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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두 차례 양보론'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20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1년(서울시장), 12년(대선) 때 자신이 후보직을 양보했다면서 "이번에는 양보 받을 차례 아닌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정치 도의적으로"라고 답변했다.
그가 했다는 두 차례 양보는 먼저 2011년 서울시장 후보이고 다른 하나는 2012년 대선후보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완주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양보한 것인가.
과연 안철수는 '양보'한 것인가?
새누리당에서는 안 의원의 양보 요구를 다른 의미의 야권연대로 해석하며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내심 불편한 심기가 역력하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에게 도움 된다면 양보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증폭 시켰다.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 하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과연 안철수는 박원순에게 '양보'했는가? 이는 지금껏 언론에 의해 당연하게 생각돼 왔고, 양보 받은 사람 역시 그렇게 생각해 온 일이다.
그런데 2011년 12월 3일자 <시사인>과 인터뷰를 한 윤여준 현 새정치추진위원회(아래 새정추) 의장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다.
그는 당시 안철수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와 포기를 전후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 내용은 안 원장의 '양보'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어서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 인터뷰에서 윤 의장은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양보하기 전에 "이미 출마 결심을 접었다"고 말했다. 양보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웹에 공개한 기사의 제목 역시 '안철수, 박원순 양보 전에 출마결심 접었다'였다.
<시사인> 인터뷰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윤 의장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안철수는 어느 회의 도중 "저 서울시장 하면 안 됩니까"라고 불쑥 출마의사를 밝혔다. 이에 윤 의장은 "선거 치러본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천상 내가 준비할 수밖에 없다. 빨리 결심해서 발표해라. 질질 끄는 건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3일 후에는 다시 안철수가 (서울시장 출마) 못하겠다고 의사를 밝혀왔다. 그 이유는 아버지의 결사 반대. 이에 윤 의장은 "참나, 그런 것도 안 따져봤나 싶더라"고 당시 심경을 소개했다.
안철수가 시장에 나가겠다고 말한 건 2011년 8월 29일 밤이고, 언론에 기사가 나온 건 9월 1일, 못하겠다고 번복한 건 9월 2일로 윤 의장은 기억하고 있다.
시사인 : 그러면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 출마를 접었다는 얘긴가?
윤여준 : 안 교수가 시장직 안 나가기로 한 걸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길래 이렇게 얘기했다. "
이렇게 발칵 엎어놓고 안 하겠다고 하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빠지더라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박 변호사가 정당 후보가 아니라 시민 후보라는 전제에서 그 사람에게 양보하고 빠지면 그래도 명분이
서는데 그냥 나 안 한다고 하면 장난이고 시민의 비난이 나온다"라고.
당시 선거에 깊숙이 개입했던 윤 의장은 안철수의 양보가 '불출마 명분 쌓기'임을 밝힌 것이다. 현재 안철수 신당에서의 윤 의장 위상을 고려할 때 발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안 의원의 '두 차례 양보' 발언에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윤 의장의 인터뷰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안 의원 가까운 곳에서 또 나온다. 2012년 4월 30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 부친 역시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다.
안 의원의 부친 안영모씨는 "서울시장 말이 나올 때 큰 아이는 (서울시장에) 그렇게 생각은 없었다"면서 "(서울시장 출마 포기에는) 평소 내가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한 요소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윤여준 의장이 소개한 '아버지의 결사반대'와 일맥상통한 대답이다.
안씨는 "큰 아이가 박 시장의 속마음을 보려고 일부러 자기도 나간다고 했더니 박 시장은 큰 아이가 출마해도 자기도 나간다고 했는기라"면서 당시 안철수 의원이 '떠보는 수준'이었음을 전하며 "열살 많고 존경하는 사람이고 하니까 곧바로 기자회견해서 자기가 안 나가고 박 시장 밀어준다고 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친 안영모씨의 발언과 윤여준 의장의 발언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안 의장의 서울시장 불출마에는 '아버지의 반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 상황은 두 사람 발언에서 확인된다. 윤 의장은 박원순씨에게 양보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물러나라고 했고, 아버지 표현에 따르면 '박원순 마음을 한번 떠 본 후' 미련 없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안 의원에게 묻고 싶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가 한 것은 '양보'인가? 양보로 포장된 '후보사퇴'인가? 가장 가까운 곳으로부터 제기되는 주장에 의하면 후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야권연대 문 걸어 잠근 후, 요구하고 있는 '양보론'
안 의원이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양보 중 하나인 서울시장 양보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존재함을 앞서 살펴보았다. 나머지 하나인 2012년 대선후보 양보와 관련해 살펴보자. 간발의 차이로 패배해서 그런지 양보에 대해 더욱 큰 이견이 존재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양보'가 아닌 일방적인 '후보 사퇴'였으며 아름다운 단일화 실패로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홍영표 의원은 <비망록-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패배의 진실>에서 소위 '미래 대통령' 발언 및 '협의문'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대선 막판인 2012년
11월 23일 후보에서 사퇴한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돕는 조건으로 '미래 대통령', 즉 차기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이었다.
안철수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다. 안 캠프측 금태섭 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출마를 포기하고 양보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원망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라며 "이 사람들은 남의 탓을 하지 않을 때가 한 번도 없구나"라며
비판했다. '미래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역시 지난해 말에 출판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안 의원이) 후보 사퇴를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왜 그렇게 엇갈리게 됐는지 이런저런 추측들이 있지만, 지금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전혀 예상치 못하게 하는' 양보도 존재하는가. 대선 후보 양보에 대해서는
더욱 커다란 이견이 존재함이 확인된다.
새정추 윤여준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웃었고, 민주당은 당혹스러워했다. 새누리당의 선거전략은 매우 간단해 보인다.
야권연대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인지 야권연대와 비슷한 의미인 '후보 양보'란 단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스스로 야권연대의 문을 걸어 잠근 뒤 안철수 의원은 "이번에는 양보받을 차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에게 양보받을 리 없기에 양보 대상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양보한다는 말은 후보단일화를 의미한다.
안철수 의원은 지금 새로운 개념의 야권연대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이상하다. 양보에 의한 후보단일화? '후보 양보안'은 결코 '신의 한수'가 되지 못한다.
그것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나눠먹기'라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힘겨운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가 했다는 두 차례 양보란 실상 양보로 해석되기에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새정추는 새정치에 걸맞는 새로운 승리방정식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설익은 제안만 한다면
국민들의 피로감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지방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