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보고싶은 외할머니

오늘 조회수 : 759
작성일 : 2013-11-29 10:03:24
1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넘 보고싶네요
손주들 중에 제가 좀 각별한 사이였죠
제가 고등학교때 서울로 혼자 올라오게됐는데 그때부터 외할머니,외할아버지랑 살았어요
당시 외할아버지는 중풍 온 후 절 잘 못알아보시는 정도셨고 외할머니가 할아버지 수발하면서 제 밥도 챙겨주시고 그랬죠

고3때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제가 대학입학하면서 할머니랑 둘이서 학교 근처로 이사를 와서 살았어요
할머니댁은 낡은 건물 3층이었고 아파트는 새로 지은 곳이니깐 할머니가 상당히 좋아하셨죠. 
그렇게 전세로 2년 살고..

할머니가 당뇨가 있으셨는데 병세가 나빠지셔서 병원을 자주 가야 하게 되어서 학교랑은 멀어졌지만 병원 근처로 다시 이사를 갔어요. 저는 이때부터 계속 혼자 살겠다고 했는데 엄마가 반대하셨고요. 보수적이셔서..
그리고 그 전세도 끝날 무렵 도저히 멀어서 안되겠다고 제가 고집부려서 다시 학교 근처로 이사왔어요
할머니랑은 1년 정도 이 집에서 살았는데..이때 기억이 참 많이 나요.
왜 1년밖에 같이 안 살았냐면 
할머니께서 점점 신장투석 하고 그런 횟수가 많아지면서 아예 입원을 하시게 된거죠
그때부터 7년을 할머니는 병원에 계셨네요
저는 자주 못 찾아뵈었어요...
가끔 가면 정말 좋아하셨는데
가면 이상하게 눈물 나고 슬퍼져서 못 가겠더라고요. 바쁘다는 핑계도 물론 있었구요.
그래도 자주 갈걸..지금은 가고싶어도 못가니까..
할머니한테 못되게 대한것들이 자꾸 생각나요. 같이 살면서 짜증도 엄청 많이 냈고.. 할머니가 저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하면 짜증내고, 할머니가 저 경상도기집애 성깔이 못돼쳐먹어서 시집이나 가겠냐고 뭐라 하면 또 짜증내고.. 
또 한번은 .. 할머니께서 병원에 계실때 계속 누워계시니까 나중엔 허벅지가 진짜 뼈밖에 안 남게 되더라고요. 원래는 뚱뚱하셨었는데.. 눈도 백내장 오셔서 잘 안보이셔서 코앞까지 가야 누구 왔구나 아시고.. 그 모습을 하시고서는, 너랑 **동 살때가 좋았다면서 그때 참 좋았어 라고 넘 슬프게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때 노인정도 가시고 절에도 가시고 활동적이게 즐겁게 사시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너무 슬프더라구요..뭐라 말할수없이 슬펐어요
그 시절이 다시 오지 않는 게.. 그렇게 가버린게요.
지금은 할머니가 병원에라도 계셨으면 하지만요.
할머니가 제 결혼식엔 못오셨지만 그래도 결혼하기 전에 남편 데리고 병원에 찾아뵌게 그나마 너무 다행이에요..
그게 정말 저한테 위안이 되네요 우습지만..
이상하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꿈에 많이 나오세요. 무슨 영혼이 찾아오고 그런건아닌거같고 그냥 제가 그리워해서 나오는거 같아요
평소에는 그냥 잊어버린채로 살지만 가끔씩 할머니 생각날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가슴속이 휑하고, 눈물도 나요
누군가, 사랑하는 가족이 죽는다는 게 이런 건가 봐요 
할머니가 계실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확실히 다른 거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오버 같지만 뭔가 치유될수없는 슬픔을 갖게된 사람 갖기도 하고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이 많아질텐데..이런 느낌을, 이런 구멍을 여러개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참.. 
물론 어떻게든 살아는지겠지만 그냥..다른 거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인생은 즐겁구나 하고 살다가, 벗겨지지 않는 우울을 한겹 선사받은 느낌이에요.
나중에..엄마 아빠 그리고 시부모님도.. 그런 생각 안해야겠지만 생각이 들면 참 무섭네요.
인간의 유한함..삶이 죽음을 향해 가는 거라는 말이 실감이 나기도 하고.. 
이런 그리운 마음은, 혼자 갖고있는거보다 누군가와 얘기하는게 나을거같아서 엄마한테 외할머니 꿈에나온거 얘기도하고 그래요. 근데 저희엄마는 감정표현을 잘 안하는 성격이라 그냥 외할머니가 널 많이 예뻐하셨지ㅡ 하시고 엄마도 할머니가 그립다거나 그런말은 잘 안하세요.

