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5세가 되는 아이를 유치원에 넣으려고
11월에 시작된 설명회에서부터 원서교부, 원서접수, 추첨일까지 7군데의 유치원을 세네번씩 쫓아다녔습니다.
그 중 벌써 네 군데를 떨어졌네요.
좁은 유치원에 수백명 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들과 함께 밀고 밀리며 원서를 들이밀다보니,
이게 무슨 짓인가 마음이 허무해집니다.
나 다섯살엔 유치원 안가고, 옆집 언니동생친구와 땅따먹기하고 놀았는데.
공동육아가 별건가, 엄마가 애들 모아놓고 도너츠 만들어 튀겨주고,
아파트 앞마당에 큰 대야에 물받아서 수영복 입혀 놀아주고,
애들이랑 놀이터에서 그네타고 집에서 그림그리고 그러고 놀았는데.
난 왜 어린이집 가기 싫다는 네살 아들의 졸린 눈을 억지로 뜨게 하고
빨리 아침밥 먹으라고 윽박질러서 가서 abc를 공부하라고 시키는가,
그러고는 왜 애 표정이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면서 걱정하는가,
애는 남들에게 맡겨놓고 다른애 엄마를 백화점에서 만나
어차피 세살이 되면 집에 있는게 심심해서 얘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며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는가,
그러면서 난 다른 엄마들과 달라, 영어유치원만은 안보낼꺼야 라고
왜 자기체면을 거는가.
제가 제 일을 갖고 있었더라면 이런 고민은 덜 했을 거 같습니다...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일테니까요.
어쩔 수 없지 않으면서 남들따라 어디든 맡겨야한다고 쫓아다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집에 행복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한없이 슬프고 답답해집니다.
자유게시판 -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라고 쓰인 글귀가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들어와서 끄적여봅니다.
공부가 덜 된 것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다시 마음과 머리를 다잡아야할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