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시리다는게 애틋한 감정이 든다는게 아니고..
칼같은 차가운 바람으로 가슴이 얼어붙는것처럼 시려요.
어려서부터 엄마의 따뜻함같은거 전혀 모르고 컸어요.
딸만 넷 중 둘째인데 아주 어려서부터 이유를 모르게 엄마가 나를 다른 형제들보다 미워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줄곧 해왔네요. 칭찬하는 말이나 웃음, 스킨쉽 이런거 일절 없이 자랐네요.
어렸을때.. 여덟, 아홉살쯤으로 기억되요.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진 않은편이었는데.. 반찬이 없으면 계란후라이만 해서 밥이랑 비벼서 김치해서 먹는 날이 가끔 있었는데.. 그럴때면 네 자매 중 저만 계란후라이를 안해주시더군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럼 전 어린 마음에 그게 너무 속상해서 밥상머리에서 혼자 눈물을 삼켰죠.
왜 나는 안주냐고 차마 묻지는 못하겠더라구요. 하루는 아빠가 보시고 왜 얘만 안주냐니까.. 저보구 니가 해먹으라고 소리를 질렀던게 생각나네요. 그 기억은 나이 마흔이 넘은 지금도 문득 문득 떠오르고 그럴때면 아직도 가슴이 너무 시립니다.
나무라는 말, 면박주는 말, 빈정대는 말, 싸늘하게 쳐다보는 눈빛..
모르겠어요. 엄마는 나한테 왜 그러셔야 했던건지..
쌍욕을 한다거나, 손찌검을 한다거나 그런건 없으셨지만, 그런 눈빛과 나를 대하던 엄마의 행동들, 비수처럼 마음속에 와박혔던 말들...
지금도 그런걸 떠오르면 너무 가슴이 시리고.. 어찌할바를 모르겠어요.
우습죠. 나이 마흔도 넘어서 아직도 그런 기억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엄마와의 관계는 다른 인간관계의 기본이 된다는 생각 들어요.
엄마와의 관계에서 태생적으로 자신이 없다보니.. 누군가 나에게 호감을 보여도 관계를 맺는데 자신감이 없네요.
나는 그냥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같고..
아직 미혼이고 형편상 엄마랑 아직도 같이 살고 있는데.. 엄마를 볼때마다 예전의 그런 기억들이 떠올라요.
표면상으로는 지금은 별 문제없이 지내고 있지만.. 독립을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런데 독립을 하면 서로 연락하는 일 없이 서서히 멀어질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이 드네요.
전생의 원수지간이 후생에서 부모자식으로 만난다는 말 있던데..
전생의 기억을 못지우고 후생에서 부모자식으로 만난게 아닐까 싶네요.
그냥 엄마를 생각하면 어찌 해볼 수 없는 벽이 느껴지고 마음이 외롭고 시려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