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장례를 마친지 몇일이 안되었어요.
생전 불평불만 한마디없이 친정오빠가 주는대로 해주는대로 사시다 가셨어요..
사실 오래 사셔서 더는 친정 오빠랑 올케언니 고생시키기 싫어서 빨리 가시고 싶다고 그러셨는데
집에서 티비보시다가 갑자기 이유없이 쓰러지셔서 한달을 누워계시다가 깨어나지 못하고 가셨지요
마음에 준비는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던지라 경황없거나 많이 가슴 아프진 않았어요
그래 우리 엄마 이제 편히 쉴수있겠다 조금 더 사셨으면 막내딸이 맛있는거 많이 사드렸을텐데..
아쉽다 ..하는 생각이 들지만 엄마가 한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혀도 말리고 의식없이 누워계셨던걸 생각하면 편히 쉬시는게 낫지..하는 생각도 들고..
제가 건강에 항상 신경써야 하는지라 엄마 돌아가셧단 전화 받고도 바로 가보질 못했어요..
밤늦게 가셨는데 밤새 가서 자리지키면 무리해서 몸에 이상이 올게 뻔하거든요..
전 날밝은 아침에 가기로하고
남편이 자다 일어나서 옷을 입고 채비를 하고 가서 친정오빠를 도왔어요
사위는 저희 남편 하나거든요..
언니둘이 있고 제가 막내딸인데 둘째 언니 남편은 먼저 갔고 큰언니는 먼저 떠났거든요.
상중에 내내 손님 다 받아내고 자리 지키고 이것저것 신경써주던 남편..
엄마가 한달동안 누워계시는 동안 시간 날때마다 함께가서 귓가에 대고 장모님~ 장모님~ 부르던 남편모습..
그럼 엄마가 눈을 뜨고 남편을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시던게 기억나요..남편따라 엄마 시선이 따라가던 모습도..
병원에선 의식이 있어서 그러시는건 아니라는데 남편은 나를 알아보시는것 같다고 계속 믿던 남편..
갓 결혼했을땐 시집 식구들 등살에 제가 이겨내지 못하고 이상한 집안이라고 남편도 밉고 너무 싫었는데
나이가들고 남편이 온전히 제 편이라는걸 알고나니까 그저 남편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이 제 짐처럼 안쓰럽게 느껴지더라구요
살아 생전에 올케언니가 불편해 할까봐 자주 찾아뵙진 못했어요..갈때면 과일이나 엄마 좋아하시는걸 사들고가서
드시는거 보고 얼른 돌아왔죠..
사실 부부로 살면서 남편이 친정일에 무심한거 같아서 서운하다는 생각을 가슴 한켠에선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거 하나만 고치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 한적도 있었고....살갑지 않은 느낌..그래서 엄마가 불편해 하는거 같았는데
장례식장에서 친정 오빠가 그러더라구요.. 제가 많이 아플때 종종 남편이 엄마 좋아하는 단밭빵을 사들고와서
엄마 방에서 한참을 엄마 손을 잡고 울다 가곤 했다고..
그럼 엄마는 아무말도 없이 남편 손잡아주고 다독여 주셨다고
친정엄마는 제가 몸이 좀 안좋았다는 거만 알지 목숨을 내놓을만큼 큰수술을 받은것도
일년가까이 병원에 있었다는 것도 모르셨거든요..
근데 아마 제가 몇년을 엄마 만나러 가지 못한게 아파서 그랬다는건 짐작하고 계셨을거예요..
제가 건강을 좀 찾고 친정에 갔을때 엄마가 제손을 잡고 이제 내가 맘편히 갈수 있을것 같다고 하셨거든요.
그말씀을 하시면서 남편한테 잘해주고 고맙게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엄마는 말씀은 별로 없으셨지만 막내사위를 참 많이 믿어주고 좋아하셨었나봐요.
남편도 그동안 내색은 안했지만 힘들때 친정엄마한테 간걸보면 항상 생각했었나봐요.
장례치르고 조의금으로 들어온 봉투를 다 정리해서 친정오빠한테 받고
남편앞으로 들어온 조의금이 많다. 돌려주겠다라고 했는데
남편이 안받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고생하셨으니까 바람이라도 쐬고 오시라고..
사실 올케언니가 건강이 좋지 않거든요..남편이 아마 보태 쓰라고 안받은거 같아요..
적지 않은 돈이고 남편이 개인 사업을 하기 때문에 손님이 상당히 많이 왔어요..
친정손님보다 남편손님이 많을정도로.. 병원에 계실때도 남편이 꽁돈이 생겼다며 장모님 병원비로 드리면 딱이겠다고
그래서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고 고맙다고 했는데..
제가 주면 받자~ 이거 나중에 다 나갈 돈이잖아~라고 하는데도 봉투만 묵묵히 노트에 정리하고 있더라구요.
오늘 퇴근하자 마자 감기기운이 있다며 옆에도 못오게 하면서 거실에서 자겠다고 하더니 방으로 들어와
가습기를 켜주고 나가서 자리잡고 코골며 자는 남편을 보니까 얼굴도 변한거같고
그래도 제눈에는 여전히 멋진 롱다리 남편이지만..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아온 남편이 고마워요
다음 세상에도 만나면 능력빵빵한 여자로 태어나서 내가 당신 먹여살려주겠다고 농담처럼 얘기하면 목젖이 보일때까지
껄껄 웃어 제껴주는 사람인데 다시 만날수 있을련지 모르겠어요^^ 하하
오늘밤에 꿈에 엄마가 찾아 오셨으면 좋겠어요 ^^ 잘 도착해서 잘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