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민주제)는 누가 유린하고 있는가
2013.12.10
지난 대선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고 주장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박창신 신부의 시국 강론과 이를 옹호하는 정의구현사제단의 대표 함세웅 신부의 CBS 인터뷰에 이어 지난 주에는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공식적으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급기야 어제는 양승조 의원이 대통령 암살을 암시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에는 지난 대선이 부정으로 얼룩져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유린되었다는 이유가 공통적으로 깔려 있지요.
1) 장하나 의원 성명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614415.html
2) 양승조 의원 발언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2123734
3) 박창신 신부의 강론
http://blog.daum.net/sep0914/2862
4) 함세웅 신부의 CBS 인터뷰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no=455528&table=sisa
민주주의라고 불리고 있는 민주제(*)는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최고의 권력인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국민주권의 원리,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운영을 명시한 헌법을 제정하고 그 헌법에 따라 통치해야 한다는 입헌주의의 원리, 국가권력을 여러 기관에 분산시켜 이들 국가기관끼리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국가권력 분립의 원리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대의제(간접 민주정치)의 원리, 지방자치의 원리도 작동되어야 합니다.
* 민주제 : 우리가 부르는 민주주의는 Demacracy를 번역한 것으로, 이는 어떤 이념(~ism)이 아니라 정치체제로 ‘민주제’로 번역되어야 정확한 의미와 개념이 전달되는데 ‘민주주의’로 잘못 번역되어 인식되고 있습니다. Demacracy와 반대되는 정치체제(개념)는 군주제나 과두제인데, 일부 대중들이 공산주의, 전체주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Demacracy를 이념(~ism)과 동일 층위에서 생각하게 하는 이런 번역의 오류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장하나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함세웅 신부 등의 소위 자칭 진보진영 일부에서 지난 대선이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위의 민주주의 원리 중 국민주권의 원리, 입헌주의(법치주의) 원리, 권력분립의 원리를 위배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주장이 합당한 것인지 찬찬히 살펴보기로 하죠.
지난 대선에서 민주주의(민주제)의 원리가 관철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1)국민들은 1인1표의 주권을 행사하였는지, 2)헌법과 공직자선거법에 따라 대선이 치러지고 투개표 과정에 부정이 없었는지, 3)국가권력이 남용되거나 개입했는지를 따져 보기로 합시다.
1) 국민들에게 1인1표의 주권이 주어지고 자유롭게 행사했는지에 대해서는 별 이의가 없을 것으로 보아 이 부분은 pass하고, 민주주의가 유린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것은 2)개표 부정, 3)국가기관(국가권력)인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으로 이에 대해 집중해 보도록 하죠.
먼저 2)의 개표 부정에 대해 잠깐 살펴보고, 보다 핵심적인 사인인 3)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 지난 대선에서 투개표 과정에 부정이 있었는가?
지난 대선이 끝나자, 대선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멘붕이 온 친노 세력들을 중심으로 한 자칭 진보진영은 대선에서 컴퓨터 조작, 자동개표기의 사용의 위법성, 현장에서 표 바꿔치기 등의 개표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대선 무효 투쟁을 벌였습니다. 대선 당일 8시 30분경에 ‘박근혜 유력’이라는 자막이 한 방송사에 뜨고, 이후 각 후보의 득표수와 득표율을 예측하는 그래프(로지스틱 함수 그래프)를 제시하자 이것은 사전에 여권 쪽에서 박근혜 당선을 기정 사실화한 조작 증거라고 했습니다. 두 후보의 득표수가 로지스틱함수를 나타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데, 방송사의 예측대로 결과도 로지스틱 함수 그래프를 보였다는 것은 방송사와 정부(여권, 박근혜 캠프)가 사전에 조작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없다는 것이죠. 참으로 어이없는 주장이고 통계학을 무시하는 것이며, 과거의 선거결과를 비교 연구해 보지 않은 불성실과 무지의 소치입니다. 표본수 1000을 가지고 누가 당선될지 예측하는 여론조사도 하는데, 전국적으로 100만표 이상이 개표된 것을 바탕으로 당선의 가능성(유력)을 예측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요? 1000명 정도의 표본으로 나온 여론조사도 신빙성을 두어 일희일비하였으면서 그보다도 1000배가 넘는 표본, 그것도 실제 실행결과의 표본수를 근거로 통계학적으로 당선 가능성을 예측한 것이 부정의 증거라고 주장하니 더 말해 무얼 하겠습니까? 과거 김대중과 이회창의 15대 대선, 노무현과 이회창의 16대 대선, 이명박과 정동영의 17대 대선에서 두 후보들의 득표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곡선을 그렸는지 살펴보고 이번 18대 대선에서만 유독 특이하게 로지스틱 함수 그래프를 나타냈는지 확인해 볼 생각은 이들은 하지 않았습니다. 개표 초기에는 일부 지역만 개표하기 때문에 소량의 개표수와 득표수가, 개표 중반은 전지역에서 개표가 이루어지니 대량의 개표수와 득표수가, 후반에는 개표가 이미 완료된 지역이 생김으로 다시 소량의 개표수와 득표수가 발생함으로 각 후보의 득표수는 로지스티함수 그래프를 그릴 수 밖에 없음을 이들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죠.
