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개설된'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는 개설 이틀 만인 14일 팬이 6만 명을 넘어섰다.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7일 먼저 시작된 '철도 민영화 중단을 위한 10만 서명운동에 참여한 시민 수가 아직 5만 명 선인데 비하면 비약적인 속도다.
▲ "안녕하십니까? 아니요 안녕하지 않습니다."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학내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로 주목받게된 고려대 주현우씨와 이에 동참하는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모여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서울역나들이' 행진을 앞두고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안녕하지 않다" 반응 줄이어
▲페이스북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
ⓒ 안녕들하십니까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은 지난 10일 오전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인 주현우(27)씨가 같은 제목의 대자보를 작성해 학교 게시판에 붙이면서 시작됐다. 주씨는 대자보에서 수천 명의 철도노동자들이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을 하다가 직위해제된 일과 송전탑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밀양 주민을 거론하며 "(이런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20대가 정치·사회에 무관심한 것이 IMF 등 시대 흐름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면서도 이제는 "(무관심하게) 그럴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저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 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 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묻고 싶다"면서 "모두들 안녕하십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같은 날 오후, 몇몇 누리꾼들이 이 대자보를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자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응답했다. 이 내용이 담긴 게시물은 올라간 지 4시간 만에 250회 이상의 '좋아요'를, 500회 이상의 '공유'를 받았다.
이후 사진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고려대 게시판에는 수십명의 학생들이 "안녕하지 않다, 사회에 관심을 갖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답변성 대자보들이 올라왔다. 고려대 이외에도 서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연세대, 가톨릭대, 광운대, 중앙대, 상명대, 인천대, 용인대 등에서도 대자보가 부착됐다.
응답은 시민사회 전반으로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는 생긴지 이틀 만인 14일 오전까지 6만3000여 명의 시민에게 '좋아요'를 받았다.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도 13일 밤 고려대를 찾아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조금만이라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철도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다, 학생여러분 고맙다"는 손글씨로 쓴 대자보를 붙였다.
'안녕하지 못한' 시민들은 14일 오후 '서울역 나들이'를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3시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모여 '왜 여기에 왔는지 고백하는 성토대회'를 연 후 4시 20분에는 밀양 송전탑 운동 중 자결한 고 유한숙씨의 추모문화제에 참가한다.
이후 밀양 주민들과 함께 5시부터 서울역에서 열리는 '관건부정선거규탄, 철도민영화 저지 촛불대회'로 이동한다.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실시된 나들이 참가 설문조사에는 600여 명의 시민들이 이 행사에 참석할 뜻을 밝혔다.
▲카톡용 '안녕들하십니까' 이미지들.
ⓒ 진희맘 홀릭
카톡 플필사진도 '안녕들하십니까'로 바뀐다
한편 카톡 등에서도 다양한 '안녕들 하십니까' 이미지들을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육아 커뮤니티인 '진희맘홀릭' 등에는 다양한 서체들의 '안녕들하십니까' 이미지들이 올라왔다.
'진희맘 홀릭'의 회원인 '라미온이'는 "내가 무관심해서 누군가 힘들어졌다면 결국 나에게도 파도처럼 앞선 이들의 모든 고통과 외로움이 밀려올 것이다"라며 동참과 연대를 호소했다.
아들 둘을 둔 엄마라는 '마이율민'은 "현실로 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 애 엄마들의 현실"이라며 "(하지만) 제 카톡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모두의 안녕을 걱정하는 플필(프로필 사진)이 되길 바란다"라고 적었다.
'달호수'도 "정의니 국정니 모르지만 내 딸이 자랄 대한민국이 더 이상 소수의 이익을 위해 망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은 안다"라며 "마음 같아선 촛불들고 서울역 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음을 통탄하며 작은 소리라도 동참해본다"라고 응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