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교성적에 비해 낮은 대학을 갔다던가 학벌에 비해 커리어가 별로인분들

,,, 조회수 : 2,947
작성일 : 2014-01-11 02:58:36

계신가요

저는 두 케이스 모두 해당되는 사람이에요

어릴적에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어요
시험을 잘 치루는 쪽으로 발달된 촉이나 잔머리가 있었던 거였죠

각종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에서 수상을 하고, 주위에서 쏟아지는 칭찬속에 저는 당연히 아 나는 나중에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가고 유학을 가고 과학자가 되겠거니 그렇게 여겼던거 같아요 아무런 고민 없이요

그런데 저는 intp형의 단점을 모아놓은 성격이라고나 할까요 
얼마전에 좌측의 베스트에도 올라온 일상의 모든 것들에 버거움을 느끼는 타입의 인간이었죠
혼자 있을 때는 마음이 편하고 남들의 눈치도 그리 보진 않지만 그냥 남들은 별 생각없이 손쉽게 하는 것들을 잘 못하고, 일상을 영위하는 기본적 능력이 현격하게 낮아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해야하고 그래서 지치고 스트레스 받고 그게 쌓이고 쌓이다 결국엔 펑 하고 터져버리는...

댓글을 보면 그런 성향이면서도 끝까지 일상생활에서 오는 피곤함을 극복하고 텐션을 유지하면서 겉보기엔 멀쩡하게 사는 분들도 많던데 저는 그런 인내심이 없었어요. 멘탈이 약했죠...

그래서 고등학교의 중요한 시기에 저는 갑자기 모든 것을 중단하고 제 안으로 갇혀들었고 당연히 대입도 엉망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가슴을 치시다 나중엔 저를 어느정도 포기하셨죠(물론 사랑해주셨지만 사랑과 기대는 좀 다르잖아요)

어찌어찌 대학에 갔지만 제가 주위로부터 기대받았던, 그리고 스스로에게 기대했던 대학은 당연 아니었죠. 제 내면은 엉망이었고 그렇게 한참을 방황하다가 그래도 그나마 살면서 조금이라도 소질이 있었던 것은 공부 하나였기에 뒤늦게 바짝 노력해서 제가 공부하는 분야로는 인정받는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솔직히 어린시절처럼 뭐 학자가 되겠다 이런 꿈은 진작에 접었고 그저 취업과 제 자존감 회복을 위한 발판이었죠

석사과정은 편했습니다 
공부자체에 대한 방황과 압박은 학부시절 어느정도 경험을 해서 익숙했고 솔직히 석사는 교수님 잘 만나면 박사처럼 극도의 노력없이도 가능하니까요
교수님도 절 인정해주셨구요

박사과정도 물론 힘들었지만 남들이 보기엔 평이한 힘듦이었죠... 박사과정이라면 누구나 겪는... 그러나 그 시기에 저의 이미 예전에 한번 폭발했던 일상을 영위하는데 심각한 피곤함을 느끼는 기질이 도져서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어서 그만두고 나오게 됐어요

내 기질탓이다 라고 누구에게 말하면 변명으로밖에 안들릴텐데 저같은 성격을 가진 분들은 아실 겁니다
얼마전 베스트에 올라온 그 성격글이 정말 딱이에요
다른 점이라면 저는 그런 다 때려치고 사라지고 싶은 압박들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능력이 없다는 거죠
어느순간은 꼭 동굴에 들어가야만 해요
그러다보니 항상 중간중간 커리어가 끊기고 인간관계도 단절되죠

지금 직장을 잡아서 다니고는 있습니다만 그냥 그저 그래요
게다가 어린시절 다쳤던 제 내면은 아직도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거 같네요
요즘 막연하게 느끼는건 저의 이런 기질과 함께 혹시 내가 어린시절부터 이어진 add가 아닌가 하는 의심 정도?
진단이나 상담받으러 병원에 가야지 가야지 하는데 아직 못가봤네요...

