할머니를 너무 싫어해서
중학교때 돌아가신 할머니 장례식도 못가봤어요.4. 저도
'14.3.4 10:34 AM (115.136.xxx.38)원글님글을 보고 눈물 왈칵 쏟았어요.
등교 첫날 아이데리러 나가야 하는데^^;;;
할머니,할아버지 보구싶네요...5. hoony
'14.3.4 10:34 AM (49.50.xxx.237)저도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네요.
당신 며느리들한테는 엄하셨지만
우리한테는 한없이 너그럽고 자상하시고 인정많으시고
따뜻하신분이셨어요.
봉지봉지 넣어서 숨겨두시고 저한테 주시던 과자들.
하루도 안거르고 아침마다 새벽잠 깨워주시고
직장에서 늦게 오면 올때까지 안주무시고
옛날예기도 잘해주셨어요.6. 외할머니..
'14.3.4 10:37 AM (1.238.xxx.75)돌아가시고 나니 해가 갈수록 더 자주 찾아뵙고 말동무라도 해드릴걸 싶어서 자주 생각 나고
그때마다 눈물바람이네요.어쩌다 딸네집에 잠깐 다니러 오셔도 사위 불편할까 싶어 식사때만
잠깐 나오시고 다른 방으로 황급히 가시고..어린 손주 혼나기라도 하면 마음아파하는 표정으로
안절부절 하시다가..나중에 몰래 다가오셔서 달래주고 다독여주던 그 모습이 아직도 선해요.
천원도 아끼느라 잘 못쓰시던 분 이 손주들 결혼식에 몇 백만원씩 내놓으시고..정서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받은 사랑 돌려드릴 틈도 없이 돌아가시고 나니 세월 갈수록 회한으로 남아요.7. ㅡㅡ
'14.3.4 10:39 AM (125.178.xxx.26)눙물나 ㅜㅜ
8. ..
'14.3.4 11:05 AM (125.131.xxx.56) - 삭제된댓글막판에 치매걸리셨는데도 저보고 꼬깃꼬깃 몰래 접어 숨겨둔 돈 쥐어주셨어요..가끔 그리워요..ㅜㅜ
9. 아
'14.3.4 11:17 AM (59.25.xxx.110)진짜 너무 따뜻하네요 ㅠ
10. 가슴따뜻한
'14.3.4 11:30 AM (122.153.xxx.162)얘기네요.....
할머니들이야말로 손자만 귀하지...........손녀는 다 쓸데없는 아범 등골빼먹는 것들이란 말을 늘 주입하시던 우리 할머니같은 사람
현재 우리시어머니같은 사람도 많아요11. ㅠㅠ
'14.3.4 11:34 AM (59.14.xxx.110)눈물나요... ㅠㅠ
저는 그리 좋은 기억은 없지만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네요.
며느리가 싫어하려나... ㅠㅠ12. ..
'14.3.4 12:05 PM (115.178.xxx.253)제 아이들에게도 할머니의 그런 면만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어머니 저희애들 이뻐하시지만 무조건적이지는 않으시고 나이드신 분의 고집도 함께 보여주시니까요.
저를 힘들게해도 아이들에게는 할머니 험담은 하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할머니이니까13. ㅎ
'14.3.4 12:08 PM (14.35.xxx.197) - 삭제된댓글저도 어린시절 할머니랑 살았지만 좋은기억이 전혀없네요 둘째지만 효자였던 울아부지덕에 울집에서 모셨고 장례에 제사도 아직 울집에서 지내건만 큰집의 사촌 남자애들과 우리(딸둘) 을 어찌나 차별하셨는지... 정도없고 잔소리와 짜증 소리 지르는거밖에 할줄 몰랐던 우리할머니 . 에휴...좋은기억많은 원글님이 너무 부러워요.
14. 음
'14.3.4 4:16 PM (115.136.xxx.24)할머니께서 참 아름답게 살다 가셨네요.....
좋은 것만 기억해주시기 때문인지... 암튼 아름다운 기억 부럽습니다..15. 저에겐
'14.3.4 9:17 PM (39.7.xxx.40)외할머니는 참 따스한 기억이 많은데,
친할머니는 꽤 오래 같이 살았지만 좋았던 기억이 전혀 없네요..늘 냉랭하고 말한마디조차 따뜻했던 기억이 없는...남보다 못한 할머니였죠.
이 세상의 모든 할머니가 다 똑같지 않고,
이 세상의 모든 부모가 다 똑같지 않다는걸,
어렸을 때 이미 깨우쳤답니다.
원글님은 복이 많은 분입니다.좋은 할머니를 두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