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면서 남편과 참 많이 싸웠어요.
별 시덥잖은 일에도,
그냥 사는게 너무 피곤하고 지쳐있어서,
내가 지금 남편에게 화내는건지 나한테 화나는건지 분간이 안가는 상황들도 많았고,
가끔 욱해서 말싸움 다다다다 하고나면 몇 번은 남편의 사과로, 또 때로는 나의 사과로, 가끔은 서로 흐지부지하면서
다시 평범한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부부예요.
그런데 얼마전, 남편은 우리 사이가 좋지 못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남편이 제게 그러더라구요. 지금이 우리인생에서 가장 좋을 때인데, 서로 행복하게 다정하게 살아가고 싶다구요. 그러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자구요.
그런데 저는 말이죠, 그러기가 싫어요. 왜이럴까요?
싸우지 않는 상황인데도, 이미 다 지난 일인데도, 우리가 싸울 때 서로 주고 받았던 말들과 표정들이 잊혀지지 않고 계속 떠올라요.
예전엔 남편에게 종종 애교도 부리고 나름 예쁘게 보이고자 노력도 했지만,
이미 부부싸움중의 내 추한 모습들을 다 보여줬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레 애교부리는 것도 넘 우습고 가식적인것 같구요.
그래서 그런지 저희부부는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의무와 책임들을 잘 해내며 살아가고 있지만,
속으로는 차갑게 식어서 더이상 온정이 남아있지 않는 관계처럼 느껴져요.
우리사이엔 아이밖에 남아있지 않은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