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오염 없는 식재료 공급 조례 다행이지만
팥소 없는 찐빵꼴 아쉬워
-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시행 내용 보완해야 -
서울시의회는 학교급식을 방사능 등 유해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학교별로 연 1회 이상 전수 검사하도록 한 '서울특별시교육청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안'을 격한 진통 끝에 13일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방사능에 취약한 어린이와 청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방사능물질이 들어간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내부피폭을 당할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 관련 조례가 제정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허나 이번 조례는 핵심 내용이 모두 빠져버려 팥소 없는 찐빵꼴이 되어버렸다.
첫째, 방사능 허용 기준치를 대폭 낮춰야 한다.
이번 조례에서는 '방사능 기준치'에 대한 규정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는 방사능 물질이 정부의 허용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는 식재료일 경우 현행처럼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헌데 정부의 방사능 허용기준치는 관리의 편의를 위한 유통기준이지 의학적 근거가 있는 숫자가 아니다. 방사능 허용기준치는 국가마다 사정에 맞춰 정하는 탓에 국제표준도 없다.
의학적인 건강 기준은 피폭량과 암발생률이 정비례하기 때문에 최대한 기준치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세포분열이 활발하고 민감한 영유아 및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성인을 기준으로 한 정부의 기준치를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은 미성년자들의 건강을 대단히 위협한다.
동국대 의대 교수이자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인 김익중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기준치는 1kg당 370베크렐인데 100배 정도 낮추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농산물이나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생선들은 모두 1베크렐이 안 되고 대부분 불검출이다. 3.7베크렐 이상은 일본산 수산물”이라고 말했다.
둘째, 방사능 오염 없는 식재료 공급을 위한 단독 조례가 시급하다.
‘방사능 등 유해물질’에 대한 포괄적인 조례도 필요하겠지만, 좋은 내용이 모두 담긴 백화점식 조례보다는 ‘방사능 오염 없는 식재료’에 집중한 세분화된 제도와 관리가 필요하다. 향후 학교별 검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며, 지금의 급식위원회 구조로는 방사능 문제에 집중하기 어렵다. 지자체의 세심한 조치와 실효적인 제도를 위한 조례가 필요하다.
셋째, 시민들과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독자적인 감시기구가 절실하다.
그동안 정부는 ‘방사능 괴담’이라 치부하며 방사능안전관리를 방치해왔다. 정부의 안이한 태도에 답답하고 불안한 시민들은 고군부투하며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하며 정부의 관리체계를 보완해 왔다.
또한 대형마트와 식당 등에서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대기 중 순간 방사선양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일 뿐 식품의 방사능량을 측정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휴대용 측정기에 대한 검증 규정도 없다고 한다.
이렇듯 비전문적이고 보여주기식 생색이 아닌 계획적이고 전문적이며 생활밀착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는 시민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기보다 시민들과 학부모이 참여하는 독자적인 감시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번 조례제정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서울시 교육청의 행정편의적 사고와 일부 교육위원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는 시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만한 일이었다. 이들의 발언과 태도는 방사능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안이함과 무지함뿐만 아니라 평범한 학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무시한 권위적인 하대였다. 시민들의 뜻을 대리하여 교육정책을 펼치고 책임지는 이들의 자세가 아니다.
정부는 나날이 커지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을 괴담으로 치부하기에 앞서 민의를 반영한 정책을 펼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먼저다. 교육청은 안일한 자세를 버리고 학부모들의 절박한 심정과 시민들이 우려하는 문제점을 반영하여 철저하고 안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2013년 9월 13일
태양의학교(핵없는세상을위한교사학생학부모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