더욱 웃긴 것은 서울시의 대통령 투표수와 서울시 교육감 투표수가 다르다는 것을 들어 이것을 부정투표의 증거라고 우기는 것이었습니다. 재외국민은 대통령 선거에서는 선거권(투표권)이 있으나 지방선거인 서울시교육감 선거에는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 투표수가 서울시교육감 투표수보다 당연히 많아야 함도 모른 채, 자기들의 무식을 드러내는데도 부끄럼이 없더군요.
더 기가 찬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리죠. 이번 대선에 사용된 투표함은 종이(판지)로 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종이 투표함이 부정을 저지르기 쉽게 하기 위해 정부(여당)가 이번에 도입했다고 말합니다. 종이 투표함은 노무현 정권 시절에 도입되어 17대 대선과 17대, 18대, 19대 총선, 그리고 지선에서 사용된 것으로 이번 18대 대선에 처음 사용된 것이 아닙니다. 이들 논리에 따르면 노무현이 부정선거를 획책하기 위해 종이투표함을 도입한 것으로 되는데, 이런 주장은 그야말로 팀킬에 자폭인 셈이죠.
내친 김에 하나 더 이야기하죠. 이들은 대선 개표 현장에서 자동개표기 조작을 통해 문재인 표가 박근혜 표로 둔갑해 들어갔고, 합산 과정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주장합니다. 자동개표기로 개표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며, 수작업 개표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구요. 물론 자동개표기도 오작동 할 수 있고 오류를 범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수작업 개표와 자동개표기 분류 중에 어느 쪽이 더 정확도가 높을까요? 저는 단언컨대 자동개표기가 훨씬 정확도가 높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자동개표분류기 사용이 선거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자동개표 후에 수작업을 통해 재확인 과정이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종이투표함과 마찬가지로 자동개표분류기는 이번 18대 대선에 처음 쓰인 것이 아니라 18대 대선이 있기 전인 지난 해 4월 19대 총선에도 사용되었고, 17대 대선, 그 동안의 지방선거에서도 사용되었습니다. 이들이 자동 개표분류기를 사용하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생각하면 지난 대선, 총선, 지선에서도 무효를 주장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자동개표분류기는 18대 대선에서만 오작동을 일으키고 선관위 직원이 조작을 한 것인가요? 자기들의 진영 사람들이 당선될 때 사용된 자동개표분류기는 착한 개표분류기이고, 박근혜가 당선될 때 사용된 개표분류기는 나쁜 개표분류기입니까? 개표 집계 과정에서도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개표 현장에는 선관위 직원은 물론, 민주당 참관인도 배석하고 확인합니다. 그리고 개표에 동원된 공무원들도 절반 정도는 문재인 지지자들일텐데 어떻게 부정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전국적으로 단 한 곳도 민주당 참관인으로부터 개표과정이나 집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의 제기가 없었습니다. 집계의 오류가 일부 지역에서 일어났지만, 이는 통상 다른 선거에서도 일어났던 일로써 특이한 것도 아니며, 바로 잡혀 졌습니다. 또 그 착오나 오류도 박근혜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었고, 최종적으로 현장의 개표결과와 중앙선관위의 집계결과는 일치했습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개표 부정을 주장하고 있으니 이들이 상식이 있는 사람들일까요?
