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시려와요

부모자식 조회수 : 1,486
작성일 : 2014-03-01 01:26:29

가슴이 시리다는게 애틋한 감정이 든다는게 아니고..

칼같은 차가운 바람으로 가슴이 얼어붙는것처럼 시려요.

어려서부터 엄마의 따뜻함같은거 전혀 모르고 컸어요.

딸만 넷 중 둘째인데 아주 어려서부터 이유를 모르게 엄마가 나를 다른 형제들보다 미워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줄곧 해왔네요. 칭찬하는 말이나 웃음, 스킨쉽 이런거 일절 없이 자랐네요.

어렸을때.. 여덟, 아홉살쯤으로 기억되요.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진 않은편이었는데.. 반찬이 없으면 계란후라이만 해서 밥이랑 비벼서 김치해서 먹는 날이 가끔 있었는데..  그럴때면 네 자매 중 저만 계란후라이를 안해주시더군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럼 전 어린 마음에 그게 너무 속상해서 밥상머리에서 혼자 눈물을 삼켰죠.

왜 나는 안주냐고 차마 묻지는 못하겠더라구요. 하루는 아빠가 보시고 왜 얘만 안주냐니까.. 저보구 니가 해먹으라고 소리를 질렀던게 생각나네요. 그 기억은 나이 마흔이 넘은 지금도 문득 문득 떠오르고 그럴때면 아직도 가슴이 너무 시립니다.

나무라는 말, 면박주는 말, 빈정대는 말, 싸늘하게 쳐다보는 눈빛..

모르겠어요. 엄마는 나한테 왜 그러셔야 했던건지..

쌍욕을 한다거나, 손찌검을 한다거나 그런건 없으셨지만, 그런 눈빛과 나를 대하던 엄마의 행동들, 비수처럼 마음속에 와박혔던 말들...

지금도 그런걸 떠오르면 너무 가슴이 시리고.. 어찌할바를 모르겠어요.

우습죠. 나이 마흔도 넘어서 아직도 그런 기억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엄마와의 관계는 다른 인간관계의 기본이 된다는 생각 들어요.

엄마와의 관계에서 태생적으로 자신이 없다보니.. 누군가 나에게 호감을 보여도 관계를 맺는데 자신감이 없네요.

나는 그냥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같고..

아직 미혼이고 형편상 엄마랑 아직도 같이 살고 있는데.. 엄마를 볼때마다 예전의 그런 기억들이 떠올라요.

표면상으로는 지금은 별 문제없이 지내고 있지만.. 독립을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런데 독립을 하면 서로 연락하는 일 없이 서서히 멀어질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이 드네요.

전생의 원수지간이 후생에서 부모자식으로 만난다는 말 있던데..

전생의 기억을 못지우고 후생에서 부모자식으로 만난게 아닐까 싶네요.

그냥 엄마를 생각하면 어찌 해볼 수 없는 벽이 느껴지고 마음이 외롭고 시려오네요.

 

   

 

IP : 123.109.xxx.20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3.1 1:38 AM (211.200.xxx.9)

    위로드리고 싶어요...
    저도 아빠에게 이유없는 미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아빠가 돌아가시기전에서야 아빠를 여유있게 바라보았네요.
    부모님께 사랑받지 못했고 형제간에 사이가 늘 외로웠어요.
    그래서 다른사람들과의 관계도 어느정도 거리감을 두고 만나고 늘 누군가를 믿어도 좋은지 의심하게되었고,,,,,
    스스로 극복하고자 반항하고 집도 나오고 그랬었네요.
    결국은 결혼이란것으로 친정에서 도망나오고 살다보니 제 맘에 여유가 생겨서
    엄마에게 먼저 전화하는것이 내 도리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되었네요.
    같이 사시면서 많이 외롭고 시리시다면 잠시 어머니곁을 떠나서 마음의 평안을 찾으셔서
    지나간시간을 되돌아보는것도 좋은방법인듯 싶어요..

