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 변호인을 보고 온 75년생입니다.

1994 조회수 : 3,309
작성일 : 2013-12-29 01:45:06

75년생입니다.

오늘 끝난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들과 동갑내기인 토끼띠입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네요.

오늘 변호인을 보고 왔습니다. 중반부터 울컥하는 마음이 끝날때까지 눈물을 흘리게 하고, 쉽게 일어나기 힘들게 하더군요.

요즘 핫한 코드 2가지가 오늘 제 맘속에서 뒤엉켜 버려서 여기다 풀어놓고 싶어졌습니다.

 가입하고 첫글이네요.^^

제가 고2였던 해 겨울에 92년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선거 다음 날 친구들과 교실에서 어른들을 이해 못하겠다며 한바탕 성토가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네. 고딩들 눈에도 삼당합당이 추잡한 야합으로 비춰졌답니다.

수능 첫 시행 대상이라 고1 첫 날 부터 선생님들의 겁주기가 참 엄청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전무후무하게 수능을 한 해에 두 번 봤네요.

그렇게 대학을 가고,

 IMF위기 속에서 졸업반이 됐고, 정말 힘들게 입사를 했죠.

첫 출근 바로 전날 대통령 선거가 있었구요, 제가 뽑은 첫 대통령결정 되는거 보고 참 뿌듯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출근했떤 기억이 나네요.

금모으기 운동이 시작됐고, 벤처붐이 일었구요,

마침 제가 다니던 회사가 벤처기업으로 지정받고 코스닥 상장돼서

우리사주 배당받은 선배들이 출근하면 주가 알아보는게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참 많이 부러웠더랬지요.

그렇게 빠르게 IMF에서 벗어났네요.

뜨거운 열정이 넘쳤던 2002년 월드컵, 그리고 이어진 벅찬  경선과정과 제가 뽑은 두 번째 대통령님이 나오셨고,

그 분의 힘들었던 임기를 지켜 봤습니다. 어떤 좋은 일을 해도 화제는 되지 않고, 무조건 비난만 받으셨고,

때문에  퇴임하실 때 좋아하시던 모습도 안타깝게 지켜봤습니다.

퇴임하시니 인기가 더 높아지시더군요. 많이들 방문하기도 했네요.

그렇죠. 그렇게 욕하며서도 이해하기 힘든 사람을 대통령을 뽑아놨으니 말입니다.

돌아가시던 해에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그 때의 울분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한 분의 대통령님까지 돌아가시고....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분이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한 번 더 봤네요.

 

 

그렇게 1994년부터 2013년이 며칠 안 남은 지금까지...

20년의 시간이 흐르고, 전 마흔을 며칠 앞두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지금까지 그냥 되는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라고 밖에 말 못하겠네요.

그리 노력도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아요.

후회되는 것도 많구요...

마흔이 되면 그 사람의 인생이 얼굴에 나타난다는데 제 얼굴은 어떤 인상일지 두렵기도 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들더군요.

너무 먼 곳에 사느라 어려웠어서 참 아쉬웠습니다.

송우석 변호사가 그랬지요.

내 아들은 이런 나라에서 살게 하면 안되니까 우리가 바꿔 줘야 한다고....

.

.

그런 분들이 그렇게 노력하셔서 아마도 제가 그나마 밝고 희망 넘쳤던 20대와 30대 초반을 지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이 암울하고 절망적이면서 1등만을 강요하는 경쟁과 성공만이 최고라는 이 사회에서

제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조건 공부만해라 하기도 힘들고.

저 분처럼 훌륭하게, 불의에 참지 마라 하기도 겁납니다. 그 길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길일지 눈에 보여서요.

자신있게 네가 좋아하는 걸 하라고도 못합니다. 원하는 모든 걸 뒷바라지 해주기 힘든 형편이니까요.

선택은 아이들이 하는건데, 그 선택을 할 기준을 뭐로 심어줘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걸 가르쳐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나라를, 사회를 물려주게 될지 생각하면 정말 겁납니다.

