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SBS프로그램에서 취재해 알려진 가정폭력과 학대에서 구출된 영훈이(가명)요.
남매였는데 누나는 굶어서 사망해 자기집 앞마당에 묻혔고,영훈이는 구출되었죠.
그게 처음 아동학대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진 계기라고 해요.그때 그 프로그램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서 한동안 후원도 했었는데 후원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받아보니 젊은 사회복지사 부부에게 맡겨져 잘 있다고 해서 안심했고,
워낙 사람들이 많이 아는 아동이니 후원이 많겠거니 해서 후원을 다른 데로 돌렸어요.
요즘도 아동학대로 사망까지 이르는 뉴스가 끊이지 않아 마음이 아픈데 문득 영훈이가 생각나 검색을 했더니,올초에 20세가 된 영훈이에 대해 근황을 소개한 기사가 있더군요.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newsview?newsid=20130112092108776
워낙 매체에 노출이 돼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 거기에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등의 이유로 젊은 부부가 감당을 못해 1년만에 다시 어느 중년부부에게 위탁되었다가 또다시 돌아와 2001년부터는 시설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떤 자원봉사자는 6년간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찾아와주기도 하고,심리치료도 꽤 꾸준히 받았던 것 같긴 해요.
인간은 참 나약한 존재로 태어나 겸손함을 배우게 되기도 하지만,악마같은 부모에게 걸리면 그 부모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해도 그 후유증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이 크고 고통스러운 것 같아요.
좀더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했었나.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요..
이 사건을 계기로 2000년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아동학대에 대한 정의뿐 아니라 처벌 근거, 관련 기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고 하는데,사건이 생길 때마다 여론만 부르르 끓었다 식을 뿐,크게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이 안 들어요.
예방차원의 시민의 대응에 대한 지침이나 사후관리체계나 자발적 봉사가 부족한 듯도 하고요.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손길도 많고 우리도 많이 지친 사회이고요.
그렇다하더라도 가장 시급한 건 폭력은 가정사가 아니라 신고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의 확산과 현명한 절차를 밟는 과정의 습득(전에 어느 분이 신고한 사례를 알려주시더군요.근데 글이 지워진 것 같아요.)이 필요해보여요.
아직도 어딘가에서 신음하고 있을 아이들이 있을테니까요.물론 영화 아이 엠 쌤에서 처럼 공권력이 남용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