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성 논란에 휩싸인 '유사(類似)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 이제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CBS의 각종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허가 받지 않은 유사보도'라고 칭하고 이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채 한해도 넘기지 못한 정권이 우리나라 방송언론의 맏이 격인 CBS더러 언론이 아니라고 뇌까리는 모습인데, 똑똑히 짚어주겠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방송 CBS는 보도의 제한 없이 1954년 방송허가를 받은 이래, 1962년 방송사항이 제도적으로 명기되면서부터는 '시사뉴스'의 기능을 당연히 포함해 왔다. 현 정권의 뿌리라고 하는 유신독재 기간에서도 CBS의 기능은 보도를 비롯한 '방송사항 전반'이었다. 그 지위에 노골적인 공격이 들어온 때는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의 피로 권력을 찬탈한 직후다. 보도 기능이 박탈된 것으로, 그 이유가 '사회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사주가 반골 인사, 반정부 성향보도'였음이 지난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결과 확인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이 종말을 고할 무렵부터 다시 보도 기능을 수행해 왔지만, CBS의 비판이 껄끄러운 무리들은 되지도 않는 시비를 걸곤 했다. 그런 군부독재 잔존세력의 딴죽에도, 물론 CBS의 가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가 독재 치하에서 암울할 때, 진실을 하나도 모를 때 CBS가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에게 마치 광야에서 소리를 외치듯 진실을 알렸다"면서 "CBS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언론 매체는 아니지만 가장 훌륭한 언론 매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론은 정의의 파수꾼이 돼야 하고 정의의 횃불이 돼야 하는데 CBS는 이런 역할을 성실하고도 역량 있게 잘 해왔다"며 "CBS야말로 시대의 정의와 양심에 따라 바른 정론을 펴고 있는 참 언론"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권의 언론정책을 맡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마저 그러한 평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 "CBS는 역사적으로 보도를 계속해왔고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공헌한 언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창사 60주년을 맞아 뒤늦게나마 과거 탄압에 대한 정당한 피해보상을 기대하는 마당에 '유사보도' 운운하는 소리를 들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현재의 방송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제 목소리를 내는 CBS가 두렵긴 두려운가 보다 생각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역린을 건드린 정권에 어영부영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참에 누가 유사언론이고 누가 유사정권인지 분명히 가려보겠다. 우리의 펜 끝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 정권의 근본을 찔러 보겠다.
사측을 향해서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우습게 보였다면 잔칫날을 앞두고 이런 모욕을 듣는단 말인가. 그동안 강조해온 보도의 중립성 결과가 이 꼴이란 말인가. 이런 수모를 접하고도 계속 기계적 중립성만을 강조할 텐가. 노동조합을 비롯한 우리 직원들은 한판 전쟁이라도 치를 각오가 돼 있다. 이제라도 나약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사측 역시 우리의 예봉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