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사이가 좋으신데, 몇달에 한번씩 아빠가 엄마를 들들 볶는 시즌이 있습니다.
밖에서는 엄청난 호인이지만, 집에서는 마누라 못잡아먹어 안달인 아주 안좋은 성격이시지요.
그래도 한평생 저희 굶긴적없으시고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사회생활하셔서 자식으로써는 감사한 점이 많아요.
근데 엄마는 이제 모든게 지긋지긋 하신가보네요.
저 결혼이후부터 저에게 퍼붓기 시작된 아빠 험담이..
날이 갈수록 더더더 심해집니다.
결론은 한결같습니다. 마지막엔 늘 '그러려니 해야지.....'하시지만.. 결국엔 본인이 다 맞고 아빠는 다 틀렸다는 이야깁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무조건 아빠가 다 잘못했고,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고(친할머니로부터 물려받아서 그렇다고),....
두분 화내고 짜증내는 얘기들을 때마다 그 어릴적 부모님싸움에 두려워떨던 아이의 모습이 제 안에서 일어납니다.
전화통 붙들고 있는 그 시간이 정말 지옥입니다.
왜 나한테 이러는지 어쩌라는건지..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듣습니다.
요즘은 최대한 딴짓하면서 들어요. 대충 듣고 싶어서.
만약에 제가 '엄마는 왜 맨날 그런이야기나한테 하냐고' 하면 저희엄마 서러워서 저 안볼것같아요. 아니, 표현은 안하셔도
맘속으로는 정말 없는딸 취급하실거에요.
밑으로 출가안한 동생이 같이 살고 있는데, 정서적으로 조금 불안해요.
엄마아빠가 어쩌다 한번 싸우는게 이 아이에겐 평생 너무 크게 다가왔던 거죠.
오늘아침 두분이 또 한판하시는 사이에, 동생이 몰래 집을 나갔따고 하니, 동생이 너무 가엽고.
지혜롭지 못한 엄마가 원망스럽고
자기 감정 컨트롤하지 못한 아빠도 밉고
속상하고 속상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30대 중반까지 이런 일로 속상할 줄은 몰랐어요.정말..
저도 자식 둘 키우지만,
따님두신 어머님들... 따님이 속깊고 철들엇다고 생각되더라도
절대 배우자 욕은 함부로 마구 하지 마세요.
듣고 있는딸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아주 슬프고 괴롭답니다.....
회복될라치면, 자꾸만 상처를 파서 후비는 엄마가 오늘은 참 원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