박창신 신부가 전주 성당의 시국 강론에서, 그리고 함세웅 신부가 CBS 정관용과 대담에서 개표 부정을 주장하는 근거는 모두 위에 제가 언급한 이런 내용들입니다. 박, 함 신부는 근거도 없는 개표 부정을 마치 사실인 양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앙선관위도 부정 개표를 주장하는 사람과 단체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한다고 했으니 이들 신부들도 성직자라고 해서 봐주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성직자인 이들 신부들이 국민들을 호도한 책임은 더 큽니다.
2. 국정원은 박근혜 당선을 위해 조직적 여론조작을 했는가
아마 이 문제가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고, 그 동안 아크로에서도 무지하게 논쟁했던 것이죠. 제 주장을 다시 한다면 지겨울 수도 있으니 최근의 것들로만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일단, 링크하는 글을 먼저 보시죠.
http://www.breaknews.com/sub_read.html?uid=296279§ion=sc1§ion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421&aid=000...
지금 국정원 댓글 사건을 검찰이 기소해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위 링크 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검찰이 얼마나 무리하게 기소를 해서 사법부(판사)로부터 질책성 요구를 받고 체면을 구기고 있는지 보일 것입니다.
<국정원측은“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국정원이 트위터를 통해 퍼뜨린 선거ㆍ정치 관련 글”이라며 2차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121만여건의 트위터 글 중 93%인 112만여건은 정치관여ㆍ선거개입과 관련 없었다“면서 “ 전체 글 121만건도 대부분 국정원 직원이 작성하거나 리트윗한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까지 국정원 직원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글은 590여건(0.049%)에 불과하다. 국정원이 검찰의 2차 공소장 변경 신청 후 트위터 글 121만여건과 ID를 확보해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글 중 ▲북한 선동이나 종북세력의 유언비어에 대한 반박 내용이 56만여건(46%) ▲NLL이나 제주해군기지 등 안보현안 관련 내용이 23만여건(19%)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 내용 중 4천여건은 오히려 야당ㆍ야당 후보 ‘지지글’을 ‘비판’으로, 여당ㆍ여당후보 ‘비판글’을 ‘지지’로 잘못 분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지금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각론에만 너무 치중해 원 전 원장으로부터 어떻게 지시가 내려왔고, 어떻게 역할분담이 되었는지 등에 대한 큰 줄기를 소홀히하고 있는 것 같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검찰이 변호인으로부터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 후 빼겠다는 입장을 거듭 보이자 재판부는 "입증 책임은 검찰에게 있다"면서 "일단 공소를 제기해놓고 변호인이 지적하면 빼겠다는 얘기는 잘못된 얘기"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에 2600여개 각 계정별로 어떻게 국정원 직원 것으로 특정하게 되었는지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또 이와 병행해 2만6000여개의 트위터 씨드(Seed)글이 객관적인 사실로 보이지만 어떤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에 정치·선거 관여로 기소하게 됐는지도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브레이크뉴스의 기사를 보면 검찰이 국정원 직원 트윗을 분석하고 정리한 것이 엉터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검찰이 재판정에서 판사로부터 저런 질책성 요구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한겨레는 검찰이 시간이 없어 분석 못한 트윗이 2200만개나 된다고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고, 이를 받아 장하나 의원도 박근혜 퇴진 요구의 근거를 삼았지요. 2200만개라고 뻥튀기를 하면 무엇 합니까? 공소장을 변경해 가며 121만개를 증거라고 내놓은 것이 저 지경인데 검찰의 발표에 신뢰가 가겠습니까? (2200만개도 검찰이 말한 것이 아니라 한겨레가 자가발전했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검찰이 계속 궁지에 몰리니 터무니 없이 숫자를 과장해 국민들을 오도해서 여론전으로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죠. 차라리 2200만 건이 아니라 대선 기간 내 유통되었던 모든 트윗 수를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정원의 여론조작을 다 밝힐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검찰이 그 동안 발표한 숫자와 내용들은 국정원과 그 변호인들에 의해 모두 반박되었지만, 국정원의 반박에 대해 제대로 된 검찰의 재반박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정면 반박은 못하고 고작 내놓는 것이 숫자 부풀리기 놀음만 하고 있으니 판사들도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렇게 해 가지고 검찰이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이상에서는 최근의 재판과정에서 나온 사실들을 가지고 국정원 댓글 사건을 논했습니다만,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원이 <박근혜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했는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에 댓글을 달거나 트윗을 한 것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엄밀히 따져보면 위법을 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법적 제재를 가할 사안인지, 이런 것에 대해 사법적 처리를 할 경우 어떤 상황이 도래할지 우려될 뿐입니다. 국정원이 대선에서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했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논쟁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조직적 여론조작>이라고 부를려면 다음의 조건과 사례비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여론조작에 대한 윗선의 지시와 하부에서의 실행내용 보고가 이루어졌는가?
