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600여년 전 '정도전'에 이토록 열광하는 까닭

나라의 주인은 백성 조회수 : 855
작성일 : 2014-01-21 16:26:47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KBS는 왜 이성계가 아닌 정도전을 선택했을까

 왜 하필 정도전이었을까. 여말선초 이 난세만큼 사극이 사랑한 시기도 없을 게다. 거기에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라는 인물이 있다.

< 조선왕조 500년 > 은 물론이고 < 용의 눈물 > , < 대풍수 > 같은 사극이 이성계라는 난세의 영웅을 소재로 다뤘다. 변방을 지키던 무장이 왕이 되는 과정이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혁기를 매 번 치르는 상황에서 이 인물은 그 때마다 상징적인 의미가 덧붙여진 채 재해석되었다.

그런데 이 시기를 다루면서도 KBS가 정통사극의 부활을 알리며 가져온 인물은 이성계가 아니라 정도전이다. 물론 < 정도전 > 이라는 제목을 붙여놓았지만 이 사극에서 이성계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사극의 첫 시작부터가 정도전(조재현)이 이성계(유동근)를 찾아가는 장면이다. 결국 정도전의 정치력과 이성계의 힘이 만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니, 정도전을 다루면서 이성계가 빠질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드라마적인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훨씬 효과적인 인물은 이성계다.

무장으로서 원에 쫓겨 고려로 들어온 홍건적 을 물리치며 화려하게 등장해서는 원나라 나하추의 군대를 대파하면서 고려민들의 구세주로 떠오른 인물. 그의 연전연승 이야기는 조선 건국의 정치적인 이야기와 맞물려 훨씬 다이내믹한 장면들을 보여줄 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도전은 다르다.

그가 이성계와 함께 새로운 나라를 꿈꾸고 세운 것은 맞지만 그것은 끊임없는 정치적인 투쟁의 결과다. 즉 정도전을 다루는 사극은 결국 본격 정치를 다룰 수밖에 없고, 그것은 칼이 보여주는 스펙터클이 아니라 말로써 벌어지는 정치 대결이 사극의 주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극 < 정도전 > 은 고려 말 이색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정도전과 정몽주(임호)를 위시한 신진사대부들과 고려 말 원나라와 결탁해 권력을 잡은 권문세가의 대표 이인임(박영규)과의 정치대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쇠퇴해가는 북원의 끝자락을 잡고 고려 말의 권세를 계속 유지하려는 이인임과 북원과의 고리를 끊고 새롭게 등장하는 명나라와의 관계를 통해 새 세상을 꿈꾸는 정도전의 대결.

여기에 최영(서인석) 같은 고려의 충신과 공민왕이 시해당한 후 수렴청정을 한 명덕태후(이덕희), 그리고 왕실외척세력인 경복흥(김진태)의 힘겨루기가 들어가면서 정치대결은 더 복잡한 양상을 만들어간다.

정치적 이상과 포부가 큰 정도전이지만 적 아니면 도구로만 상대를 생각하는 현실 정치 9단 이인임을 이겨낼 수는 없다. 자신을 제거하려는 이인임에 맞서 정도전이 유학자들의 성지인 대성전으로 들어가 단식투쟁을 벌이자 이인임이 최영의 힘을 빌려 무력 진압 해버리는 현재의 정치에서도 낯설지 않아 보이는 장면은 그의 만만찮은 정치력을 보여준다.

정도전은 결국 이인임과의 수차례 대결에서 패배한 연후에야 이상과 현실 정치의 봉합을 꾀하게 되는 셈이다.


정도전은 이처럼 그 정치적 성장담이 흥미롭지 않은 건 아니나 그래도 TV 사극으로서는 다루기가 쉽지 않은 인물인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계가 아닌 정도전을 다루는 데는 그만한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정도전이 꿈꾸던 새로운 세상과 관련이 있다.

정도전은 왕이 통치하는 나라가 아닌 재상이 통치하는 나라를 꿈꾸었다. 즉 왕에 따라서 정치가 농단되는 것을 봐온 그로서는 왕이 누가 되던 나라가 제대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꿈꾸었다는 점이다

수차례의 대선을 겪으면서 그 때마다 가졌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은 단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좌절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그토록 꿈꾸었던 민생경제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했던 양극화 해소 역시 지난 1년 동안 아무런 해결점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 정치가 바로 서고 나라가 제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이제 믿기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왕이 아닌 시스템의 개혁을 꿈꾼 정도전이 사극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건 지금 현재 대중들이 느끼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정서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대통령에 대한 누적된 실망감은 이제 표상되는 대표자의 얼굴이 아닌 실제적인 현실 정치 시스템의 변화로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이것이 < 정도전 > 이라는 쉽지 않지만 좀체 눈을 떼기 힘든 본격 정치 사극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newsview?newsid=20140120153804108&RIGHT...

IP : 175.212.xxx.191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3423 스컬트라 해보신분 계세요? 2 내게도 이런.. 2014/01/21 2,847
    343422 이번주 라디오 책다방 김사인 시인편 좋아요 4 라디오 책다.. 2014/01/21 1,087
    343421 바람을 폈는데 진짜 다른여자를 사랑한다고 이혼요구시... 28 겨울하늘 2014/01/21 19,432
    343420 불법유턴하다가 ㅠ.ㅠ 8 걱정이 2014/01/21 3,345
    343419 겨울왕국...극장에서 보면 더 좋을까요 8 ... 2014/01/21 2,192
    343418 오해 살 수 있는 버릇? 3 바보 2014/01/21 1,558
    343417 노무현 묘역서 눈물 보인 부림사건 피해자들 2 ..... 2014/01/21 2,467
    343416 일베와 개스통들이 뒤집힌 사진 한장 2 손전등 2014/01/21 2,076
    343415 여행사에서 일하는거 어떤가요? 9 여행사 2014/01/21 2,982
    343414 변실금인가요? 5 김양이 2014/01/21 2,424
    343413 롯데카드는 어디 가서 해지하나요? 전화도 종일 안 받네요 7 .. 2014/01/21 2,635
    343412 왕비 간택기준에 '외모' 는 없었다 5 의외로 2014/01/21 3,456
    343411 경력직 입사시 연봉 협상 관련.. 경험 있으신 분 알려주시면 감.. 3 꼬맹이 2014/01/21 4,016
    343410 연말정산시 더 내야할것 같은데요. 6 .. 2014/01/21 1,626
    343409 전집 이름 추천해 주실래요~~~ 4 미쉘e 2014/01/21 2,306
    343408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 케익가게 3 케익케익 2014/01/21 1,229
    343407 금전무성왈.. “대선 참모진 실수로 실현 어려운 공약 나갔지만·.. 4 ,,, 2014/01/21 730
    343406 혼자 육아하셨던 분들 어찌 이겨내셨나요? 34 베이베베베 2014/01/21 5,799
    343405 개인정보 유출 참고하세요. 2 스피릿이 2014/01/21 2,422
    343404 BBC 2천만건 신용카드 고객정보 도난 BBC 2014/01/21 1,100
    343403 영리자회사 허용, 병원보고 환자 주머니 털라는 것 의료 영리화.. 2014/01/21 536
    343402 카드 겸용 ‘전자신분증’ 공무원 100만명 정보도 털려 1 열정과냉정 2014/01/21 900
    343401 날씨가 추워도 미세먼지는 갑~! 2 먼지나빠요 2014/01/21 970
    343400 길 미끄럽지 않나요? 5 잘 넘어지는.. 2014/01/21 938
    343399 보이스 피싱ᆢ 3 짜증 2014/01/21 1,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