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생입니다.
오늘 끝난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들과 동갑내기인 토끼띠입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네요.
오늘 변호인을 보고 왔습니다. 중반부터 울컥하는 마음이 끝날때까지 눈물을 흘리게 하고, 쉽게 일어나기 힘들게 하더군요.
요즘 핫한 코드 2가지가 오늘 제 맘속에서 뒤엉켜 버려서 여기다 풀어놓고 싶어졌습니다.
가입하고 첫글이네요.^^
제가 고2였던 해 겨울에 92년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선거 다음 날 친구들과 교실에서 어른들을 이해 못하겠다며 한바탕 성토가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네. 고딩들 눈에도 삼당합당이 추잡한 야합으로 비춰졌답니다.
수능 첫 시행 대상이라 고1 첫 날 부터 선생님들의 겁주기가 참 엄청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전무후무하게 수능을 한 해에 두 번 봤네요.
그렇게 대학을 가고,
IMF위기 속에서 졸업반이 됐고, 정말 힘들게 입사를 했죠.
첫 출근 바로 전날 대통령 선거가 있었구요, 제가 뽑은 첫 대통령결정 되는거 보고 참 뿌듯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출근했떤 기억이 나네요.
금모으기 운동이 시작됐고, 벤처붐이 일었구요,
마침 제가 다니던 회사가 벤처기업으로 지정받고 코스닥 상장돼서
우리사주 배당받은 선배들이 출근하면 주가 알아보는게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참 많이 부러웠더랬지요.
그렇게 빠르게 IMF에서 벗어났네요.
뜨거운 열정이 넘쳤던 2002년 월드컵, 그리고 이어진 벅찬 경선과정과 제가 뽑은 두 번째 대통령님이 나오셨고,
그 분의 힘들었던 임기를 지켜 봤습니다. 어떤 좋은 일을 해도 화제는 되지 않고, 무조건 비난만 받으셨고,
때문에 퇴임하실 때 좋아하시던 모습도 안타깝게 지켜봤습니다.
퇴임하시니 인기가 더 높아지시더군요. 많이들 방문하기도 했네요.
그렇죠. 그렇게 욕하며서도 이해하기 힘든 사람을 대통령을 뽑아놨으니 말입니다.
돌아가시던 해에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그 때의 울분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한 분의 대통령님까지 돌아가시고....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분이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한 번 더 봤네요.
그렇게 1994년부터 2013년이 며칠 안 남은 지금까지...
20년의 시간이 흐르고, 전 마흔을 며칠 앞두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지금까지 그냥 되는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라고 밖에 말 못하겠네요.
그리 노력도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아요.
후회되는 것도 많구요...
마흔이 되면 그 사람의 인생이 얼굴에 나타난다는데 제 얼굴은 어떤 인상일지 두렵기도 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들더군요.
너무 먼 곳에 사느라 어려웠어서 참 아쉬웠습니다.
송우석 변호사가 그랬지요.
내 아들은 이런 나라에서 살게 하면 안되니까 우리가 바꿔 줘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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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들이 그렇게 노력하셔서 아마도 제가 그나마 밝고 희망 넘쳤던 20대와 30대 초반을 지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이 암울하고 절망적이면서 1등만을 강요하는 경쟁과 성공만이 최고라는 이 사회에서
제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조건 공부만해라 하기도 힘들고.
저 분처럼 훌륭하게, 불의에 참지 마라 하기도 겁납니다. 그 길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길일지 눈에 보여서요.
자신있게 네가 좋아하는 걸 하라고도 못합니다. 원하는 모든 걸 뒷바라지 해주기 힘든 형편이니까요.
선택은 아이들이 하는건데, 그 선택을 할 기준을 뭐로 심어줘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걸 가르쳐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나라를, 사회를 물려주게 될지 생각하면 정말 겁납니다.
그런 사회 미리 막지 못하는, 바위에 부딪혀 깨지기만 하는 계란일까봐 무섭습니다.
그래서 이민가있는 친구가 가장 부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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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이민가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습니다.
변호인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 끝에 요즘 가장 부러운 사람이 너다. 하는 제 말에
그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래도 본국이 잘살아야 이민 나와있는 우리도 기펴고 산다. 하더군요.
안그러면 우리도 무시당하고 그래... 하는말에 그렇겠지... 싶더라구요.
결국 어디를 가도 우리는 이 나라를 벗어나기 어렵구나 했네요.
송우석 변호사의 다짐대로 절대 포기하면 안되는데 쉽지 않네요.
절망은 변절이라는 말도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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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데모했던 세대는 아닙니다.
선배님들이 힘들게 최루탄 맞으며 변화시킨 세상에서 참 평화롭게 살았네요.
그 열매만 받아먹고 살다 고스란히 다시 빼앗긴거 아닌가 싶어요.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란 국민을 위한 나라란
정말 치열하게 찾으며, 지켜나가야만 하는 것이었네요.
선배들이 물려준거 편하게 쓰다가 그대로 굳어져 버리면 언제든 다시 뺏기기 쉬운 것이었어요.
저도 이젠 컴 앞에서만 고민하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활동해야 겠다 느낍니다.
오해마세요. 전 참여연대 11년 장기 회원입니다. 회비도 냅니다. 매 월.
10년 되니 작은 선물도 주시더군요.^^
첫 아이 가지면서 제 아이에게 좋은 세상 물려주고 싶어서 회원 가입했는데,
10년만에 이런 세상이 돼 버려서 정말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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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습니다.
어떻게 써야지 맘 먹고 쓴게 아니라서..^^
응답하라 1994로 시작해서 변호인으로 끝났네요.
묻고 싶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 오신 70년대 生이신 분들.... 어떻게 사셨나요.
앞으로 어떻게 사실건가요...
제가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후회 안할지...정말 고민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