그런 사회 미리 막지 못하는, 바위에 부딪혀 깨지기만 하는 계란일까봐 무섭습니다.

그래서 이민가있는 친구가 가장 부럽기도 합니다.

 

.

 

영화를 보고 이민가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습니다.

변호인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 끝에 요즘 가장 부러운 사람이 너다. 하는 제 말에

그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래도 본국이 잘살아야 이민 나와있는 우리도 기펴고 산다. 하더군요.

안그러면 우리도 무시당하고 그래... 하는말에 그렇겠지... 싶더라구요.

결국 어디를 가도 우리는 이 나라를 벗어나기 어렵구나 했네요.

송우석 변호사의 다짐대로 절대 포기하면 안되는데 쉽지 않네요.

절망은 변절이라는 말도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

.

저는 데모했던 세대는 아닙니다.

선배님들이 힘들게 최루탄 맞으며 변화시킨 세상에서 참 평화롭게 살았네요.

그 열매만 받아먹고 살다 고스란히 다시 빼앗긴거 아닌가 싶어요.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란 국민을 위한 나라란

정말 치열하게 찾으며, 지켜나가야만 하는 것이었네요.

선배들이 물려준거 편하게 쓰다가 그대로 굳어져 버리면 언제든 다시 뺏기기 쉬운 것이었어요.

저도 이젠 컴 앞에서만 고민하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활동해야 겠다 느낍니다.

오해마세요. 전 참여연대 11년 장기 회원입니다. 회비도 냅니다. 매 월.

10년 되니 작은 선물도 주시더군요.^^

첫 아이 가지면서 제 아이에게 좋은 세상 물려주고 싶어서 회원 가입했는데,

10년만에 이런 세상이 돼 버려서 정말 속상합니다.

.

.

 

쓰다보니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습니다.

어떻게 써야지 맘 먹고 쓴게 아니라서..^^

응답하라 1994로 시작해서 변호인으로 끝났네요.

묻고 싶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 오신 70년대 生이신 분들.... 어떻게 사셨나요.

앞으로 어떻게 사실건가요...

제가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후회 안할지...정말 고민되는 밤입니다.

IP : 116.41.xxx.51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2.29 2:41 AM (211.36.xxx.73)

    가슴 뭉클해지네요..원글님 물음처럼 어떻게 살아야 옳은가 고민이 많아지는 밤이에요. 일단은 윗님 말씀처럼 한가지라도, 작은것이라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생각만으로는 바뀌지 않으므로...글 잘 읽고 가요. 같이 힘내요^^*

  • 2. Pp
    '13.12.29 3:07 AM (98.69.xxx.139) - 삭제된댓글

    77년생입니다
    잠시 외국에 있어서 변호인은 못봤는데 원글님 말씀에 동의해요
    저도 선배님들이 피흘려 이룬 민주주의 열매의 단물만 빨아먹고살아온 세대에요
    대학 1학년때 한총련 연대 사태때도 저는 강남역 나이트에나 다녔지 뭐가 뭔지도 몰랐어요....
    2Mb 집권 후에야 정신차리고 (그때 돌된 아기가 있어서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여름 내내 계속 집회 참여했었죠...)
    어쩌면 제가 이명박 덕분에 세상에 눈을 뜨고 진보
    주간지 정기구독 뭐 이런 것도 하게 됐으니 명박이는 저의 스승이네요 -.-;;;
    저는 이명박 당선 전까지 정말 월급 모아 명품 사고 해외여행 계획 짜고 정치에 관심도 없는 무개념녀였거든요
    근데 2008년 여름 광화문 거리의 울분이 잊혀지지 않아요. 우리 의견을 들어달라고 나온 평화적으로 합법 집회중인 시민들에게 물대포 쏘고, 전경 군홧발로 짓밟고, 무기 하나 없는 시민들이 그리 무서운지
    겹겹이 닭장차로 광장 막아놓고...
    어제도 비슷했나보네요.. ㅠㅠ
    유치원생인 아들한테 미안해서라도 가만 있으면 안된다싶어요. 남편 몰래 여러 진보단체에 후원 중입니다 (참고로 전 맞벌이고 남편과 연봉 같음/ 남편이 골수 섹누리파라서 제가 대신 참회하는 기분으로 기부해요 -.-;; 아 근데 작년 대선에선 제 영향으로 달님께 투표시키긴 했어요, 어차피 부정개표였으니 결국 별 도움도 안됐겠지만 -.-;;)

