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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을 계승한 정부

서화숙 조회수 : 650
작성일 : 2013-09-24 18:26:12

서화숙]

이명박 정부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을 계승한 정부

 

 

지난 연휴는 잘 쉬셨습니까? 저는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많이 봤습니다. 덕분에 희한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드라마에 착한 사람으로 나오는 등장인물들도 거짓말을 식은죽 먹듯이 하더군요. 거짓말을 한 후 그 거짓말을 상대방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몇 가지 상황들을 아주 상세하게 꾸며내기까지 합니다. 딸이 남자친구 몰래 옛애인을 만나고 있는데 남자친구는 전화가 연결 안되니까 여자친구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어 어디 갔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그 어머니가 딸은 여자친구 만나고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될 일을 거짓말을 적극적으로 꾸며댑니다. 막장 드라마에 전형적인 악인들이 상식을 넘어 거짓말 하는 거야 오래됐지만 아주 착한 인물로 나오는 사람들조차 이렇게 쉽게 거짓말을 할지 몰랐습니다. 선의의 거짓말이 아니라 누가 봐도 부정직한 거짓말입니다. 작가들이 착한 사람의 정의를 모르게 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착한 것은 정직하고 올바른 것입니다. 이건 대단한 기준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간결한 기준입니다.

그러고보니 드라마만의 문제가 아니더군요. 거의 매주 공인들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을 봅니다. 공인이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어야 하는 것 역시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기준인데 말입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의혹을 받은 임모씨의 혈액형을 알아낸 경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여권에 다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거짓말입니다. 여권에는 혈액형은 적혀있지 않습니다. 여권 보유자가 2,000만명 가까이 되는(2013년 3월 기준 1,950만명) 나라에서 누구든 여권을 들춰보면 알게 될 거짓말을 국회의원이 대놓고 합니다.

지난 국정원 국정조사에서는 국정원 직원과 경찰이 대놓고 거짓말을 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비호를 했습니다. 1988년 열렸던 국회 5공비리 청문회에서 광주 민간인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조차 차마 말하기 부끄러운 일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5년 뒤에, 멀쩡한 얼굴을 한 전직 서울경찰청장은 아주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꾸며댑니다.

박근혜 정부는 불과 10개월 전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초연금 20만원을 파기할 것이라고 합니다. 불과 10개월 사이에 국가재정이 파탄난 것이 아니라면 10개월전의 공약이 거짓말이었다는 고백입니다. 이렇게 정부의 거짓말이 손쉽습니다.

어제 SBS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 녹조가 발생한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서를 받고서도 사업을 강행했다고 단독보도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시작한 지 한달 뒤에 나온 보고서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사업을 강행했고 국립환경과학원 예측대로 녹조가 번성했지만 이명박 정부를 계승한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4대강 사업이 녹조의 원인은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대운하로 기획하고서도 대운하가 아니라고 대외적으로는 표방하고 시작하면서부터 4대강 사업은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4대강 사업 뿐이 아닙니다. 민간인 사찰을 하고서 그걸 은폐하기 위해 국무총리실이 직접 나선 사건부터 국정원이 선거에 직접 개입한 것까지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은 시작부터 끝까지 천연덕스럽게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박근혜 정부는 하나도 바로잡을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 똑 같은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신용사회입니다. 진짜 화폐가 아니라 신용 자체가 거래를 만들어냅니다. 신용거래량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건 신용이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무너진다는 뜻입니다. 신용이 없으면 신용을 대체할 장치를 만들기 위해 쓸모 없는 비용이 소비되면서 그 사회가 발전을 더디게 합니다. 선진국일수록 탈세와 불법, 거짓말을 엄하게 다스리는 것은 신용이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25년 전에도 악한 중의 악한인 전직대통령이 ‘기억나지 않는다’ 고 말했던 것을 멀쩡해 보이는 현직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꾸며대는 한국사회는 그러니까 25년전보다 더 퇴보한 사회입니다. 거짓말을 창작하는 사회에서 절대로 어떤 경제도 제대로 발전할 수 없습니다. 창조경제든 뭐든 말만 그럴듯할 뿐입니다.

26년전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앞당긴 6월항쟁의 불씨를 당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오늘 서울광장에서 시국미사를 갖습니다. 미리 공개한 시국선언문에서 사제단은 이런 말을 합니다.

“아예 고질이 되어버린 거짓의 암세포를 말끔히 치유하지 않는 한 우리사회는 그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 불의를 미워하고 정의를 사랑하는 마음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고 우리는 인간다움 그 자체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국정원이 저질렀고 경찰청이 덮어버린 공작들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이제라도 다 같이 욕심을 비우고 현실을 정직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

거짓말하는 공인이 처벌받지 않고 거짓의 정책이 비판받지 않는 이 현실은 모두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준 한국사회의

IP : 115.126.xxx.11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ㄴㅁ
    '13.9.24 6:26 PM (115.126.xxx.111)

    http://news.kukmin.tv/news/articleView.html?idxno=1195

  • 2. 감사합니다
    '13.9.24 8:07 PM (1.231.xxx.40)

    거짓말하는 공인이 처벌받지 않고 거짓의 정책이 비판받지 않는 이 현실은 모두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준 한국사회의 다수가 함께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천연덕스런 거짓말을 용인해준 다수가 박근혜 정부를 선택했고 지금 박근혜 정부의 거짓말도 계속 가능하게 합니다. 그렇게 달려가는 사회는 정치적 사회적으로만 퇴보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후진국이 되어가는 길입니다. 다같이 정신을 차리고 정부의 거짓말을 단죄합시다. 적어도 악인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회피하던, 그랬는데도 발뺌이라고 호되게 비판받던 그런 87년 체제의 수준으로라도 국민들이 돌아가서 정부와 공직자의 터무니 없는 거짓말을 엄하게 바로잡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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