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건강 체질이라 제가 유산할 줄은 몰랐습니다.
첫째때는 허니문 베이비여서 얼떨결에 낳았고
키우다보니 아기가 정말 정말 예뻐서 둘째도 가졌는데 (3살 터울)
3개월만에 그냥 이렇게 가네요.
직장에선 10년차라 안정돼가는데
요즘 들어 내가 뭐하러 일하나... 결국 이렇게 아기도 가버리고..
하루종일 이런 생각만 듭니다.
회사 분위기가 나쁜 편은 아니어서
제가 유산한 뒤로는 다들 저한테 지레 조심하는 분위기에요.
사실 그게 더 불편하고 어렵네요.
일도 잘 안시키려고 하고.. (배려 차원이긴 하지만... 예전처럼 대해줬음 좋겠어요)
그럼에도.. 전 하루종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 합니다. ㅠㅠ
사실 전 제 직업과 직장을 무척 좋아해서 10년간 월요병 한번 없이 다녔어요.
권태기가 유산과 겹쳐서 더욱 이런건지.. .
아니면 이제 그만 직장은 정리하고 아이를 돌보라는 계시인건지...
최근 들어 부장이 바뀌면서 스트레스가 많긴 했는데
사실 살면서 그보다 더한 스트레스도 받았던것 같고
10년차 내공이라 죽을만큼 힘든것도 아니었던것 같은데
아기 심장이 안뛴다고 하니 내가 뭘 잘못했나... 하면서 매일 매일 지난 3개월
다이어리만 들여다보면서.. 어느 시점에 아기가 잘못됐을가..
부장한테 욕먹었던 그 날?
사고 터져서 밤샘근무했던 그날?
막 이러고 있네요...
유산 수술한지는 1달가량 되는데... 몸은 거의 2~3일만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이 정말 정리가 안되네요.
이렇게 일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제가 스스로도 적응이 안되요..
첫째아기 어린이집 다니고 시터 그렇게 바뀌는 순간에도 꿋꿋하게 버텼는데..
첫째 고열로 몸이 펄펄 끓을때 어린이집은 못보내겠고해서
아기띠로 업고 달래가며 일할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죽을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하아. 뭔가 좀 사람이 180도 바뀐거같네요.
조금 지나면 나아질까요. ㅠㅠ
첫째도 아니고 둘째인데 제가 너무 나약한 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