    한국에 있는 제 친구들은 변호인 세번씩 봤대요
    한번은 새누리당만 줄창 찍는 동네 아줌마들 끌고 가서 보고
    두번째는 신랑이랑 심야로 보고
    세번째는 초딩 고학년인 자녀들과 봤다더군요

    원글님 덕분에 참여연대 후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깨워 주셔서 감사해요

  • 3. 나무이야기
    '13.12.29 3:30 AM (27.32.xxx.140)

    글을 참 잘쓰시네요........ 부럽습니다

  • 4. ----
    '13.12.29 7:36 AM (84.144.xxx.22)

    본국이 잘살아야 이민 나와있는 우리도 기펴고 산다

    ->저도 친구분 말 댓글쓰려고 했어요..

    요즘은..어디에서 왔느냐 차라리 안 물어보고 대충 일본사람으로 넘겨 짚는게 낫겠어요.
    휴...남한에서 왔다고 대답하기 창피해요..-.-;

  • 5. 나도94학번
    '13.12.29 7:36 AM (223.62.xxx.239)

    반가워요.
    저도 요즘 시국 너무 답답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철도파업 기사부터 검색해보는데
    오늘 아침에는 정부가 파업참가자의 해고를 전제로 신규채용한다는 기사를 보고 급 침울해있는 상태입니다.
    저도 직장인으로서 노조원이기도 한데(그냥 평노조원)
    그래서 처음부터 철도파업이 남 일 아닌 것으로 여겨졌고요,
    노동3권이 무참히 짓밟히는 과정을 보면서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한데 주변사람들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더 화가 나는 중입니다.
    아무도 아무 목소리도 낼

  • 6. 나도94학번
    '13.12.29 7:55 AM (223.62.xxx.239)

    에고 폰이라 잘렸네요.
    힘있는 자들 외 아무도 아무 목소리도 낼 수 없게 돼버린 이 현실에 저는 그냥 노비가 된 거 같아 비참하기만 합니다.
    먹는 것 갖고 치사하게 사람 조종하는 저들에게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까요.
    결국 저도 서서히 그냥 조용히 입다물고 내 밥그릇이나 챙기자 하게 될까봐 조바심 납니다.ㅜ ㅜ

    분노하는 제게 남편은 연대가 중요하다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연대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합니다.
    그래서 저도 인제 사람들에게 얘기하려고요. 전엔 속으로만 생각하던 것들을 조금씩 꺼내서 도대체 남일인 양 무관심하기만 한 사람들에게 약간의 관심이라도 가져보게 하려고요.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할 일은 그것 뿐이네요.

  • 7. 또 눈물이..
    '13.12.29 8:52 AM (14.36.xxx.183)

    촛불집회에 나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참담해요..

  • 8. 그 시절
    '13.12.29 9:00 AM (39.118.xxx.43)

    그 때는 몰랐어요. 지금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나니~~너무 그립네요.

  • 9. 그네코
    '13.12.29 9:01 AM (218.237.xxx.147)

    윗 분님 말씀에 공감 !
    새눌당정권이 모든 힘으로 언론부터 시작해서 다 틀어막고 있으니...
    제1야당의 대표가 저리도 헤메고 있으니...
    정말 힘없는 민초들이 겨우 할 수 있는 일이 촛불집회 나가는 일,
    이렇게 사이트에서 글로나마 토로하는 일...
    참담합니다.

