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아버지는 늦둥이셔서 제가 결혼해서 시댁으로 오니
남편의 사촌형님들이 거의 저희 아버지뻘이셨어요.
그러다보니 사촌 동서 형님들은 저희 어머니뻘이셨구요.
결혼하면서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위해 한복을 해왔고
묘에 가서 태워야 한다고 해서 남편과 고향으로 갔었지요.
처음 가 본 시골 고향에서 만난 형님은
저희 시아버지 한복을 묘 주변에서 태워주시고 살뜰히 새 식구인 저를 챙겨주셨어요.
점심때가 되고 형님댁으로 갔더니 고봉밥에 이런저런 산나물과 장아찌로 상을 차려주셨어요.
고기반찬 없어 미안하다며 입에 안맞을까봐 걱정하시던 형님의 밥상..
정말 세상에서 그렇게 꿀맛이 없었어요.
그 반찬들 중에 유독 제 입맛을 사로잡은게 산초잎으로 담근 장아찌였어요.
오래 묵힌건지 산초잎은 갈색으로 변해있었고 줄기도 꼬들꼬들하고
톡쏘는 향긋한 산초향이 너무 좋았어요.
그걸로 고봉밥을 두그릇 비우는걸 보고 형님이 작은 통에 산초잎 장아찌를 담아주셨어요.
집에 가져와 아껴아껴 먹고 늘 먹을때마다 형님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몇년을 지내면서 이래저래 바쁘게 산다고 고향엔 잘 내려가질 못했는데
형님이 위암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셨어요.
벌써 15년이 훌쩍 지났네요.
요즘은 여유가 있어 고향에 자주 내려가는데 갈때마다 형님 생각이 참 많이 납니다.
그 산초잎 장아찌 생각도 나구요.
처음 결혼해서 참 서먹하고 낯설던 시댁 생활에서 정말 푸근한 엄마를 느끼게 해주신 형님..
오늘따라 산초잎 장아찌가 먹고 싶어 이래저래 검색을 해봐도
형님이 만드셨던 그 모양새의 장아찌는 잘 보이질 않네요.
제가 너무 맛있다고 하니 시골에선 이거 흔한거야. 담기도 쉬워. 다 먹고 말하면 내 또 담아줄께 하셨는데
그립습니다.