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렸을때부터 복숭아에 알레르기가 있었어요.
심한편이라서 가공된 복숭아 쥬스향만 맡아도 온 몸에 두드러기, 가려움증이 와서 바로 병원이나 응급실로 가서 주사를 맞았어요. 그래서 항상 복숭아를 멀리 합니다. 당연 저희집 식구들 복숭아 구경도 못하고 살죠. 저 때문에요.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 가끔 꽂게나 간장게장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올라오곤 하더군요.
어렸을 때는 전혀 반응이 없었거든요. 저희 식구들이 꽂게 킬러라 꽂게를 엄청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제가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쇼크)를 경험했어요.
원인은 익히지 않은 귀리가루 였어요.
귀리로 만든 빵도 먹었던 경험이 있고 뮤즐리도 먹어봤고 심지어 집에서 전을 부칠때도 귀리가 면역력에 좋다고 해서 조금씩 넣어서 부쳐서 먹곤 했는데 귀리가루를 선식처럼 먹어도 된다고 해서 우유에 타서 먹고서 탈이 난거죠.
그런데 그 반응이 상상초월이더라구요.
기존에 알레르기 반응은 두 시간 정도 지나면서 나타났다면 이 반응은 15분도 안 되서 바로 손바닥에 두드러기가 생기면서 빨갛게 부어오르고 엄청나게 가렵고 그 다음에 입술이 퉁퉁부어오르고 얼굴에 열이 확 오르기 시작하고...이상하다 싶어 바로 집 앞 가정의학과 병원으로 갔어요.
가는 5분 동안 호흡도 어려워지고 혀도 부어오르고 목도 부어오르기 시작하고 어지러워서 걷기가 힘들더라구요.
겨우 병원 도착해서 접수했는데 서 있질 못하겠어서 바로 쇼파에 누워버리고 진료 차례가 되어서 진료실로 걸어서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금방 쓰러질 것 같아서요. 호흡도 안되고 어찌어찌 진료받고 나와야 하는데 발걸음을 뗄 수가 없어서 의사선생님이 링거 맡고 가라고 이대로는 큰일 나겠다고 해서 링거 맞고 주사맞고 한숨 자고 집으로 왔어요.
그 다음에 몇 주 고생했어요. 일단 부어올랐던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한동안 말도 어눌하게 하고요. 넘 피곤해서 잠만 자게 되고 한동안 물을 계속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았어요.
그 사이 알레르기 내과에 가서 검사도 받았습니다.
전 복숭아, 게(모든 크랩 종류), 귀리, 쑥꽃에도 알레르기가 있고 위험도 높아서 에피펜이라는 주사기를 처방 받아서 항시 가지고 다닙니다. 응급상황일 때 사용하기 위해서요. 정기적으로 병원도 다닙니다.
검사 결과가 나온 날 저처럼 명확하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다고 연구를 위해 저의 혈액을 좀 채혈하고 싶다고 하셔서 채혈도 하고 교통비도 받았네요.
예전에는 알레르기가 단순 피부이상만 생기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막상 제가 겪어보니 호흡계,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니 생명과 직결되는 거였어요. 영화에서 보던 땅콩알레르기로 사람이 죽는 장면 딱 그거였어요. 정말 반응속도가 빠르더군요. 다른 경우의 알레르기 반응과 확연히 달랐어요.
또 느꼈던 건 동네 병원 같은 곳도 저 같은 특이체질의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분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았어요. 이런 일을 또 경험하면 안되겠지만 다음엔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바로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 처럼 알레르기 있으신 분은 알레르기 내과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고 싶어요. 자기 자신에게 반응하는 음식물이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거든요.
그 이후로 국내 그나마 괜찮은데 해외에 갈 때는 음식에 엄청 조심합니다. 어떤 식재료가 들어가 있는지 모르니 음식에 제약이 많아지더라구요. 알레르기 검사도 국내 음식에 제한된 거고 외국의 식재료까지 검사하는 건 아니니까 제가 몸을 사리게 되더군요.
그리고 주변에서는 알레르기에 대해서 잘 모르고 특히나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현재 우리 나라상황에서는 개인이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제도적으로 학교나 군대 등 급식시설을 사용하는 장소에서는 홍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반응이 올 수도 있다는 것만 알아도 응급처치가 빨라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