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엄마 친구와 바람나는 아들의 이야기였다면
친구 아들과 바람난 엄마 친구의 욕정이었다면
논란 자체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내내 눈에 들어온 건 영화 속 풍광...
세상을 격리시킨 건지 세상과 격리된 건지 애매한 비현실성이 그랬다
그곳을 벗어나는 순간 고통스럽고 지루한 현실과 마주한 채
일상성에 짓눌려 고스란히 생을 살아야 했을 거다
극진한 두 여자의 우정과 이해의 농도는 사실 극단적으로 짙고 깊다
은밀하고 폐쇄된 공간이 주는 자유...
현실 속 인간들의 침입으로 그들의 공간은 위태로워지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공고해지는 미친 사랑의 혈기가 버겁다
친구 아들, 엄마의 친구라는 꼬리표를 떼면 그저 나이를 초월한 사랑쯤으로 치닫다
호르몬의 유희였다며 자위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은 금기를 깨닫는 순간 아름답게 위험해진다
속으로 미친 짓이야..하며 불편한 감상을 지울 수 없었지만
서서히 젊음과 멀어지는 나의 일상이 낳는 공허에 환타지를 주기엔 충분한 영화다
두 여자가 절망적으로 중얼거린 "이젠 늙어가고 있어...라는 대사가 주는 현실
잔잔한 물위 평화롭게 떠있는 부표에
나란히 누운 네 남녀의 비현실성이 합쳐져
이 영화가 실화라는 실감이 그제야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