이 시점에 인생을 뒤돌아보니 저는 해놓은 것도 없고 
커리어도 엉망이고
열등감으로 가득차있고
부모님은 세월도 세월이지만 저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폭삭 늙으셨고... 십대후반 이후로 가슴에 대못을 박은 셈이죠...
부모님은 항상 저에게 너무 잘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고 하셨어요 너가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하셨지..
하지만 저는 그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네요
그래서 헤매고 헤매다 이렇게 되었죠...

지금 저를 지탱하는건 내가 벌지 않으면 나와 부모님이 굶는다는 압박감?
그거 말곤 없네요
정말 없어요
아무것도

저랑 비슷한 분 계신가요
진짜 모든게 너무 허무해요


IP : 113.106.xxx.5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다거기서거기
    '14.1.11 3:55 AM (49.143.xxx.118) - 삭제된댓글

    힘내요.. 세상은 내뜻대로 되지않는거지만..
    인간으로선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수밖에요

  • 2.
    '14.1.11 8:29 AM (110.70.xxx.140)

    자신의 현재가 열등하다 생각하나요
    그건 과거는 나 우월했다는 자만심에서 나오는게 아닌가요
    과거에 공부를 아무리 잘했어도
    현재의 나는 과거가 모여서 된 거죠
    공부반짝 머리가 있더라도
    다른 능력이 부족한게 님의 현실이예요
    님은 나 알고보면 우월해에 빠져서
    스스로의 기대치에 우쭐하면서도
    혹시나 남에게 그만큼 못보여주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에 도망치는거죠.
    스스로 가이드를 올렸다가 슬며시 도망치면서
    난 원래 능력있어 지금은 슬럼프라 암것도 안해서 그래. 그러니 내 원래 능력은 이게 아니란 말야
    자기내먼에게 계속 변명하는거죠

    아니 과거 공부능력이 무어그리 다딘한가요
    성적순으로 인생성공하는거 아니잖아요
    모든게 어우러져
    나의 능력이 되는건데 한가지 더 우월했던 것이 전부아닌데 아직도 현재의 나는 초라한 나야.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니야. 나도 하면 한칼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자신에 대한 우월감과 비하감이 왜곡되어 있음을 직면하시고 현재의 나를 인정하라는 겁니다
    현실에서 조금씩 원하는 것이 있다면 노력해보는 것이고요
    인생한방에 다시 기회잡아 확 바뀌는건 어차피 힘든 것인데 님은 과거 공부잘한 화려한 시절에 얽매여 사시는군요

  • 3. photo
    '14.1.11 10:01 AM (180.224.xxx.102) - 삭제된댓글

    그런 생각 하지 않으셔도 충분히 좋은 인생입니다
    누구나 겪으면 그럴 수 있죠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는건 스스로에게 힘든 시간이니까요. 너무 앞만보고 달려 오신건 아닌지..
    학위를 취득함에도 목적이 혹시 학위 취득에만 머물렀던건 아니었는지..
    저는 그랬던 경험이 있네요.그러고 나니 허무한 순간이 찾아오더라구요. 언제나 더 나은 정점은 있기 마련인데 너무 앞만 바라본거였죠.
    주변을 보고 아래도 보고 세상을 둘러보면
    인생사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예요
    그리고 한국사회상.. 시대가 많이 변했어요ㅡ
    부모님에 연로하신모습에 부담을 느끼는것보다는 그동안 키워주심에 감사하고 앞으로 보살펴 드릴수있음에 다행스러운 보인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더낫지않을까요?
    세상살이 생각하기 나름이고, 마음 다스리기 나름이더라구요. 힘내세요

  • 4. 오늘
    '14.1.11 12:07 PM (211.36.xxx.232)

