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희씨는 고1과 중2 두 아들을 둔 주부이자 강사다. 남편 이모씨는 대기업 홍보담당 상무이사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꼭두새벽부터 출근해 다음날 새벽에 들어오는 게 다반사다. 주말에는 접대골프 치느라 가족끼리 모일 시간도 별로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빠의 존재를 깊이 느끼며 산다, 아이들은 언제나 무슨 일이든 아빠와 상의한다. 아이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는 아빠와 의논해 결정하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빠와 상의를 해서 결정한다. 아빠와 아이가 서로 의논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면 엄마는 그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따른다. 송씨는 “아빠가 늘 직장일로 바쁘다보니 사실 아이들과 놀거나 이야기할 시간이 거의 없지만 이때 ‘아빠와 반드시 의논해 결정하자’고 말함으로써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인생의 제1 순위가 남편이라 생각하는 태희씨는 아이들이 무슨 일을 결정해야 할 땐 “기다려봐. 아빠한테 여쭤봐야 해!”라고 항상 말한다고 한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의 최고결정권자로서의 아빠의 지위를 엄마가 부여해준 셈이다,,
가정에서 아빠의 위치는 잡아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무슨 일이든 아빠가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빠와 상의한 것도 사실은 엄마가 다 알아서 하는 거지만 아이들 마음속에는 ‘아빠의 자리’가 자리 잡게 되는 거죠.” 송씨가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불량한 아빠’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즉 직장일로 바쁜 아빠는 아이들에게 좋은 역할을 해서 좋은 이미지를 줘야 하기 때문에 아내인 송씨가 역할을 자처하는 거라고 한다.
두 아들은 공부도 잘한다. 주변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지만 사실을 알면 놀랄 정도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일단 큰 틀만 정해주고 그 안에서 자유를 준다. 송씨는 “나쁜 짓도 하면서 크는 게 아이들이라 생각하고, 거짓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크게 힘들어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송씨 자신 또한 논술강사 일이 즐겁고 바쁘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신경을 많이 써줄 시간도 실은 부족하다. 그런데 송씨는 아이들에게 그리 미안해 하지도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행동한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을 조금만 해줘도 엄청 티를 낸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송씨에게 최우선 관심사는 아이들이 아니라 ‘남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엄마들의 경우 최우선 관심사는 남편보다 아이들이다. 송씨는 “저는 언제나 아이들이 우선이 아니라 남편이 우선”이라고 강조해서 말한다. 엄마가 아빠를 사랑하면 자녀들 또한 아빠를 사랑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아는 엄마와 아빠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데서 생긴다고 생각한다.
여느 부모들과는 딴판이다.
남편에겐 항상 따뜻한 밥 지어 먹이지만 아이들은 2~3일 된 밥도 그냥 먹으라고 한단다. 아이가 전교 1·2등을 다투고 하면 엄마들은 아이의 성공을 위해 학교에 나가 손품을 파는 등 ‘무수리’(?)가 되기를 기꺼이 자처하는데 송씨에게는 전혀 그런 면이 없다
요즘 송씨는 아들 둘을 앉혀놓고서 이상한 세뇌교육을 한다. “공부 잘하는 거 중요하지 않아. 결혼을 잘 해야지. 너희는 외모가 안 되니까 예쁜 여자랑 결혼하려면 웃기는 걸 잘 해야 해!” 그러면서 두 아들에게 개그를 들려주고 연습을 시킨단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엄마를 ‘타이거맘’이라 생각하지 않고 ‘웃기는 엄마’로 생각한단다. 엄마가 밥만 차려줘도 늘 맛있게 먹고, 고마워하고, 어쩌다 학교 모임에만 나가도 감격해 한단다.
자녀보다 남편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중요한 일은 아빠와 상의하라’고 이끄는 송태희씨의 자녀교육법은 여느 엄마들에게도 한 방이 아니라 연쇄적인 결정타를 날리기에 충분한 것 같다.
“아버지란 존재는 어머니의 입을 통해 말해진다.” 프랑스의 비교행동학자인 보리스 시륄니크가 말한 이 표현에는 가정의 불행과 행복은 바로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이 함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