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남편은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지만)분노 조절 장애입니다. 아무리 제가 결심을 하고 참아 넘기려고 해도 자기 몸이 힘들거나 수틀리면 악을 쓰면서 시비를 거는 남편 때문에 정말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달을 싸움없이 넘기기가 힘이 드네요.
큰 애 가졌을때, 그리고 그애가 아기였을때 그때는 그 사람은 더 미숙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본인이 사랑 받지 못하고 학대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친엄마인데도 벌거벗겨서 때려 내쫓기기 일수이고 때릴떄는 문을 잠자놓고 몽둥이가 부러질때까지 때림. 기본적인 엄마의 따뜻함이나 스킨쉽 아예 모르고 큼) 본인의 아이에게 심하게 소리지르거나 심지어는 쥐어박는게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죠. 지금도 기억이 나요. 아주 어린 아기(3돌도 되기 전이었을거에요)때 큰아이가 물약을 못먹고 안먹겠다고 울부짖으니 아이를 거의 바닥에 밀쳐서 애가 질려서 벌벌벌 약을 먹었던 기억. 백일도 지나지 않은애에게 다큰게 왜 이모양이냐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기억. 저에게 애도 하나 혼자 못업는다면서 비웃던 기억. 그리고 주말마다 피곤한데 건들지 말라고 해서 아무곳도 못가고 기껏해야 아이랑 둘이서 아파트 놀이터에서 서성이던 기억들. (다양한 체험 하나도 못해주었어요) 그 사람이 아버지로서 너무나 말도 안되는 행동을 보일때마다 저또한 날카롭게 응수했고, 그건 죄다 싸움으로 이어졌던거 같아요. 그땐 미처 몰랐어요, 그게 아이에게 얼마나 독이 된단 사실을요.
그런데.. 반전은 지금은 제가 부부싸움이 얼마나 아이들이 크는 환경에 안좋은지를 너무나 잘알고 있고 따라서 제가 죽을힘을 다해 참고 남편에게도 부부사이가 화목해야 한다고 기회가 될때 좋게 이야기를 해도 분노조절 장애로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항상 차있어서 조금만 뭔가 꺼리가 있으면 항상 뚜껑이 열리는 그런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과 살면서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안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제가 혹여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식으로 살면 가능할 수도.. )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어딘가에 가려고 준비중. 가족들이 원하는 만큼 빨리 준비 못함-> 뚜껑 열림 / 애가 빨리 안자거나 레고가 안된다고 징징댐->뚜껑 열림 / 워터파크에 사람이 너무 많아 즉시 입장이 안됨-> 뚜껑 당연히 열림 / 놀러가는데 길이 막힘-> 물어 볼것도 없이 열림 / 내가 집청소하느라 너무 바빠 퇴근하고 돌아와 둘째 돌보기가 오롯이 본인 차지-> 당연히 뚜껑 열림 /아이가 빨리 잠이 안들거나 잠결에 물을 쏟음->뚜껑 열려 고함치기 시작/ 아침에 기분좋았다가 오후에 본인이 몸이 피곤하다(천하 약골이에요. 장가를 차라리 들지 말았어야 할.. 배터리로 따지면 남들 하루 갈걸 두어 시간내에 방전되는 스타일) -> 뚜껑 이미 열려있음.
다른 분들께 여쭙고 싶어요. 소위 정상적인, 아니 평범한 가정이라면 한달에 한번씩 싸우시지는 않겠죠? 아예 안싸울 순 없어도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거죠?? 이번달은 심지어 한달에 2번이네요, 애들 앞에서 언성높인게. 작은 아이도 알거 다 알아서 눈을 또록또록 굴리면서 눈치보고 애교떨던데, 오늘 악을 쓰면서 말하는 자기 아빠 앞에서 큰애가 "엄마, 무서워"하는데 정말 가슴이 무너지더라구요. 웃긴것은 밖에서는 찍소리도 못하고 따져야 할때 낑소리도 못낸다는 거죠. 이러니 정말 남편에 대한 존경은 커녕 실망감이 커질수 밖엔 없더라구요.
이런 환경에서 애들이 불안하게 크느니 차라리 제가 애들을 맡고 헤어져야 할까요? 우리나라 이혼법상 여자에게 재정적으로 매우 불리하다고 알고 있는데, 제가 양육권을 가져 올수 있을까요? ( 지금 저는 작은 아르바이트 뺴고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나 아이들을 맡기고 다시 일을 시작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이 경우 제가 벌수는 있는데 아이들을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게 걸리네요) 정말 당장 내일 방을 구해서 나가라고 하고 싶은데(내 집 놔누고 내가 왜 나가냐 네가 나가라 라고 비아냥 거리기 200프로 예약) 정말 이런 아빠 밑에서 크느니 차라리 아빠가 없는게 낫겠죠? 아니면 최소한 도박, 폭력, 여자 문제는 아니니 더 참아야 하는 걸까요? 다람쥐 쳇바퀴처럼 그 인간의 기분에 따라 온 식구의 기분이 그리고 집안 분위기가 좌우되는 게 너무 자존심 상하고 싫습니다. 저와 비슷한 남편을 두신 분들 어떻게 이문제를 풀어나가고 계신지 의견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