갑자기 이런 글을 쓰게 된건요..제가 회사를 옮기게돼서 새로운 곳으로 출근을 하는데, 영동대교 밑에서 유턴해서 강변북로 타는 그 쪽.. 인적이 좀 없는 편인 그쪽에서 어떤 할머니가 걸어오시더라구요
근데 저희 외할머니랑 너무 닮은거에요.  돌아가시기 10년전쯤 좀 건강하실때의 모습이랑요.. 
그래서 빤히 쳐다봤어요
근데 그분을 이틀 연속으로 봤어요. 둘쨋날은 집에서 5분 늦게나왔는데 그분도 5분 늦게 나오셨나봐요
차 세우고 말 걸고 싶더라고요...
회사와서도 계속 생각나고 기분이 이상하네요 할머니 보고싶고..
이렇게 그리운 사람..있는 분들 많으시겠죠?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IP : 211.181.xxx.3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abelle
    '13.11.29 10:38 AM (210.115.xxx.46)

    저는 어릴때 키워주신 외할머니가 살아계시는데 저 사느라 바빠서 자주 찾아뵙질 못하고 있어요.ㅜㅜ
    그나마 시댁과 외가가 가까워서, 명절땐 꼭 찾아뵈니까 다행은 다행인데...

    대학때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할머니가 저를 참 이뻐하셨어요. 늘 자랑스러워 하시고...
    생전에 계실땐 친할머니와 큰 정이 없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지금 사는 모습 보시면 좋아하실텐데 싶어서 시시때때로 생각나고 보고싶어요.

    글을 참 잘 쓰셔서.... 저도 막 눈물이 나네요.

  • 2. 그리움
    '13.11.29 11:03 AM (119.195.xxx.145)

    제게도 외할머니는 참 그리운 분이세요..
    멀리계셔서 일년에 한두번밖에 못뵈었지만..
    제 결혼식때는 건강이 많이 안좋으셔서 못오셨는데
    외삼촌편으로 보내신 축의금 봉투에 참 마음이 아릿했네요.
    제가 첫애낳고 두달쯤뒤 돌아가셨는데..ㅜㅠ
    친정엄마는 늘 그말씀하셔요
    시부모 모시느라 내부모 생신때도 못가고
    갈수있는 때가오니.. 부모님이 안계시더라는..
    부쩍 나이드신 엄마얼굴에서 외할머니가 겹쳐올라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9861 시험볼때 실수 잘 하는 아이..나중에 좋아질까요? 20 dma 2013/12/12 2,499
329860 알레르기접촉성피부염 이라는데요..추가로 여드름얼굴... 6 블루 2013/12/12 2,844
329859 檢, 靑행정관 구속영장 검토…“아직 압수색도 안했어?” 1 김진태최악의.. 2013/12/12 520
329858 소녀시대는 ..성형을 한건가요? 20 dd 2013/12/12 7,513
329857 아기사랑세탁기 와 한일빨래삶통 써보신 분여~^^ 2 행복한요즘 2013/12/12 6,114
329856 매운 양념으로 보쌈(수육) 해 보신 분 계신가요? 1 보쌈 수육 2013/12/12 961
329855 고딩 내신..과목당 1등급이 없는 경우도 있나요? 2 고딩 궁금 2013/12/12 1,608
329854 패딩부츠랑 어그부츠 8 ... 2013/12/12 2,201
329853 교대역 근처 빌라 3억으로 전세 가능할까요? 3 빌라 2013/12/12 1,712
329852 스테이크가 싫어요 19 2013/12/12 2,532
329851 부정선거 동영상이 널리 퍼질려면... 6 정의 2013/12/12 599
329850 미국에서 중3에 들어가는 아이 어디로 갈까요?? 고민 2013/12/12 475
329849 아이폰으로 82쿡 볼때 무슨 어플 쓰세요? 7 어플 2013/12/12 1,014
329848 흑마늘(도움주세요) 펴나니 2013/12/12 546
329847 때가너무심하게 보여요 ᆢ무엇으로 좀깨끗 3 가죽쇼파 2013/12/12 841
329846 제왕절개 수술 날짜 잡았는데요 잘 잡은걸까요? 7 ㅇㅇ 2013/12/12 1,210
329845 떠나고파 갱스브르 2013/12/12 408
329844 중앙대 영어영문이랑 외대 프랑스어과 중 어디가 나을까요? 34 고3엄마 2013/12/12 5,332
329843 아기낳고 살 언제 다 빠지셨나요? 5 ㅠㅠ 2013/12/12 1,163
329842 꽃기르면서 하는 태교해보신 분 알려주세요 2 태교 2013/12/12 639
329841 해외여행가는데~ ;;; 4 생애최초 2013/12/12 841
329840 조선족 말투 표나는 보이스피싱 3 NH농협 사.. 2013/12/12 1,262
329839 애비란놈이 더 나쁜놈같은데..불구속입건이라니... 4 ,,,, 2013/12/12 979
329838 조오영 입만 바라보다…'채동욱 정보 유출' 수사 '늪' 1 세우실 2013/12/12 693
329837 용인외고 얼마나 좋은가요? 6 dkny 2013/12/12 2,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