사실 원세훈 국정원장이나 심리전단장의 대선 여론조작 목적을 띤 지시가 있었느냐 여부가 조직적 여론조작을 가르는 핵심적인 사항입니다. 윗선의 지시가 없다면 조직적 여론조작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재판부에서도 이에 대해 검찰을 질책하였지만, 원세훈 전 원장으로부터 어떻게 지시가 내려왔고, 어떻게 역할 분담되었는지 대해 검찰은 공소장에 나타내지도 못했고, 심리에서도 이를 입증하지 못했음이 드러났습니다. 혹자는 공소장에 원세훈의 여론조작 지시 내용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근거를 내어 놓으라고 하면 묵묵부답입니다. 아크로 회원 중에 원세훈의 여론조작 지시사항을 알고 있는 분이 있으면 올려 봐 주십시오.
둘째, 국정원 직원이 단 인터넷의 댓글과 트윗 내용에서 일반인이 접할 수 없는 고급 정보들이 있었는가?
저는 검찰이 제시한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이나 트윗에서 제가 알 수 없었던, 또는 접할 수 없었던 내용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 신문 기사 내용이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 뿐이었죠.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박근혜를 지원하려 했었다면, 정보 조직으로서 취득할 수 있는 고급 정보(문재인의 비리, 측근과 캠프의 의혹, 민주당의 실책 등의 문재인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정보)들을 유포하는 것이 효과적일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셋째, 국정원의 심리전단이 대선 여론조작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흔적이 있는가?
대선 여론조작을 조직적으로 했다면 심리전단의 팀원들이 인터넷이나 트위터에서 대선 이슈나 박근혜에게 유리한 내용을 전파하는데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흔적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대선 이슈나 박근혜에게 유리한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노출되도록 조직원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가며 움직였다고 볼 수 있는 증거나 정황은 보이지 않습니다. 각자가 댓글을 달고 트윗을 했을 뿐이죠.
넷째, 대선 여론조작 목적 달성을 위해 효과적으로 활동했는가?
국정원이 원세훈 지시하에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 인터넷이나 트위터에서 그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오유, 뽐뿌 등 일반인들이 잘 알지도 접근하지도 않는 사이트에서 댓글을 달았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여론조작 임무를 맡은 책임자이거나 실무자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습니까? 일반인들이 많이 보는 포털을 주무대로 했을 것이고, 댓글이 아닌 논리정연한 발제 글, 설득력 있는 글을 달거나 달게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선 관련해서는 단순히 개인적으로 댓글만 달고, 추천하는 일만 했을 뿐입니다. 대선 여론조작을 지시를 받았다면 조직원으로서는 효과적인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죠. 여론조작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업무 지시이행여부를 따진다면 이들은 지시 불이행에 업무 태만을 한 것입니다.
다섯째, 국정원 직원들은 과거 어떤 사이버 활동을 했고, 그것과 18대 대선에서의 사이버 활동은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제가 만약 검찰이라면,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 여론조작을 밝히는데 최우선을 둘 것은 대선기간 동안에 이들이 한 사이버 활동과 그 전에 이들이 했던 사이버 활동을 비교해서 대선기간 동안에 댓글이나 트윗 수가 유의미하게 그 전과 비교해 늘어났다는 것과 그 내용도 그 전과 비교해 달라졌다(박근혜 지지 글과 문재인 비난 글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을 밝히는데 주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런 것을 밝히는데 실패했습니다. 애초에 대선 기간과 그 전의 활동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기소한 대선 개입 댓글의 숫자는 고작 73개, 그 내용도 박근혜, 문재인 언급은 각 3개, 대부분 통진당과 이정희를 비판하는 글이었죠. 이것을 가지고 과거의 사이버 활동과 차이가 있다고 우길 수는 없는 노릇이죠.