  • 2. ..
    '14.3.1 3:30 AM (211.44.xxx.111)

    꼭 원글님이라서기보다 착하니까 손이 덜갔을수도 있어요
    소리 지른건 엄마 혼자 애 넷을 챙기려니 그게 힘이 부쳐서 순간적으로 나간말일수도 있고
    저희도 자식이 많아 엄마의 감정적인 부분이 불만스럽기도 했는데 이젠 또 먹을만큼 먹었고 엄마도 한 사람으로써 삶의 무게가 버거워 그러셨으리라 이해해요 생각하기 나름인거같아요..
    지금에와선 엄마도 내가 왜그랬나 후회하실수도 있구요
    엄마도 한다고 하시는데 자식 많음 그래요 한둘도 키우기 힘든데..오히려 저희 자매들은 제가 손 젤 많이 갔는데도 제가 젤 불만이고..나머지는 밖에서 컸어요 친구집에서 키우고 교회서 키우고 그래서인지 인간관계는 더 좋아요...

  • 3. 토닥토닥
    '14.3.1 5:56 AM (125.132.xxx.176) - 삭제된댓글

    그대의 맘의 상처를 토닥거려주고 싶네요 본인이 어린님을 안아줄만치 성숙해 지셨다면 어머니에게 조용히 물어보세요 그때 왜 그러셨어요? 저는 아직도 그일로 슬퍼져요 원망되요하고요 ... 그리고 역지사지로 그어머니를 이해해 본다면 그어머니는 친정부모로부터 사랑을 듬뿍받지 못하지나 않았을지요 또한 없는살림에 4자녀를 키우는 어머니의 스트레스는 얼마나 컷을까요 ㅠ 다른자녀 공정할 수 없었던 어머니의 마음에는 상처로 힘든 어린아이가 울고 있을까요 ...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습니다 님이던 저던... 대견한 점은 님은 상처받은 어린님을 안아줄 지혜가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 4. ..
    '14.3.1 11:33 AM (125.131.xxx.109)

    같은 상처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원글님께 공감하고 댓글님들께 고맙습니다.
    원글님, 우리 힘내서 잘 살아봐요.

  • 5. 부모자식
    '14.3.1 12:14 PM (223.63.xxx.232)

    따뜻한 댓글들 감사해요.
    많이 위로가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55758 연아가 쇼트시작할때... 31 미미 2014/03/01 12,092
355757 영등포신세계백화점 부근 1 식당 2014/03/01 884
355756 판을 깨는 기본- 분란 조장을 이용한 피로감 7 82깽판 2014/03/01 1,050
355755 좀전에 친정엄마가 애 안봐준다고 3 붕어낚시 2014/03/01 2,276
355754 사먹는 볶음밥엔 14 볶음밥 2014/03/01 4,377
355753 예민하고 까칠한 제 성격이 제게 스트레스를 줘요. 8 제 성격 2014/03/01 2,516
355752 반려견하고 20년 이상 아파트에서 8 바람 2014/03/01 2,040
355751 헉..이렇게 운이 좋은 사람은 뭔가요? 8 세상에 2014/03/01 6,039
355750 커피얘기 (유럽) 27 다양성 2014/03/01 5,152
355749 위로좀 해주세요. 퇴근길에 코너링하다 중앙분리대에 박았네요.ㅠ... 5 2014/03/01 1,538
355748 태극기 게양 4 삼일절이라.. 2014/03/01 467
355747 (무릎) 수술 경험 있는 분 요~~~~~(괴기 포함) 15 헤즐넛향 2014/03/01 2,395
355746 스타벅스 비치 우유 관련 왜 또 애기엄마 얘기가 나오죠? 9 허허 2014/03/01 3,757
355745 딸기 씻는 법 좀 알려주세요 15 3333 2014/03/01 6,567
355744 일본 기업은 왜 피겨후원을 그리 많이 할까요? 5 아사다앗아라.. 2014/03/01 1,807
355743 돌아가신분이랑 산사람 생일상 같이 차리는거 13 좋은날 2014/03/01 11,073
355742 지금 kbs1에서 작은아씨들 하네요 2 아아 2014/03/01 1,615
355741 사랑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3 인생과 사랑.. 2014/03/01 1,248
355740 친정엄마의 무시... 7 그때그이 2014/03/01 3,456
355739 형제들 원래 이리 싸우나요? 5 2014/03/01 1,426
355738 파리 세포라매장에서 화장품을 샀는데 2번결제되었네요.어쩌죠.. 4 아지아지 2014/03/01 1,707
355737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시려와요 5 부모자식 2014/03/01 1,486
355736 남이 쓰던 침대 받아도 될까요? 8 2014/03/01 6,638
355735 족욕 이요 딸기체리망고.. 2014/03/01 512
355734 80년대 중후반에 들국화 공연 보러 다니신 분 24 ... 2014/03/01 1,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