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눈도 오고 혼자 너무 좋다고 소소한 감정에 여러분이 기꺼이 공감해주셔서 기분 참 좋았어요.
보고 어떤지 말씀해달란 말도 생각나고 해서 간단히 후기 써봐요.
일단 칠레 영화고 중년 돌싱인 글로리아란 여자의 사랑과 삶의 태도에 관한 얘기에요.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비롯 3관왕 작품이래요.
오십은 넘었을 듯한 중년의 직장 싱글 여성이 밤엔 한껏 치장하고 클럽에 가서 춤도 추고 여러 남자들도 만납니다.
그러다 서로 필이 꽂힌 남자와 진한 연애를 하게 되며 좌충우돌 하는 얘긴데
일단 세계화의 영향인지 드문드문 등장하는 정치 사회적 문제는 공감대가 크구요.
단 성기노출, 이혼한 부부가 서로의 새 파트너를 데리고 만난다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공개적이고 뜨거운 남녀 간의 관계는 확실히 우리완 좀 다르구나 싶어요.
무엇보다 이 글로리아란 여인, 팔자주름도 척 져있고 눈밑도 자글자글하지만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추구하는 솔직함,
자기 여가 시간에도 충실하고 당당하고 멋져요.
중간이 좀 쳐져서 약간 지루할 쯤 마지막에 통쾌해집니다.
이삼십대 보단 사오십대 분들이 더 공감되실 듯 하구요.
제가 보고 난 뒤 알 수 없는 후련함을 씨네21송효정 기자가 써놓은 글을 보며 '이거다' 했어요.
'사랑도 필요하지만 그 사랑과 타협할 수 없을 때엔 고독을 인정하며 자존적으로 홀로 살아갈 용기가 필요하다.
연애를 시작할 나이에 제한이 없듯, 연애를 끝내기를 결심할 나이에도 제한은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의 관습과 완고한 고집에 휘둘리지 않는 글로리아는 자신만의 기율을 지닌 여성이다. 세바스티안 렐리오의 <글로리아>는 드물게 진지하고도 사실적인 시선으로 중년의 섹슈얼리티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