여섯째, 과거 정권에 있었던 국정원 등의 정부기관의 사이버 활동과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국정원을 비롯한 정부기관이 인터넷에서 댓글을 달도록 정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공문도 보내고 그 실적을 평가했습니다.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국정원은 인터넷에서 국정홍보를 위해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번 검찰의 판단 기준으로 볼 때, 과거 노무현 정권의 국정원이 댓글을 단 것도 정치 개입이며, 선거에서 여론조작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검찰이 댓글을 분류한 기준을 보면, 정부나 여권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그 글의 취지나 목적을 떠나 모두 정치 개입과 대선 여론조작으로 분류했지요. 노무현의 국정원이나 정부기관이 단 댓글은 대부분 국정홍보였고, 이는 이번 검찰의 기준으로 보면 모두 정치 개입과 선거에서의 여론조작이 됩니다. 더구나 이런 댓글 작업은 노무현 정권의 지시하에 조직적으로 했다는 증거가 이미 다 나왔습니다. 지시가 명백했던 점에서는 이번 국정원의 댓글보다 더 조직적 여론조작이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은 노무현의 국정원이나 정부기관이 한 사이버 활동에 대해서는 왜 일절 언급을 하지 않을까요? 이번 국정원 댓글이 문제라면 노무현의 국정원과 정부기관은 더 문제인데 말이죠.
일곱 번째, 대선 개입 정도와 그 영향에 있어 과거의 국정원과 18대 대선에서 원세훈의 국정원 중에 어느 쪽이 더 문제가 된다고 보십니까?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은 김대업의 유죄 판결로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대업의 병역비리 의혹 제기는 당시 친노언론과 검찰에 의해 연일 대선기간 내내 회자되었으며, 이회창의 당락에 영향을 주었다고 사법부도 판단했습니다. 최근에는 김대업이 당시 민주당이 자기에게 50억을 주기로 되어 있었으나 배달사고로 자기가 받지 못했다고 폭로함으로써 노무현 캠프와 직접 관련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지요. 배달사고의 당사자로 지목된 안희정은 김대업을 고소한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아직 고소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대업이 유죄 판결로 복역하고 사법부도 당락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 평가했는데 당시 시민단체, 자칭 진보진영은 지금과 같이 들고 일어났나요? 노무현은 김대업이 유죄판결을 받았는데도 사과 한마디 하였나요? 민주당은 이에 대해 어떤 유감 표명을 하였습니까?
17대 대선에서 노무현 정권의 국정원은 또 어떻게 했습니까? 박근혜와 이명박의 주변을 조사하고 계좌를 뒤지는 등 압박하는 행위를 서슴치 않았지요. 원세훈의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을 단 것과 비교하여 김대중의 국정원이나 노무현의 국정원이 한 짓이 대선에 미친 영향은 어떠 했다고 보십니까?
여덟 번째, 전교조와 전공노의 대선개입과 그 영향은 국정원 직원의 댓글과 비교해 어떠습니까?
전교조의 교사와 전공노의 공무원들도 공무원 신분입니다. 이들이 18대 대선에서 한 행위는 엄밀한 법 적용을 하면 공무원의 정치중립과 공선법의 선거 개입 금지 조항에서 자유로울까요?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들의 행위는 위법이고, 전교조와 전공노는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측면에서는 국정원과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이들이 18대 대선에서 인터넷을 비롯한 사이버 공간과 off 공간에서 한 행위가 대선에 영향을 준 것은 국정원의 댓글의 그것에 비하면 엄청납니다. 여러분들은 국정원과 그 직원들을 사법처리 한다면, 전공노와 전교조의 간부들과 교사들, 공무원들을 사법처리하는데 동의하시겠습니까? 저는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과 트윗으로 사법처리해야 한다면 전공노와 전교조도 마찬가지로 사법처리해야 하고 앞으로 어떤 공무원들도 정치성 글이나 선거 관련 글을 못 쓰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단지 공무원이라는 신분이라는 이유로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를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하는 것이 이렇게 제약을 받아도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번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사건은 형평성과 비례성에 입각해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과의 비교, 같은 공무원 신분인 교사와 공무원들의 사이버 활동과의 비교, 국정원 직원이 단 댓글의 내용과 숫자, 그리고 그 목적과 의도성의 정도, 대선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여 그에 걸맞는 처리가 있어야지, 단지 단 하나의 댓글이라도 공무원의 정치중립과 선거 개입 금지 조항을 어긴 것임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 교통법규 위반자에게 사형을 내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죠.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접근해서 과대 포장하거나 그 행위에 비례한 처벌이 아닌 과한 처벌을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민주당이나 자칭 진보진영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이유로 대선불복을 요구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나, 국정원 사건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고 촛불집회를 하여도 호응이 없는 것은 이러한 형평성과 비례성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그 정도를 가지고 민주주의 훼손이니 대선불복을 말하는 것은 오버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물론 이번 기회에 국가기관의 인터넷, SNS 활동에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여 정치적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도입은 필요할 것입니다.
