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만 14개월 되는 아기를 두고 복직을 해야 해요.
아기 키우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요.
육체적으로 힘든건 힘든거지만, 단 한순간도 짜증난 적도 없었고
그저 아기 눈짓, 손짓, 발짓 말소리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럽고 이뻤어요.
오죽하면, 이웃의 할머니께서 나이 70에 득남한 사람 같다고까지 하셨죠. ^^;
이 얘기듣고 지인들은 박수치며 맞다맞다 하고 ㅋ(앗 득남이란 단어에 너무 민감하시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그저 나이드신 분께서 강조하느라 하신 말씀이시니.. 워낙 또 민감하게 받아들이실 분들이 있을까봐서 연막 칩니다 ^^;;)
주변분들도 아기가 참 안정되어 있다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제가 봐도 아기인데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도 없는 편이고,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뭐를 원하는지 저도 즉각 알아차리는 편이고, 또 아기는 자기의 의도를 잘 알아주면 기쁨을 잘 표현하며 서로 오고가고 하는 반응들을 즐길 줄도 알구요.
14개월인데도 표현하는 단어나 의도도 점점 명확해지는게 보이고...
생활 패턴도 훤히 그려져.. 척척 하루가 굴러가는 지금.
한창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엄마의 반응 하나하나를 살피며 호기심의 욕구를 채우고 즐기고 있는 아기를 두고 복직을 하자니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3월이 되면 사내 어린이집으로 가서 함께 출퇴근을 할꺼에요.
그동안은 친정 어머니께서 봐주시고, 어머니 혼자 보시기엔 버거우실 것 같아 유아교육 전공 중인 놀이시터도 따로 고용했어요. 친정 아버지도 가끔 오셔서 함께 봐주실 거고, 청소 도우미도 따로 고용해서 어머니 가사 부담에서 덜어드리려 하고....
나름 아기도 친정 어머니도 힘들지 않도록 준비를 했는데....
막상 복직하려니.. 이러한 환경을 준비해온들.. 태어나 한번도 엄마와 떨어져본 적 없는 아기가 겪을 충격이 그려져요. ㅠㅠ
아기의 의도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읽어주고 반응해주던 엄마가 없으니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구요.
물론 할머니가 있지만, 그리 세심한 편은 아니시라는 거 저도 알기 때문에;;, 기간이 한정 되어 있기 때문에 봐주시는 거지.. 마냥 사랑을 베푸는 분은 아니시죠..
회사를 그만두는건 생각 안해본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모두 말릴만큼 현실적으로 윤택함을 누릴 수 있는 직장구요.
아기 키우면서 엄마와의 교감만큼 경제적 지원도 참 많이 필요하구나 느끼기도 하고,
지금은 엄마가 절대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든든한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이 더 많이 느껴질거란 조언에도 수긍이 가고...
현실을 따라가면서도, 과연 아기에게 이래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도 머리도 어지럽습니다. ㅠㅠ
이렇게 하소연 한들, 저는 곧 복직을 할테고, 아기는 저와 떨어져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겠죠.
아기는 제 걱정과는 다르게 잘 극복하고 지내게 되겠죠...? ㅠㅠ
제 걱정되는 다르게 충격은 치유될 수 있을 정도로 금방 지나가는 과정이 되겠죠?... ㅠㅠ
사실 제가 원하는 답은 긍정적인 답변이지만... 그렇지 않은 답변이라도... 저와 비슷한 과정을 겪으셨던 선배 직장맘님들께.. 얘기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