    어릴때 칭찬이 독이 된 경우인듯... 님의 그 안타깝고도 미칠듯한 기질과 성향은 방어기제일 가능성이 아주 커요. 위에 왜님이 너무나 잘 얘기해주셨네요. 님같은 케이스 의외로 많이 있어요. 저도 좀 있었던것도 같고.. 어릴때나 커서나 공부와 1등 대접을 쓸데없이 과하게 해주는 사회이니까요. 저도 잘나가다 결정적일때 실패한것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생각이 많았어요. 그 생각들을 남이 알아주길 바랬던것 같고.. 실패했지만 여전히 내 자신에게 남들에게 나의 우월함을 잃고 싶지 않은거죠. 하지만 본질은 나의 회피, 엎어버리기였어요. 진짜 우월한 능력은, 어렵고 뻘쭘하고 피곤한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발을 딛고 노력하는 용기, 동굴에 들어가고 싶은 순간을 죽을 힘을 다해 참아내는것, 최악의 컨디션이더라도 그걸 이유로 망쳐버리지 않는것, 본인이 쉽게 무너지는 성향임을 안다면 열정과 페이스를 고르게 분배하는 계획을 짜는것, 중간중간 실패에 대비해 언제나 제 2안도 마련해두는것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내가 머리 좋고, 왕년에 한가닥 했고, 하면(왜 안하는건데) 올킬이다 이런건 정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 5. ㅐㅑㅗ
    '14.1.11 1:21 PM (182.216.xxx.250)

    공부 잘하는 건 재능의 일부이고, 뭘 해서라도 먹고 살고 자기건사하고 감정콘트롤하는 게 인간의 능력을 보는 기준인 것 같아요. 일류대 나와서 택시기사, 택배하는 사람들이 ㄴ 지인들이예요. 중간에 조직생활, 인생계획 뭐 이런 데서 빠끗하 거죠. 오판들.

    공부 잘하ㅡㄴ 것과 사회지위는 반드시 비례하진 않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58660 연말 소득공제 환급 잘 아시는 분 계실까요? 4 어려워 ㅠ 2014/03/10 750
358659 삼성 가전 정말 웃끼네요 26 .... 2014/03/10 3,860
358658 전주와 경주 어디가 좋을까요? 4 시부모님과 2014/03/10 1,314
358657 핸드폰 약정기간 끝났는데, 새로 약정 들어야 하나요?? 1 .. 2014/03/10 815
358656 하도 잠이와서 웃긴 오타 찾아봤어요 ㅋㅋㅋㅋㅋ 5 ... 2014/03/10 1,194
358655 1~2인용 밥할때 제일 좋은 게 뭘까요? 13 ... 2014/03/10 2,053
358654 몽클레어패딩 여름에도 살수있나요? 3 .. 2014/03/10 1,843
358653 리뽀(lipault) 캐리어 어떤가요? 1 캐리어 2014/03/10 1,821
358652 꽃보다 할배 다운받아 보고 싶은데.. 방법 없나요? 집에 케이블.. .. 2014/03/10 687
358651 목주변혹은 어느병원으로 가야 되나요? 2 으니맘 2014/03/10 1,895
358650 본인 블로그에 비아그라 광고를 여러번 링크해 놓은 남자.. 뭘까.. 1 ... 2014/03/10 517
358649 만두 몇번했는데 8 .... 2014/03/10 1,835
358648 원래 둘째네는 안돼보이나봐요? 4 짜잉나 2014/03/10 1,548
358647 크록스 여자 230과 남자 250은 어떤사이즈로 사야할까요? 2 크록스사이즈.. 2014/03/10 1,875
358646 스와치 시계 코스코가 싼가요? 인터넷이 싼가요? 2 .. 2014/03/10 984
358645 여행용 캐리어.. 아메리칸투어리스트랑 피에르 가르뎅같은 브랜드 .. 6 ... 2014/03/10 3,277
358644 한*희 "죽마스터" 어때요?? 6 궁금 2014/03/10 2,579
358643 저한테 항생제 약, 항생제 주사 너무 많이 주는것 같아요 6 병원 2014/03/10 5,659
358642 오래된아파트 재건축하기 전에 팔아야 하나요? 10 선택 2014/03/10 8,182
358641 할배들 스페인 여행 비행기 안 8 .... 2014/03/10 4,802
358640 횡단보도교통사고 사고접수했어요.. 교통사고 2014/03/10 776
358639 응급남녀 국치프 진짜 의사같아요 14 야콥병은내일.. 2014/03/10 3,323
358638 탐욕의 제국 보고왔어요. 5 힘내세요 2014/03/10 1,668
358637 집을잘못 샀나봐요...앞뒤로 막힌집 ㅠ 5 아흐 2014/03/10 4,267
358636 지난 봄에 입던 밴딩스키니가 터지려하지만 1 마흔셋 2014/03/10 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