3. 민주주의는 누가 유린하고 있는가
1) 저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독선이라고 봅니다. 그리스로마시대 민주제가 시작된 것은 대중들에게 모두 칼을 주었기 때문이고, 미국의 수정 헌법에도 <국민의 무장의 권리>를 줌으로써 각자가 총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은 상대를 공격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민주제의 기본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합니다. 그런데 자칭 진보진영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요? 자기만이 옳고 자기만이 선이며 정의라고 생각하고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인정하지 않고 없어져야(없애야) 할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 현대 민주주의에서 특히 고려되어야 할 점은 대중들이 정확한 정보를 취득하고 그에 따른 각자의 의견을 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음모론이나 과장과 왜곡이 없는 fact를 대중들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정치적 편견이나 진영주의에 매몰되거나, 과도한 맹신에 빠져 사실판단 이전에 가치판단을 우선해서 사실을 왜곡하여 대중들에게 전달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대중들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게 만듭니다. 이는 대중들이 가진 권력의 주권행사에서 진정한 의사를 반영할 수 없게 함으로 반드시 척결해야 할 문제이지요.
자칭 진보진영과 진보언론들은 여기에서 자유로울까요? 대선이 끝나자 대선무효를 외쳤던 진보진영 사람들, 그리고 대선무효 서명을 전개한 진보언론들이나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정의구현 사제단의 박창신 신부나 함세웅 신부가 주장했던 투개표부정이 사실인가요? 근거라고는 전혀 없으며, 단지 자기 논거를 위해 부정이 있어야 한다는 자기 암시와 상대는 악임으로 부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맹신이 있지도 않았던 투개표부정을 만들어 낸 것이죠. 이런 행위야말로 대중들을 현혹하고 선동해 대중들의 판단을 왜곡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것입니다.
3) 국민들이 참여한 의사결정(선거결과)에 승복하고 따라야 합니다.
물론 다수결이 최선이 아니며, 부작용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정책이나 지도자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다수결을 선택하는데 동의했습니다. 대통령 선거도 이에 따른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결정 방식은 다수결이 기본이고, 헌법도 이 방식에 따른 대통령 선거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이 되지 않았더라도 결과에 승복하고 따라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그런데 친노를 중심으로 한 자칭 진보진영이 지난 대선 후에 보인 모습은 어떠했나요?
4) 자유로운 토론공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상대방의 반론 기회를 차단하지 않는 토론문화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보다 생산적이고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으려면 상호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나만 이야기하고 상대의 발언권을 제약하거나 그 기회를 박탈한다면 설사 내 의견이나 주장이 선택받는다 하더라도 상대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없고 갈등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자칭 진보진영과 진보언론은 과연 이 문제에 자신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민주와 소통을 입으로는 외치면서 하는 짓은 양아치 짓을 서슴치 않고 있죠.
5) 자기 의사의 표현과 그 방법은 법률에 정하는 범위를 넘어서지 말아야 하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됩니다.
헌법이나 법률이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정하고 불만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불만이 있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개정하면 됩니다만, 우리가 합의한 헌법과 법률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자칭 진보진영의 최근의 모습을 보십시오. 자기 주장이 옳다는 신념이 너무 강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행동들이 곳곳에 나타납니다.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자기 의사의 표현은 보장받아야 하겠지만, 법률을 위반하면서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들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물론 위에 제가 열거한 항목들에 보수진영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현 정권도 완벽하다고 저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칭 진보진영의 민낯을 보면 과연 그들이 ‘현 정권이 민주주의를 유린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지금 누가 더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