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특별한 위로

Wave 조회수 : 793
작성일 : 2013-11-02 16:59:44
지인께서 투병 끝에 돌아가셨어요.
장례절차를 의논하는 자리에 참석하게 되어
이런저런 의논이 끝나고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지요.

평소 단정하고 아름다웠던 지인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비록 병으로 쇠약해졌어도 결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않았어요.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고요한 빛같은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유족및 지인들과 나누는데
자제하고 있던 슬픔이 올라왔어요.

그때 그댁의 개가 갑자기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머리를 내 몸에 대더니 손을 핥아주는거에요.
내가 반응을 보이니 뭐라뭐라고 말을 하듯 짓기도 하고요.
그러는 사이 내 눈을 꼭 맞춰바라보구요.

나는 개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고인과의 교류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많아요. 슬픔에 겨워하면 개들이 알고
다가와 위로해준다는 이야기를 종종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금방 알았지요. 걔가 나의 슬픔을 위로해주고
있다는 걸요. 어찌나 기특하고 고맙던지요.
개를 꼭 안아주고 고맙다고 몇번이나 말했어요.

그러면서 잠시 생각했어요.
어쩌면 우리의 모임을 지켜보고 있던 고인의 영혼이
사랑하는 개에게 속삭였을지도 모른다고요.

@@야, 가서 저기 저 아줌마 좀 위로해드려....



언니, 고마워요!
지난 몇년간 언니와 함께 했던 명상의 시간들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었는지...
그리고 언니가 투병기간동안 보여준 조용하고도
강렬했던 내적 힘의 아우라....
앞으로 내게 남아있는 시간들을 살아가는 동안
롤모델이 되어줄거에요.

사랑해요, 언니.
다시 만날 때까지 편안히 잘 지내시길....

IP : 216.58.xxx.4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레인아
    '13.11.2 5:36 PM (110.70.xxx.142)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무언가 따뜻한 슬픔 같은게 꽉 차오릅니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시간상으로 보자면 내가 이 아이들의 죽음을 보개되겠지만 죽움이 순차적인 일이 아니잖아요
    어쩌면 이 아이들이 나의 부재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요
    전자이든 후자이든 참 쓸쓸하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소멸을 겪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단정하고 품위있는 죽음...
    염두애 두고 살아가야겠습니다

  • 2. 원글
    '13.11.2 6:04 PM (216.58.xxx.45)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여긴 밤낮이 바뀌는 외국인데
    지금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어요.

    나눠주신 지혜의 말씀 많이 공감합니다.
    남은 시간 좀더 많이 사랑하고 지혜롭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 3. ............
    '13.11.2 6:47 PM (175.253.xxx.25)

    이런 말이 좀 그렇지만..참 아름다운 글이네요. 경건하고 숙연해지면서...
    원글님도 돌아가신 언니분도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분이세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원글님도 늘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 4. ............
    '13.11.2 6:50 PM (175.253.xxx.25)

    다시 읽는데 눈물이 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0971 사고난 엘지 헬기, 아이파크 옥상착륙예정. 전에도 태운적많아 19 빛나는무지개.. 2013/11/19 12,864
320970 학부모에게 뭐라고 말할까요??ㅠ.ㅠ 3 에헴 2013/11/19 2,160
320969 택배 어디가 싼가요? 3 불면증 2013/11/19 856
320968 울릉도 갇혔어요.. 3 마야 2013/11/19 2,392
320967 달달한 드라마 추천해 주세요 21 달달 2013/11/19 5,587
320966 “인간은 수만년 전 외계로부터 유입됐다” 美 생태학자 주장 6 은폐된 비밀.. 2013/11/19 2,112
320965 국민이 노예상태로 전락하는 과정 4 퍼옴 2013/11/19 1,680
320964 우리큰딸 17 장하다 2013/11/19 3,590
320963 밤마다 생각이 많아서 잠이 안와요 3 폴고갱 2013/11/19 1,381
320962 다들 보일러 돌리시나요? 34 난방 2013/11/19 6,953
320961 울고있는걸 딸이 봤어요 3 미안해서 2013/11/19 1,753
320960 지금 깨어계신 분들 뭐때문에 잠못이루고 있나요? 23 아리님 2013/11/19 2,106
320959 질투의 본질에 관한 좋은 얘기네요. 2 질투 2013/11/19 2,801
320958 유치원 엄마들 2 ,,, 2013/11/19 1,340
320957 혹시 노리다케 요즘에 세일하는 코스트코 알고 계신분~ 노리다케 2013/11/19 875
320956 독일 공항에서... 3 ㅉㅉㅉ 2013/11/19 1,432
320955 이사 하루전날 잊지말고 해야할일 뭘까요? 5 이사해요 2013/11/19 4,533
320954 스마트폰 초기화.. 사진복구 가능할까요? ㅠ ㅠ 8 ㅜ ㅜ 2013/11/19 2,014
320953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머리떨림,손떨림증상 병원 무슨과로가야하나요?.. 8 40초반남편.. 2013/11/19 13,493
320952 토요일 면접앞두고 조언여쭙니다~! 아들냄 2013/11/19 564
320951 발인 때 아이도 옆에 있어야할까요? 10 궁금 2013/11/19 3,154
320950 3년만의 출근.. 하루만에 잘렸어요... 48 데이지 2013/11/19 20,737
320949 대중탕에서 목욕관리사한테 관리받으니 천국이네요 3 .. 2013/11/19 2,294
320948 현관문으로 황소바람 들어오는데 뭘 붙이면 좋을까요 8 추워 2013/11/19 2,314
320947 형편이 안좋은 시댁...마음이 아파요. 8 손님 2013/11/19 3,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