  • 10. 72년생입니다.
    '13.12.29 11:47 AM (14.36.xxx.232)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물으셔서 글 남깁니다. 전 사실 앞으로 한동안은 별 희망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정권이 무너지더라도요. 그래서 20년 후 노년을 바라볼 때까지 시니컬해지거나 도피하지 않고 계속 지금 같은 마음을 간직하실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도와 현실 안에서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상만 있고 현실에선 무기력한 사람이 되어선 안 되겠단 생각을 합니다.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11.
    '13.12.29 11:56 AM (110.70.xxx.34)

    전 95예요
    집회 같은 거 참석해본 적 없구요
    할 수 있는 건 많다 생각해요
    하다못해 후원.지지편지.내실력강화ㅡ사회에힘되는사람되기.이런영화여러번보고 새눌지지자도 뎃구 가기

    저부터 정신 차려야겠네요

  • 12. 어제 만난
    '13.12.29 3:00 PM (1.236.xxx.28)

    독일서 교수하고있는 친구말이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난후 창피해서 혼났다는 말을 듣고는
    이젠 이 정부 싫어 이민가는것도 못하겠구나..싶더라구요. 그건 더 창피..;;;;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35613 2차 와 3차 총파업 있습니다 1 strike.. 2013/12/29 863
335612 응사 마지막회: 대박~ 9 이상해 2013/12/29 8,400
335611 오늘 변호인을 보고 온 75년생입니다. 12 1994 2013/12/29 3,309
335610 앱카드 사용해보신 분? 2 앱카드 2013/12/29 765
335609 냉장고 정리용기 플라스틱이면 3 ... 2013/12/29 1,635
335608 전업주부도 남편이랑 가사분담 하세요? (2살아이 있구요) 11 fdhdhf.. 2013/12/29 2,601
335607 족선일보가 변호인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나 봅니다 11 에라이 2013/12/29 3,255
335606 수돗물 속 염소도 문제네요. 4 주부님들 2013/12/29 2,162
335605 가장 빠른 시간에 돈을 모으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19 @@ 2013/12/29 9,921
335604 28살에 인생이 거의 결정된다는 글읽으니 참 많은 생각이 드네요.. 16 ,,,,, 2013/12/29 5,041
335603 제사가 겹치면 어떻게 하나요 또 그걸 누가 말하는지요 2 2013/12/29 1,288
335602 인터넷 기사볼때 옆에 엽기적인 사진... 3 .... 2013/12/29 1,696
335601 변호인 세번째 관람과 무대인사 6 2013/12/29 1,755
335600 고등학생들을 길로 나오게 하는 현정부의 정치 4 이름 2013/12/29 798
335599 믹서나 대용량 다지기 추천 부탁^^ 행복한마리 2013/12/29 974
335598 마이클코어스 징가방, 요즘도 많이 드나요? 6 꽃혔네ㅠ 2013/12/29 2,369
335597 조윤선씨 남편은 뭐하는 분인가요 5 호박나물 2013/12/29 6,068
335596 [82집회 보고 및 후기] 꽃보다 82, 꽃보다 언니^^ 46 Leonor.. 2013/12/29 3,706
335595 나정이가 매력적인 여자였나요? 11 ........ 2013/12/29 4,660
335594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안녕 대자보 나와요 4 꽃향기짙은날.. 2013/12/29 1,850
335593 상속 관련해서 상담받아볼수 있는곳이나 , 강의 들을수 있는곳 없.. 1 랭면육수 2013/12/28 1,022
335592 똑똑한 사람은 나이들어도 똑똑한가요 3 Ehr 2013/12/28 2,049
335591 나꼼수2 멤버 19 나꼼수 2013/12/28 4,123
335590 나무테이블은 뭘로 닦아야하는지요 1 * 2013/12/28 847
335589 돼지 허파는 어디에서 살 수 있나요? 3 12 2013/12/28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